[기고] 아파트단지 조경속의 ‘작가정원’

글_박봉우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명예교수
라펜트l박봉우 명예교수l기사입력2017-09-28
아파트단지 조경속의 ‘작가정원’




_박봉우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명예교수



수도권 갈매지구에 조성중인 아파트단지(대우건설)의 조경공간 속에 위치한 ‘작가정원’을 김승민 작가의 안내로 둘러 볼 기회가 있었다. 단지 안의 조경공간과는 별도로 확보된 공간에 들어앉은 ‘작가정원’은 분명 신선한 발상이었고, 아파트 단지 조경의 진화된 모습으로 보였다. 일단은 ‘작가정원’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그 과정을 작가에게서 제안서를 받아 선정하는 절차를 걸쳐서 정원 조성 공간을 제공하는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한 점에 대해서 건설사를 칭찬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아파트 단지의 조경은 조경부분에서 적지 않은 물량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경학을 가르치는 필자에게는 조경의 위상과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그 원초적 아쉬움은 아파트 단지의 조경은 건축물을 계획하기 전부터 조경공간과 건축 구조물 공간의 짜임새를 고민하면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인데 여태껏 건축 구조물 공간이 계획되고 그 다음에 조경처리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어 온 것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아파트단지에서 조경공간을 보면서, 마치 건축 구조물들에 대한 분단장처리를 했다거나, 끼워 넣은 듯한 부조화를 볼 수밖에 없었고, 조경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가하는 탄식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방문한 아파트단지의 조경처리도 여전히 그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했지만, 한 발 더 내디딘 것은 분명하다. 새롭게 ‘작가정원’ 공간을 도입하고, 단지 한 가운데에 중앙공원을 두어서 거주민이 직접 활용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등 발전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지만 이번 조경 공간을 시작점으로 해서 더욱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아파트단지의 중앙에 위치한 중앙공원 ⓒ박봉우


김승민 작가의 ‘작가정원’ ⓒ박봉우

‘작가정원’ 공간을 보면, 김승민 작가는 자기 스타일을 잘 보여 주고 있었다. 2016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성남시청에서 개최되었을 때 발군의 작품을 보여주었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공간 짜임도 남다르다 하겠다. 정원이라면 일반적으로 사적인 공간을 연상할 수 있는데 정원이 놓인 공간이 아파트 단지인 만큼 반공공성 공간(semi-public space)을 염두에 두고 정원공간에의 접근을 자유스럽게 여러 곳에서 가능하게 했다. 정원 구성 요소로서 100여종의 초본 목본 식물 종을 도입하고, 점경물 요소로 새를 도입하고, 정원 식물에도 어울리고 방문하는 새들에게도 목을 축일 수 있도록 작은 돌확을 놓고, 경관 요소로 도입한 암석들을 정원 공간 내에 자유롭게 앉을 수도 있도록 배치하였다. 보는 정원뿐만 아니라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만든 것이다. 동선 곁에 놓인 암석들은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공간은 물론이고 자연스럽게 정원 식물들과 바닥 포장으로 시선을 주게 한다. 남다른 식물학적 지식으로 식재한 다양한 식물 종들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기쁨을 즐기게 하고 있다. 바닥 포장의 패턴은 섬세하게 신경을 써서 틈새를 메꾸어 정리하여 포장에 사용한 돌들을 드러나 보이게 하였는데, 비 오는 날 바닥 돌 사이를 흘러내리는 빗물이 연출할 경관도 자못 기대된다. 동선과 인접한 부분의 가장자리는 가든 엣지(garden edge)로 정리하여 도입한 식물과 토양이 넘쳐나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경계부분에 식재하는 회양목 군식도 전정처리를 하여 부드럽게 곡선으로 처리한 것도 눈에 띤다. 이러한 작가 정원은 작가의 의도가 시공 상에서 섬세하게 적용되도록 시공 기술이 뒷받침 되어 주어야 하는데 부분적으로 아쉬운 곳도 없지 않았다. 훌륭한 정원은 작가의 의도와 그 의도를 제대로 구현해 낼 시공자가 함께해야 가능한 것이다. 우리 전래의 소리꾼도 훌륭한 고수가 있어야 더욱 빛날 수 있듯이 말이다.

정원을 둘러 본 후, 향후의 관리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염려스러운 데 시설관리자 측에서 현명하게 해결하리라고 생각한다. 관리의 편의를 고려한다면 작가가 좀 더 반공공적인 정원구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답사를 통해서 아파트단지 조경에서 발전을 위한 발돋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파트 단지 조경은 최초의 단지 계획 시에 조경가가 동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하고, 단지 내의 조경공간은 중심적인 녹지 공간과 연결되는 수지상(dendritic) 녹지 동선 체계를 형성하여 거주자가 자연스럽게 단지를 즐길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아파트 단지 공간은 우리의 생활공간 그 자체이고 힐링 커뮤니티(healing community)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여주기 식의 상당한 규모의 경관 구조물은 배제 되어야 하고, 지방에서 헌팅(hunting)해 온 픽처레스크(picturesque)한 노거목의 도입도 없어야 한다. 특히 아파트 공간에서 노거목은 생뚱 맞는 것이다. 누구도 그 나무가 그 땅의 역사를 웅변하고 있다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조경이 가식적인 아닌 진정성을 보여 주는 것이어야 하듯이 말이다. 그러기에 조경가에게 환경윤리 의식은 중요한 덕목이다. 내가 만드는 경관이 중요한 만큼 그 나무가 원래 있었던 곳의 경관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더 나은 거주지 공간을 기대하면서, 이번 기회에는 이쯤에서 줄인다.
_ 박봉우 명예교수  ·  강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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