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큰 ‘도시’와 이야기 없는 ″장소″ - 2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라펜트l안명준l기사입력2017-10-17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Part 2: 10 장소 Ⅱ



이름만 큰 ‘도시’와 이야기 없는 “장소”

 



_안명준 오피니언리더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조경비평가




장소Ⅱ:  이름만 큰 ‘도시’와 이야기 없는 “장소”...


포월은 철학자 김진석의 개념어이다. ‘공유(공유지)의 비극’을 일상으로 끼고 사는 우리에게 ‘장소’가 필요함은 대안으로 오래도록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그때의 ‘장소’는 ‘초월’을 꿈꾸던 근대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우리시대 여기의 ‘장소’는 모더니즘도, 포스트모더니즘도 버린 ‘지금’의 삶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것은 이미 익숙한 우리식의 공동체성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모두가 눈 밝게 보아야 할 부분이다. 장소는 개념에 있지 않고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정원, 공유지 참여(장소화)의 매체
앞서의 두 사례는 공유지를 둘러싼 우리 삶의 일상적 태도와 모습의 극단을 보여준다. 하나는 강퍅한 생활세계에서 모두의 체험에서 미뤄져온 근대적 장소성을 대표한다. 삶의 터전이지만 아무도 직접 관여치 못하는 생활공간에 대한 우리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에 접근하고자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주저하며 대상으로 객관화되고 방치되어 행정이나 정책적 우선순위에서도 멀어진 우리 삶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그런 우리의 근대적 삶터 다루기에도 불구하고 생활세계에 대한 관심과 체험의 욕구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잘 짜인 생활공간의 틀이지만 삶터의 주인공으로서 모두의 참여 가능성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서로의 삶의 양상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함께 하고자 하는 태도가 여전함을 증명한다.

두 사례는 극단의 차이를 보이면서도 반전이 숨어 있다. 먼저의 사례는 전통적 공동체성의 잔존을 확인하게 해주고, 그것이 현대 이론의 한계와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우리 식을 탐구하게 한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라 할 만 하고, 탐구 대상이라 볼 수 있다. 뒤의 사례는 이론과 배경보다는 실천과 실행의 측면에서 탐구할 부분이 많다. 실천을 전제로 현실적 문제와 진행의 방향을 탐구할 수 있게 해준다. 지금여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가능성을 분명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둘 모두 집요하게 연구하고 천착해야 할 우리 모습이자, 현재이고 삶이다. 그 중심에 우리만의 공동체성이 살아 있음은 눈 밝게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 두 사례는 각각 우리 사회 공동체성의 양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데 의미가 있고, 여기에 삶터 장소화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그리고 정원(공동체형 정원)이 하나의 매개체로서 역할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더 크다. 


우리 정원 문화, 삶터 장소성 탐구의 단계

충분히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두 사례를 통해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식 장소(장소성)는 독특한 공동체성에 기인하며 공유의 장에서 개별 주인공들의 관심과 욕구가 외면된 채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가 사는 장소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나에게로만 향하는 장소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즐기고 모두가 주인공인 장소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는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의 시대”를 꿈꾸기도 한다. 


네 번째 정원의 원형적 개념(안명준)

장소를 정원과 연관하여 볼 때 실천을 위한 공동체 문화의 현재 모습은 우리 삶터에 관한 장소성 탐구의 단계라고 보인다. 공유지에 대한 무관심과 소극적 참여의 단계는 넘어섰고, 적극적인 참여와 교류의 단계에 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진단은 장소 형성에 대한 해법 찾기의 기초가 될 것이다.

여기에 바탕을 둘 때 장소 형성을 위한 정원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공동체 정원으로 수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동체 정원은 지역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다음의 네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우리 실정에 적합한 범주 구분이기도 하다.

- 이웃 정원(Neighborhood gardens)은 과일, 야채 및 관상용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정원으로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그것은 명목상 연회비로 지불하는 정원사들 개개인의 임대하는 개인 또는 공공 토지의 구획으로 식별 할 수 있다.
- 거주민 정원(Residential Gardens)은 일반적으로 아파트 공동체, 보조 생활 및 저렴한 주택 단위의 주민들이 공유한다. 이 정원은 거주를 전제로 하는 주민들에 의해 조직되고 관리된다.
- 단체 정원(Institutional Gardens)은  공공 기관 또는 사설 기관에 연계되며 주민에게 많은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신적 또는 육체적 재활 및 치료뿐만 아니라 직업 관련 기술을 가르치는 것까지도 해당한다.
- 시범 정원(Demonstration Gardens)은 교육 및 레크리에이션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짧은 세미나 또는 정원 가꾸기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제공하고 공동체 정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한다.
이 네 가지의 범주를 기반으로 지역과 공동체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유형의 장소화 방안 선정 이후 이를 실현할 장소화 대상지(참여 장소)의 확보는 다양한 도시공간 유형에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그렇게 형성된 도시공간이므로 이를 장소화 하는 전략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 거점과 같은 이야기의 담지 공간이 만들어지면 장소(장소성)는 자연히 형성·확장 될 것이며, 현장에서 이에 대한 실천의 가능성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공동체 정원 대상 공간>



그리고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 공동체성은 충분히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할 실행의 촉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지원 사업들이 충분히 여기에 해당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인공들을 지적하고 부각시킬 행정과 리더의 역할이 필수(적절한 공적 개입 필요)라는 점이다. 우리는 아직 그러한 단계의 장소화 탐구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참여 장소와 장소 참여

흔히 잊고 있지만 장소는 주인공이 필수인 개념이다. 장소는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주체의 경험에 관련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터에서 장소는 기본적으로 물리적 공간에 기대어 공유되기는 하지만 개별 주인공들의 현상적 체험이 장소와 장소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소에는 항상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의 개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참여의 개념은 기본적으로 실행을 목표로 하는 것이어서 여러 방식의 실천 형식을 고민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공동체의 특성을 고려한 참여 장소를 목표로 다양한 장소 참여의 방식이 현실적으로 연구될 필요가 있다. 다음의 기본적인 참여 단계 유형 세 가지는 먼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참여는 8단계의 시민 참여 사다리로 언급되어 왔다. 쉐리 아른슈타인(Sherry R. Arnstein)의 이론으로 ‘비참여(조작-치유) - 형식적 참여(정보제공-상담-회유) - 시민권력적 참여(공동협력-권한이양-시민통제)’ 순으로 참여의 단계가 높아진다. 줄스 프레티(Jules Pretty)는 이를 바탕으로 보다 사용자 입장에 입각한 7가지 참여 유형을 제시한다. ‘형식적 참여 - 수동적 참여 - 상담에 의한 참여 - 물질적 제공에 의한 참여 - 기능적 참여 - 인터렉티브 참여 - 자발적 동원’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장소 참여 실행의 기반이 된다.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스티브 카버(Steve Carver)처럼 온라인 참여(e-participation)를 보완한 이론까지 있어 참조할 만하다. 그는 ‘일방향 참여(온라인 서비스 전달 - 커뮤니케이션 장벽) - 쌍방향 참여(온라인 상담 - 온라인 의견 조사 - 온라인 결정 지원 시스템)’의 새로운 틀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여러 SNS 수단 활용의 시대에 이는 좀 더 각별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삶터 장소화 방안,“주인공을 주민으로, 이야기를 정원으로!”

물리적 장소와 현상적(의미적) 장소는 상호보완적으로 형성되는데, 이를 우리는 주인공들의 참여라는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소통되어 장소성으로 굳어지기를 기대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시대의 장소에 공동체 정원을 도입하는 것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만의 공동체성이 특징적이라고 해서 선행 사례나 경험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공동체 정원을 매개체로 하는 장소화의 사례는 이미 여러 방식으로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공통적인 사항은 숨어 있던 주인공들을 소환했다는 점과 그들 간의 의사 교환을 통해 참여와 소통의 이야기를 공간으로 풀어내었다는 점이다. 실천에 참조할 만하다.

<공동체 정원의 몇 가지 참조 사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소와 정원은 유기체와 같다는 점이다. 찰스 젱크스는 “정원이 계획대로 만들어지고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한다. 정원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제 3의 자연이기 때문이다. 장소와 연결된 정원,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장소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장소가 생각대로 만들어지고 고정되길 바라는 것은 비극이며, 스스로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정원처럼 주인공의 관심 아래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그렇게 장소 개념에 새겨 두고 포월해야 할 시대이다.


* “포월”은 초월에 대한 철학자 김진석 방식의 개념이자 대안이다. 공동체 정원 관련 사항은 안명준, “농촌마을 정원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동체 정원의 이해”, 『2017 농촌진흥 공무원 교육 교재 - 정원전문가』(농촌진흥청, 2017: 117~150.) 참조/인용.
_ 안명준  ·  조경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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