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대를 아우르는 신개념 스마트놀이공간 ‘tiori’

최명식 경희대 교수·석승민 한국디자인정책개발원 부원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11-08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 필수이다. 이전 세대가 책가방을 내려놓고 놀이터를 향해 뛰어나갔다면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켠다. 태어날 때부터 IT기술을 접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놀이터에는 사람이 없다. 고령화가 심화되어감에 따라 공원에는 노인들이 있을 뿐이다. 세대간의 단절을 ‘놀이’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어린이대공원에 ‘초세대’, ‘스마트’, ‘놀이’를 키워드로 하는 신개념 놀이터가 시범설치 됐다. 최명식 경희대 교수와 석승민 한국디자인정책개발원 부원장이 2년간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최신 스마트 센서를 이용한 게임을 통해 두뇌와 신체능력을 향상할 수 있으며 세대간의 격차도 좁히고자 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서 ‘tiori’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tiori’는 11월 중 개장할 예정이다.

석승민 한국디자인정책개발원 부원장·최명식 경희대 교수


‘tiori’는 세대를 아우르는 체험형 인터렉티브 놀이시설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연구결과가 어린이대공원에 실현됐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서울시 공원 담당자분과 tiori에 대해 상의를 한 적이 있다. 자문을 요청했더니 방향성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완성된 후 자료를 보내드리니 시범설치를 해보라는 조언을 듣게 되어 어린이대공원에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개발하시게 된 계기는?

저희 어렸을 때는 마당에 아무것도 없어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조합놀이대나 미끄럼틀 등 놀이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시설이 생기면서 콘텐츠적인 재미의 감소를 초래했다. 하드웨어가 커지고 다양해지지만 놀이 콘텐츠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지 않는 거죠.

공공공간으로서 놀이터는 사회를 소통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행정편의적인 결과에서 비롯한 일률적인 시설물들과 놀이에 방해가 되는 시설물들의 부조화, 그리고 구조적으로 초세대가 서로 공유하며 이용하기 힘들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특히 놀이시설을 사용 연령대에 맞추어 구분하는 방식은 기구 디자인에 따른 세대소외를 유발하며, 세대 간 소통 단절이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지어 모바일게임, PC게임이 생겨나면서 더 이상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되면서 단절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놀이터는 더 이상 놀이터가 아닌 쉼터역할만을 하고 있다. 법에 의해 면적대비 어느 정도 놀이터가 조성되나 만들어놓고 방관만 하니까 쓰레기를 버리거나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용도로밖에 활용을 하지 않게 되어 안타까웠다. 공공공간으로서 놀이터가 사회를 소통하는 기능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초세대가 서로 공유하며 이용하기 힘들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사업은 2015년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디자인 전문기술개발 사업’ 지원을 받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2년간 개발했다. 한국디자인정책개발원에서는 콘텐츠 개발과 소프트웨어 개발, 세올디자인컨설팅에서는 하드웨어 디자인, 제작은 세규후렘에서 맡았다.


tiori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스마트놀이터라 일컫는 것은 IT 센서를 기반으로 한 놀이터이다. 그러나 IT기술에 대한 부분은 단순히 표현기구일 뿐이고, 초세대간 교류하는 콘텐츠 개발이 선행됐다. 보통사람들이 조합놀이대에 센서를 첨가한 진보된 형태라고 생각하는데 개념이나 콘셉트 자체가 다르다. tiori는 ‘게임’에 초점을 맞췄다. 놀이의 구분이 굉장히 많이 있는데, 그중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게임이라고 한다. 게임은 규칙이 있고 팀플레이를 할 수 있기 규칙준수, 협력심, 배려심 등의 학습이 가능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와 공원에 가도 따로따로 논다. 어른들과 어린이가 같이 노는 것이 재미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의 게임에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두뇌게임과 어른들이 좋아하는 근력을 향상시키는 게임을 구현한다면 초세대간 공유가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어린이 놀이터와 고령자 운동시설을 비교하고 세대 간 운동연동 요소 추출하고 세대별 놀이 사용자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지능(소프트웨어)과 신체(하드웨어), 아날로그적 감성과 디지털적 감성의 게임으로 구분해 서로 연동이 되는 4가지 게임 콘텐츠를 개발했다.

먼저 ‘운동형’은 손과 발을 사용해 점등된 센서모듈을 터치해야하는 형태의 콘텐츠로 온몸을 활용하는 만큼 운동효과가 가장 크다. 4인까지 동시 사용 가능하다. 
‘퍼즐응용형’은 기존 알려진 게임 룰을 적용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두명이 서로 마주보고 위치하며, 각각 다른 색상을 가진다. 서로 번갈아가며 센서 모듈을 터치하며, 터치된 주변의 색상이 자신의 색상으로 변경되는 방식이다.
‘순발력이용형’은 빠른 순발력을 요구하는 콘텐츠로 점등이 된 센서를 빠른 시간내에 많이 터치하는 게임이다. 두더지 잡기, 모기잡기, 개구리 잡기 등의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수 있다.
‘기억력활용형’은 예시를 보여주고 그것을 기억한 후 동일한 패턴으로 터치하는 형태이다. 구현하고자 하는 콘텐츠는 패턴 따라가기, 카드 뒤집기 등으로 차례로 점등을 한 후, 일시에 꺼지면 유저는 그 순서대로 터치하는 게임이다. 1인, 2인 게임 가능하며 2인 게임 시 상대방이 맞춰야할 패턴을 유저가 만들어 낼 수 있다.


세대별 놀이행동을 위한 맵, 놀이 콘텐츠 카테고리 분류


게임콘텐츠




수평 모듈형 놀이터 공간 디자인

이 놀이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굉장히 쉬운 놀이다. 게임 작동 또한 세 번의 터치만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쉽게 구현했다. 센서 모듈 터치시 LED blink 및 사운드 이펙트를 사용하며, 게임 옵션으로 플레이어 수, 팀 대항여부, 난이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tiori의 구성은 그라운드와 작동을 시작할 수 있는 컨트롤러, 바닥에서 밟을 수 있는 디바이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폴형 디바이스, 기존 운동시설에다가 똑같은 디바이스를 부착해서 다른 효과를 줄 수 있는 부착형 구동모듈, 안내판, 안전을 위한 진입방지 안내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흙바닥이나 광장형 공원, 실내 등 장소 구분 없이 설치가 가능하며 공간에 얹혀놓기만 하면 되기에 해체도 용이하다. 모듈 또한 다양하게 구성해 공간마다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조성할 수 있다. 디바이스에 대한 모듈을 어떻게 공간에 분포하게 하느냐에 따라 협소한 공간에는 두뇌를 이용하는 정적인 게임을 할 수 있고, 넓은 공간은 두뇌와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제작하는 기관과 콘텐츠 개발을 하는 기관, 디자인하는 기관 세 개의 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2년간 개발한 사업이다. 개발결과에 대한 부분은 디자인+콘텐츠개발, 특허출원, 논문, 이 사업을 통한 고용창출까지 많은 부분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국외같은 경우는 이미 콘텐츠를 생각한 놀이시설이 많이 있다. 그러나 IT를 접목한 부분이 없어서 콘텐츠를 IT로 표현한 부분이 저희가 최초일 것이다.


작업 중 어려웠던 점은?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제작을 두 번 했다는 것이다. 제작 과정 중 디바이스가 잘못되어서 다시 제작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바닥을 제조하는 업체가 있고, 설계, 프로그램 개발업체 모두를 컨트롤 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개발이 완료되었고 설치까지 해냈으며, 관공서 등의 반응이 좋다. 다만 좋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실제로 확인하기가 어려워 저변확대에 대한 부분을 숙제로 남겨두고 있다.  좋은 걸 알아도 사실 공공공간에서는 이런 것들을 볼 수가 없어서 이런 저변확대에 대한 부분을 숙제로 가지고 있다.


최근 놀이터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미래의 놀이터는? 

놀이터라는 공간이 많이 변화되어야 한다. 스마트시대에는 되면 맞춤형 공간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모든 세대이든 장애인이든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맞춤형으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바뀌어나가야 한다. IoT나 그 외 다른 기술에 의해 상당히 많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길이 궁금하다.

디자인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대학원에 입학을 목표로 했으나 디자인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다시 대학에 진학했다. 당시는 디자인의 초창기여서 우리나라 대학의 디자인 커리큘럼이나 프로세스가 달랐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정식으로 가르친 것은 초창기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외국에서 커리큘럼을 가져온 1970년대 중후반일 것이다. 당시 기업에 디자인팀이 있긴 했으나 거의 카피수준이었다.

1983년도에 영국 런던 유학길에 올랐다. 영국왕립대학원은 1850년 국회에서 설립하고 왕실에서 운영하는 대학원이며 그 당시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3년 과정이었다. 한국인으로서는 첫 졸업자일 것이다.

1989년도에 한국에 들어와 가장 먼저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공중전화기였다. 1년 반 정도 진행한 후 1991년 경희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서 교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자문을 하고 있는 세올디자인컨설팅은 27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로 환경디자인,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전략기획팀 4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5년에 중국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클라이언트의 1/3은 중국이고, 2/3는 국내이다. 2010년에는 디자인 전문기업 최초로 ‘컨설팅 활성화 유공 포상’으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디자인분야가 어렵다고들 한다.

디자인은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분야나 다 속해있어야 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한마디로 ‘격’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사용자, 제품, 브랜드의 격을 높인다.

디자인은 고부가가치인데 반해 지금은 많이 추락해 디자인 노동으로 바뀌었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크리에이티브(creative)이기 때문에 앞으로 디자인의 파이를 넓혀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10년 동안은 힘들었지만 이제 다시 일어날 것이다.

디자인 추락 원인에 대해 생각해본 결과, 그 원인은 그동안 너무 감성적으로 접근해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 철학이 녹아 들어가는 삶의 질 향상과 연계되는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아름다움만을 추구했던 것이다. 아름답기만 한 것은 처음에는 혹하지만 곧 싫증을 내게 마련이다. 그래서 디자인의 수명이 짧아졌다.

디자인 분야는 많이 바뀌어야 한다. 30~40년 전부터 써오던 산업디자인, 공업디자인이라는 말을 아직도 쓰고 있다. 융합의 시대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파이를 넓히기 위해서는 대학 학과 이름부터 크리에이티브과, 이노베이션과 등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디자인 스타일링은 이제 중국에 넘겨줘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2005년도 베이징 지사 설립 당시만 해도 중국과의 수준차이가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와 비슷할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 중국은 디자인과 학생이 1년에 40만 명 졸업하는 반면 한국은 2만2천명, 미국은 3만 7천명이다. 우리나라는 디자인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있다. 그다음부터는 빠르게 성장할 순 없다. 유럽이나 일본,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스타일링을 넘겨주고 디자인 전략, 마케팅, 서비스디자인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디자인은 마케팅이기에 시장의 중심이 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도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점점 심화되어가는 고령화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이에 따라 놀이터나 공원이 바뀌어야할 것이다. 향후 놀이터가 변화하는 이용자의 니즈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유니버설 놀이 공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위한 실천 방안을 연구해 나갈 것이다. 또한 전통콘텐츠 6가지가 있지만 향후 지역마다 특화된 이야기를 접목해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등 지속가능형 콘텐츠 업데이트 및 유지관리 시스템도 고민이 필요하다.

당초 목표였던 개발은 완성되었으니 놀이시설 전문 제작업체들에게 운영을 넘기고, 저희는 거기에 따른 디자인과 콘텐츠를 개발 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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