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관리 분야 부흥 위해 ‘국가표준’ 지정해야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기술특강 개최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7-11-14

이규화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외래임상의

"선진국의 작업표준, 최적관리실무 등을 도입해 국가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지난 10일 저녁 7시 한국건설인협회 별관에서 조경기술특강을 개최했다.

오희영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분회장(상명대학교 교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분들이 자리를 빛내주셨다. 건설기술인협회 내 조경인들의 위상을 높이도록 내년에는 더 좋은 기회들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규화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외래임상의가 '수목관리 및 현안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수목관리학은 비 산림환경에서 개별 교목, 관목, 덩굴식물 등 다년생 목본식물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학문이다. 수목관리 원칙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편익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먼저, 수목의 특성은 수종마다 고유의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훼손된 구조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래 산다는 사실이다. 미국 유타의 사시나무는 약 8만 년간 뿌리가 생존해 있고, 스웨덴의 독일가문비 나무는 9,550년 간 생존했다. 지상부는 현재 가장 오래된 것이 5,067년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수목이 오래 살 수 있었던 전략은 무엇일까? 전략별로 초기 영양생장에 주력한다, 상처가 생긴 부위를 격리시킨다, 철저한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생장 환경이 불리하면 휴면기에 들어간다, 부하에 따라 스스로 최적화한, 미생물과 공생 관계를 형성한다, 경쟁 식물을 배척한다 등을 뽑았다. 

이 박사는 "하층식재를 하는 것이 실제로는 수목이 오래 사는 전략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수간을 중심으로 반경 50cm~1m 내로는 하층식재 대신 멀칭을 하도록 국가표준에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흔히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는 '피톤치드' 역시 사실은 항미생물성 타감작용을 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로, 공격적인 유기체인 박테리아, 곰팡이, 해충 등의 생장을 억제, 기피하는 물질이다. 한마디로 식물이 내놓는 '농약'이다. 미국에서는 피톤치드를 식물이 내놓는 휘발성 공해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이 박사는 "현장에서 식물의 기본적인 특성과 전략을 이해하는 것이 잘 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오희영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조경분회장(상명대학교 교수)

또한,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돈 들이지 않고 명품 가로수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식재지의 물리적 환경과 수목의 특성에 맞춰 식재하는 '적지적수'가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합한 수종을 식재하더라도 관리가 잘못되면 복구가 어렵다. 영국속담 중에는 '1온스의 예방은 1파운드의 치료와 동일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박사는 "대부분 문제가 생기면 돈을 쓰지만,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장기간 낮은 강도에서 수목관리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수목 관리는 사전 관리와 사후 관리 분야로 나눠진다. 대부분 사후 관리 분야에 집중되어 있지만, 사실 병해충은 나무를 죽일 수 없다. 병해충도 후손을 번식시켜야 하기 때문에 수목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수목이 죽는건 잘못된 관리로 인한 인재이며, 사전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수목관리협회(TCIA)에서 제정한 'ANSI A300' 시리즈를 수목관리 국가표준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현장에서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최적관리 실무BMP 연구' 내용을 별도로 만들어서 보급한다.

그는 수목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첫 번째는 올바른 수종을 선정하기 위해서 기온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평균 기온에 맞춰 지형별로 구획되어 있지만, 미국은 'USDA Zone'에 맞춰 지역별로도 세밀화 되어 있다.

이 박사는 도시환경은 복잡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극심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부수종을 중부지방에 심어 놓고 하자가 발생됐다고 문제 삼기보다,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수종이 무엇인지, 각 지역별로 기온정보를 세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강수량 변화로 인한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활착된 나무에도 물을 줘야 한다. 물을 안주고 하자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뭄에 견딜 수 있는 내건성 식재를 할 것을 당부했다. 

세 번째는 도시에는 외래종을 심더라도, 자생종은 산에 심는 것이 좋다. 도시 환경은 여러 가지 문제도 많고, 산림 환경과 다르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공간적 제약에 맞는 성목의 크기를 고려해 수목을 선정해야 한다. 성목이 됐을 때를 감안하고 심어야 하는데, 일부 좁은 지형에 대형 수목을 식재하거나 송전선 아래에 대형 수목을 식재해 놓고 매번 정전을 하는 경우를 목격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다섯 번째는 작은 수목을 심는 것이 유리하다. 작은 수목은 2~3년부터 큰 수목과 조금식 격차를 보이다 더 크게 자라난다. 이는 심은 뒤에 관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수종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미국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조경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우선, 근원경 규격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근원은 수간과 뿌리가 만나는 지점으로, 일반적으로 근원경의 4~5배 넓이로 근분 작업을 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미국은 지상 30cm 높이 직경의 8~12배로 분을 뜨도록 구체적인 표준기준이 정해져 있다. 근분 포장재 제거 역시 근본의 상부 1/3에서 완전 제거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준은 상당히 모호하며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어 객관성도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이식할 때 전정을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T/R률(T=지상부, R=지하부)로 인해 필요 이상의 전정이 일어나고 있어 이 또한 없어져야 할 규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지주목도 1년 내로 제거하도록 철저하게 규격화 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멀칭에도 원칙이 있다. 주로 유기물을 하는게 좋고, 두께는 5~10cm를 사용하도록 명시한다. 멀칭을 해 놓으면 물이 잘 안 빠지기 때문에 식재한 지 1년 정도 됐을 때가 좋고, 반드시 줄기 근처가 아닌 수간에서 10~20cm 떨어진 곳에 쌓도록 한다.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열이 발생되는데 최대 60℃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쥐가 들어가서 나무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전은 직경 10cm 이상의 가지를 자를 때 주인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굵은 가지는 아물지 못하고 썩을 수 있고, 균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출된 뿌리는 전정이 아닌 복토를 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두절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두절을 하도록 수목을 식재했기 때문이다. 두절로 인한 상처는 크기 때문에 아물지 못하고 부후균의 침입경로가 된다. 이 박사는 될 수 있으면 축소 절단을 하거나 과감히 제거할 것을 추천했다.

그는 "미국의 'ISA Certified Arborist'는 10개 분야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중 가지치기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목보호 기술자는 수목생리가 25%, 병해충이 47%를 차지하고 있고, 조경기사는 이 둘을 합쳐도 24%밖에 안된다. 이들이 가지치기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며, "이 점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한국 조경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사전관리 분야를 강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진국의 작업표준, 최적관리실무 등을 도입해 국가표준으로 만들면 공사 단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조경업체도 살고, 나무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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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nki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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