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쇼몽, 김영준 작가 ‘사색의 끈’ 출전

조선의 유배제도에서 착안한 정원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12-12

세계 3대 정원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2018 쇼몽국제가든페스티벌’에 김영준 작가(게이트준 대표)가 출전한다. 이로써 황혜정 작가(2014), 안지성 작가(2016), 박성혜·민병은 작가(2017)에 이어 올해도 쇼몽에서 한국인의 정원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출전은 해외에서 활동을 해왔던 이전 참가자들과 달리 국내에서만 활동하던 정원작가가 참석하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쇼몽은 ‘실험정신’으로 주목받는 정원축제인 만큼 매년 그 주제도 다양하다. 2014년에는 ‘7대 죄악’이었고, 2016년에는 ‘다가올 세기의 정원’, 지난해에는 ‘꽃의 힘’이었다.

2018년 쇼몽의 주제는 ‘사색의 정원’이다. 인간에게 사색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인간은 종종 이것을 정원을 통해 표현해왔다. 정원은 인간에게 사색하고 명상하고 공상할 기회를 준다. 쇼몽은 작가에게 “2018년 정원은 창의적으로 독창적인 방법을 통해 풍성한 문학과 사상의 세계로 인도해야 할 것”이라며 식물과 재료, 환상과 시의 정신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시나리오까지 주문하고 있다.

제안된 300여 개의 정원작품 중 선정된 20여 개 작품 중 하나인 김영준 작가의 정원은 ‘사색의 끈(A string of Thoughts)’이다.

오래 전 형벌 가운데 ‘유배제도’에서 착안한 ‘사색의 끈’은 집단적인 유배형인 서양에 반해 개인적인 유배인 동양, 특히 조선의 유배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의 유배는 서양과 달리 노역이 부과되지 않으며 제약된 공간 안에서 길고 지루한 참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유배를 떠난 이들은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이해 대립으로 반대파에 의해 숙청된 관리들도 많았으며, 이들을 현대의 ‘양심수’에 비유하고 있다. 문학가나 사상가들은 유배지에 독특한 문화적 자취, 문학과 철학적 결과들을 남겼다. 이를 ‘유배문학’이라 일컫는다.

옛 문헌들을 살펴보면 유배지에서 넘치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낚시를 하는 모습이 글과 그림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낚시는 물고기 대신 ‘세월’과 ‘생각’을 잡는 행위이며, ‘세월을 낚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드리워진 낚시줄은 유배지의 수면 아래를 탐색하지만 유배자의 마음속은 ‘사색의 끈’을 통해 속박된 공간을 벗어나 시공을 초월한다.

속박된 공간에서 한껏 휘어진 낚시대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바깥세상에 당겨진 낚시줄은 수많은 생각의 갈래를 표현한다. 유배지에서 바깥세상을 향해 뻗은 낚싯대는 단절된 공간에서의 ‘사색’의 확장성과 간절함을 담고 있다.

정원은 대상지를 제약된 공간의 유배지와 바깥세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공간을 구분 짓는 열주와 가벽은 심적 단절을 의미한다. 유배지를 의미하는 자갈공간 한쪽 구석의 색다른 정원은 구속된 곳에서 이루어낸 문학적 결실을 표현하고 있다.

김영준 작가의 ‘사색의 끈’은 대상지 중 9번 사이트에 조성되며 내년 2월~3월 현지시공을 앞두고 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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