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자연의 가치에 대한 지불

조동길 논설위원(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라펜트l조동길 대표이사l기사입력2017-11-21
자연가치에 대한 지불


글_조동길(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 대표,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겸임교수)



최근 자연환경 분야의 가장 활발한 연구 주제는 생태계 서비스일 것이다.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용어인, 생태계 서비스는 자연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음으로 해서 우리가 받고 있는 유·무형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네이처(Nature)지에서 지구의 생태계 가치를 연구하면서 이 용어가 탄생하였고,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 과정을 통해서 보다 구체화되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생태계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혜택이 얼마인가를 정량화시키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자연을 돈으로 환산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자연은 경제와 동일어이며, 자연은 세계를 지탱하는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국립공원의 입장료를 다시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해 오고 있다. 한 때 여러 가지 이유로 폐지되었던 제도였지만, 이제 와서 다시 재부과 이슈를 꺼내는 이유는 당연히 생태계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의 밑바탕에는 자연은 더 이상 공짜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물을 마트에서 사 먹고 있고, 최근에는 지리산의 신선한 공기를 판매한다는 뉴스까지 나온 적이 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지만, 지금 깨끗한 생수를 사 먹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긴다. 미세먼지와 황사 등이 잦아지면서 좀 더 깨끗한 공기를 갈망하게 되면, 이제 공기를 사서 마시는 것도 당연해질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혜택의 공급처라고 할 수 있는 자연지역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도 공짜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국립공원이나 자연환경보전법에서 제도화시켜 놓은 자연휴식지들을 찾아가 보면서 그 가치에 대해서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유지되기는 했지만,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문화재 관람료는 어쩔 수 없이 납부한다. 게다가 주차 이용료도 납부한다. 또한, 우리가 여행을 다닐 때 자주 가 보게 되는 그 지역의 주요 박물관은 어떠한가. 수 천원의 입장료를 내야만 박물관 내부의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징수 이유는 관리를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리라. 
자연도 박물관이나 문화재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하여 다시 자연을 보거나 생태환경을 즐기고, 그러한 공간에서 휴식하고 치유하는 등의 일련의 행동을 하고 싶다면 적정한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자연을 찾는 인구가 늘면서 자연은 답압이나 수용 능력을 넘어버린 이용객들에 의해서 신음하고 있다. 밟히고 파이고 부서져 상처받은 자연들이 여기저기에 많다. 이용객이 많은 등산로나 비법정탐방로(샛길)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면서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기는지 말이다. 
그렇게 흔적은 남기고 가버리면 누군가는 훼손된 지역을 관리해야 한다. 물론 자연이 스스로 치유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수용력을 넘어서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인간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자연도 지속적인 관리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최근 담양 가로수길을 보기 위해서 납부하는 관람료가 이슈화 된 적이 있다. 과거에는 그냥 가서 무료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2,000원을 납부하고 봐야 한다. 전남 순천만 습지도 과거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근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순천시민이 아닌 일반 성인의 경우 7~8,000원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다. 주차장 이용료 3,000원은 별도로 받는다. 그리고 생태체험선을 타려고 해도 7,000원의 탑승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제주도를 가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경관이 수려한 유채밭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토지주에게 돈을 줘야 한다. 토지 주인은 땅에 유채를 심고, 가꾸었기 때문이다. 공유지와 사유지는 차별화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공공의 공간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오히려 사유지보다 더 많은 입장객들 때문에 그리고 주인 없는 공유지라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공짜가 점점 줄어든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자연이나 공원, 나아가서 정원 등이 주는 혜택에 비하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고 본다. 

필요하다면 도시 공원을 들어갈 때에도 입장료를 낼만하다. 우리는 공원을 만들고 나서도 그 공원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수많은 예산을 사용한다. 이러한 예산은 우리가 납부하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물론, 일부 공원에서는 수익 사업을 하고 있지만, 관리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서 추가적으로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고 유지관리 등의 비용에 사용토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모든 공원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부과할 수 없겠지만, 특별한 조건이나 성격을 갖는 공원이라서 관리 집약도가 높을 경우에는 필요하다고 본다. 

한 때 필자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부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지인에게 말했더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돈을 왜 걷느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원인들과 담당 직원과의 마찰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를 나름 반겼다는 직원들도 있었다 한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문제는 다시 자연에 대한 가치를 공짜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혜택으로 보고서 그에 대한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시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지역에 대한 입장료를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이를 위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고,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서 실행했으면 한다. 그리고 걷힌 돈은 국립공원의 보전이나 훼손지 복원, 관리 비용에 충당되면 좋겠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공원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공공의 공간이니깐 돈을 내지 않는 것을 당연시 할 것이 아니라 좀 다 나은 서비스 제공이나 관리, 개선 등을 위해서 공원 입장료를 걷는 것은 어떨까?
_ 조동길 대표이사  ·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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