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정보학과 실무] 게임의 플랫폼과 조경

VR 그리고 조경 - 4편
라펜트l김익환, 노승민l기사입력2017-12-15
편집자주 :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가과학기술분류체계상 조경정보학 (LB1106, Landscape information science, 전산기술을 이용하여 조경계획, 설계, 시공 등의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기술)이라는 학술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라펜트에서는 "조경정보학과 실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지속적인 학술연구 및 활용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 VR 그리고 조경 - 4편 ]
게임의 플랫폼과 조경




_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연구원
노승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과정 




안녕하세요.
매번 연재되는 글에서 게임 속의 경관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이러한 게임들이 어떻게 나뉘고 그 접근법이 다른지, 그리고 그 분류에 따라 향후 조경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다가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이번 기회를 빌어 게임이 플랫폼에 따라 어떻게 나뉘고 각각 어떠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게임들에 조경은 어떻게 다가설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게임은, 다양한 기준으로 나뉘겠지만 우선 크게는 플랫폼을 기준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플랫폼이라 함은, 해당 게임을 구동하는 하드웨어적 환경을 의미하며, 컴퓨터와 콘솔, 아케이드 그리고 모바일 등으로 나뉩니다. (물론 더 세부적으로 분류가 들어가면 한없이 세밀하게 분류가 진행되겠지만, 우선은 크게 이러한 맥락입니다.) 

컴퓨터 게임은 많은 분들께서 익숙하시듯이 컴퓨터로 구동되는 게임을 의미합니다. 컴퓨터로 구동되는 게임은 게임 안의 환경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기준에서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유의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우선 컴퓨터는 사양의 범위가 아주 넓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은 엄청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고가의 컴퓨터를 갖추는 반면에, 컴퓨터를 그냥 작업의 도구로 생각하는 분들은 그냥저냥한 성능의 컴퓨터를 소유하고 계시지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과 그 환경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타겟층을 설정함에 있어서 매우 계산적인 접근을 요구로 하게 됩니다. 물론 최신형의 고가의 컴퓨터에서 구동될 것을 염두에 둔 게임을 제작한다면 마음껏, 본인이 표현하고픈 디자인을 담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고사양의 컴퓨터는 그 수가 적지요. 그래서 가장 대중적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가장 높은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 있는 사양대를 타겟으로 설정하여 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통 1개의 게임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에는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0년씩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해당 시간동안 올라갈 평균적인 컴퓨터의 성능 역시 고려한 접근을 요구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컴퓨터 게임은 상대적으로 기타 다른 플랫폼의 게임들보다 적은 비용과 시간을 개발하는데 요구로 하게 됩니다. 디자인과 개발을 위한 많은 툴들이 보급되어 있고, 사용자 층 역시 다양한 탓이지요. 그리고 게임을 제작하는 엔진의 보급 그리고 마케팅 플랫폼의 확산과 함께 1인이 홀로 게임을 개발하고 발매하는 사례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영역을 특히 인디 게임(Indie Game)이라고 명합니다. 이 인디 게임은 1명의 개발자가 본인의 취향에 따라 게임을 설계하고 구현을 하지요. 간혹 게임이라기보다는 미디어아트에 가까운 작품들 역시 종종 보이곤 합니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컴퓨터 게임 속에서 표현되는 환경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경우가 많으며 그 종류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마치 독립영화제와 같습니다. 다양한 성격의 미디어들이 다양한 VR 환경으로 구현이 되고 있는 모습이지요.  

콘솔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은 본디 그 맥이 같았습니다. 둘 모두 게임의 구동만을 위해 개발된 게임기기를 활용하는 게임입니다. 본디 매장에 거치하여 활용하던 오락실 게임이 바로 아케이드 게임이며 이러한 기기들을 소형화하고 보급화한 것이 콘솔 게임입니다. 이러한 콘솔, 혹은 아케이드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대량 생산 및 보급이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해당 매체의 장점과 동시에 단점으로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우선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플랫폼의 성능이 통일되어 있는 탓에 안정적인 개발이 가능합니다. 컴퓨터 기반의 게임을 개발할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려할 요소들이 적지요. 하지만 콘솔은 보통 해당 하드웨어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기업이 출판과 발매 역시 맡고 있는지라 개발되는 게임의 종류와 수량이 통제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통제는 해당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며, 비록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기업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경우 역시 있습니다. 그리고 콘솔이라는 매체의 특성 상, 게임을 위해 돈을 주고 기기를 구입한 사람들, 즉 게임에 대해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는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출시되는 게임과 그 안의 배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상당히 높습니다. 매번 이전에 보지 못했던 퀄리티의 작품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발매되는 게임의 수량의 한계와 기기 성능의 통제, 그리고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질적 기대감이 만나면서 콘솔 게임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양상을 띠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제작하는 대형 제작자들이 콘솔 게임 업계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이들은 어지간한 할리우드 영화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하여 오랜 기간 동안 게임을 제작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단점이 있는 것이 한정된 타이틀 내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야하는 탓에, 마치 할리우드 영화가 정확히 그러하듯이, 뻔한 게임과 공간 위주로 개발이 진행됩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예술적인 접근을 한다기보다는 수익이 보장되는 안전한 길만을 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사용자들이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콘솔 게임은 어디까지나 흥겹게 즐기고 마는 매체가 되고 컴퓨터 게임은 고뇌하면서 생각을 요구하게 되는, 마치 작품을 감상하듯이 즐기는 매체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에 요즘은 아예 처음부터 게임을 멀티 플랫폼으로 발매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초에 콘솔과 컴퓨터에 같이 호환이 되게끔 개발을 진행하여 동시에 발매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에는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탓에 역시 기존의 콘솔 게임들만이 제한적으로 취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보면, 향후 게임 속 VR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조경가 혹은 기타 실공간 설계를 훈련받은 인원들 역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둘로 나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조경 설계 회사 혹은 아틀리에 단위로 조직되는 지금의 조경 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중소기업 단위의 대형 설계회사 형태를 취하여 콘솔 게임 속의 환경을 제작하는 대형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이 되는 업체, 그리고 한두 명의 인원으로 조직되어 참신함과 예술성으로 단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아틀리에와 같은 업체들의 형태를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어떠한 형태가 되든지를 떠나서 높은 시장성을 요구로 하게 될 것으로 쉽게 예상이 가능합니다. 

전자의 경우에, 콘솔 게임을 제작하는 기존의 업계들은 해당 게임 내 환경에 기대되는 높은 질적 완성도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을 보여주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이러한 환경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인원들이 2D 디자인 혹은 일러스트 등에 익숙한 인원들인 탓이 컸습니다. 그에 반하여 실공간 설계에 익숙한 인원들이 해당 영역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작업에 소요되는 기회비용을 극적으로 줄이고, 완성되는 공간의 질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연구와 실험을 통하여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후자, 아틀리에 단위로 예술적인 접근을 꾀하는 게임과 그 환경을 설계하고 구현을 함에 있어서도 실공간 설계에 익숙한 인원들은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를 꾀한 기존의 게임들은 게임을 관통하는 룰, 혹은 캐릭터 등을 기반으로 한 참신함을 시장에 어필했었지만 상대적으로 그 안의 환경에 대해서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이에 반하여 과감한 공간을 설계하고 이를 게임화 하는 것이 가능한 인원들이 해당 영역에 유입된다면, 역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직까지 조경의 영역에서 게임과 그 안의 환경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을 시도한 사례는 지극히 적습니다. 학계에서의 접근도 없다시피 하며, 업계는 전무합니다. 하지만 그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은 누차 언급을 드렸듯이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더불어 정부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관련된 정부 프로젝트 역시 끊이지를 않고 있지요. 이러한 요구에 대해 학계와 업계에서는 신중히 접근을 하되, 제가 감히 조언을 드리고 싶은 대상은 특히 학부 과정의 어린 학생들입니다. 

아직까지는 조경학과를 졸업하면 설계회사 혹은 소수의 시공업체, 정부 기관 등이 전공을 살려 진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로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이미 조경 혹은 건축 전공자를 우대하고 있으며, 해당 영역으로의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원 역시 곧 그 수요가 늘 것입니다. 이에 누구보다도 탄력적으로, 이러한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지니고 보다 과감하게 접근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당장 무리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맞는 학생들 몇몇이 모여서 같이 작은 규모의 컴퓨터 게임을 기획해보고 그 안의 배경을 설계하여 구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동아리의 형태로 하여 게임 엔진을 배워보며 서로의 작품에 대해 논하고, 연구를 진행한다면 분명 짧은 기다림 안에 많은 영역들에서 손을 내밀고 협업을 요구하는 인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선 사례가 없는 만큼 많은 용기와 무모함마저 요구로 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언급하였듯이 기존 영역의 선입견 때문에 힘든 순간도 분명 올 것이고요. 하지만 여러분들이야말로 조경의 영역을 넓히고 그 위상을 올릴 수 있는 개척자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께 저희와 이 글들이 어떻게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자 김익환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소속 연구원은 석사 과정까지 조경 설계와 경관에 대해 배우고 익혔으며, 현재 가상공간 설계방법론이라는 주제의 박사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 공동저자 노승민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조경학과 석사 과정생은 향후 가상공간을 본인의 졸업 작품으로 다루고자 연구 중에 있다.
_ 김익환  ·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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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노승민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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