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조경인, 일상소품으로 조경알리기 앞장서

[인터뷰] 싱글벙글랜드 백규리, 온더브리즈 김유진
라펜트l김지혜 기자l기사입력2018-01-17
 ‘공간을 보는 새로운 시선, LANDSCAPE of CITY’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주로 조경가가 설계하는 공간인 공원을 통해 조경이 다루는 요소들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소품을 이용해 하나씩 소개하는 데에 목적을 두는 프로젝트이다. 이에 조경가가 일상적으로 설계하는 공원의 대표작인 홍콩의 구룡공원과 뉴욕의 브루클린 파크를 에코백과 티셔츠에 녹여냈다. 

아직은 사회 초년생으로 경험은 많이 없지만 조경을 알리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젊은 조경인 두 명이 있다. 싱글벙글랜드의 백규리씨와 온더브리즈의 김유진씨의 이야기이다. 대학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은 ‘조경’에 대해 고착화된 편견을 깨고, 조경가란 일상을 항상 함께하며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2016년 한차례 텀블벅 플랫폼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백규리씨가 먼저 손을 내밀어 진행됐다. 

조경에 대한 편견을 깨고,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했던 젊은 조경인 두 명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들어보았다. 

싱글벙글랜드 대표 백규리, 온더브리즈 대표 김유진



'공간을 보는 새로운 시선, LANDSCAPE of CITY'프로젝트 소개 및 진행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백규리(이하 백) : 싱글벙글랜드에서 했던 지난 프로젝트는 모두가 쉽고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꽃’을 새긴 탄생화 목도리를 통한 친근한 조경의 모습이었던 반면 이번 프로젝트는 조경 공간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점으로 삼았다. 책으로 치자면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서문이었고 이번 프로젝트는 본격적인 챕터 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조경가가 설계하는 공간인 공원을 통해 조경이 다루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을 뒀다. 많은 공원 중 인기 여행지이면서 지난해 답사를 다녀왔던 ‘홍콩의 구룡공원’과 ‘뉴욕의 브루클린 파크’를 선정했고, 각 공원의 서로 다른 특징을 고스란히 에코백과 티셔츠에 담았다. 


김유진(이하 김) : 취업과 졸업 전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비 관심분야 일수도 있는 것들을 일상 속에 담아내어 누구나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온더브리즈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조경, 도시, 드로잉, 디자인 등과 같은 다양한 나만의 관심사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던 차에 당시 설계사무소실습생 시절 사수였던 ‘싱글벙글랜드’의 백규리 대표에게 조경 알리기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실습기간동안 배웠던 조경의 폭넓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조경을 나무와 잔디를 비롯한 공원에만 한정지어 생각하는 비조경인들에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매일 접하는 도시공간에도 조경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린다는 취지가 제가 느꼈던 생각과 부합하여 함께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됐다.



프로젝트가 진행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학업 혹은 일을 병행 했을 텐데, 힘든 부분은 없었나.


: 설계사무소의 신입사원으로 지난해 바쁘게 지냈다. 그러나 프로젝트들도 끝나거나 한가한 때는 ‘학교 다닐 땐 그 많은 과제와 대외 활동들도 며칠 씩 밤을 새가며 다 했는데 지금은 왜 그렇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설계, 더 나아가 조경을 열심히 배우고 이외 시간에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열심히 조경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탄생화 목도리를 진행할 당시 이런 제품의 제작과정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진행하여 시행착오도 많고 초기 준비비용도 굉장히 많이 발생했었다. 이번에는 실수를 최소화하고 처음부터 제대로, 빠르게 업로드 하자는 생각으로 제품 기획, 구매, 제작 등의 전 과정에서 꼼꼼함을 우선으로 했다. 


하다 보니 더 욕심이 나 제품 퀄리티에 자연스레 더 신경 쓰게 됐다. 회사에 있는 동안엔 유진 씨가 거래처에 제품을 맡기러 가고, 퇴근하고는 함께 칼바람을 맞으며 동대문 곳곳을 돌아다녔다. 너무 추워서 손에 감각도 안 느껴졌지만 원하던 원단을 찾았을 때의 그 기쁨은 아직도 매우 생생하다.


: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설계사무소 실습을 마친 직후인 12월 초이다. 가장 먼저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도시공간과 조경공간을 선정하였고, 그 공간의 특성을 일러스트로 담아냈다. 그 후 동대문을 돌며 일러스트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프린팅 기법을 조사하고 업체를 선정했다. 


12월 말에는 의류 판매 관련법인 ‘전안법’의 검토시기와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전안법이란, 의류 색상, 디자인 등 각각마다 국가에서 kc 인증마크를 받아야 판매가능한 법안이다. 하지만 이 인증을 받으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굳이 안전이 중요하지 않은 의류에 왜 그런 절차를 밟게 하냐는 반발이 컸던 것이다. 또한 만약 전안법이 통과된다면 kc인증을 받지 못한 우리를 포함한 소상공인들은 졸지에 범법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었다. 이후에는 순조롭게 샘플 촬영,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업로드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김유진 온더브리즈 대표


ⓒ김유진 온더브리즈 대표


크라우드 펀딩방법을 이용하여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그 방법이 가진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프로젝트 진행시 팁을 준다면?


 : 먼저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도 있는데, 이는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의 합성어로 플랫폼을 이용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방식 중 우리는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를 선택했는데, 이는 목표액을 정해두고 후원금이 목표액을 달성했을 때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되는 제도이다. 우리와 같은 큰 초기자본을 가지고 시작할 수 없는 신진 디자이너에게 크라우드 펀딩이 유용하다. 후원금을 먼저 받아 물건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에 앞서 몇 가지의 팁을 드리자면, 우선 목표액을 너무 높게 잡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큰 돈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알리고 조경이라는 분야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펀딩 성공’이 가장 중요했다. 목표액을 달성해야만 물건을 제작하여 후원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한 목표액을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가장 주력한 방법은 무엇인가?


: 물론 제작한 우리들 눈에야 제품이 예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별로이면 어떡하나 걱정도 많았다. 둘째 날부터 후원자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단순히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조경을 알리려고 진행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모금액이 달성되어야 제품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그로서 우리의 목적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유행하는 ‘감성’을 자극하여 20·30대의 흥미를 끌면 어떨까 생각했다. 저와 유진씨도 그렇듯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와 식당을 가는 것은 많은 청장년층의 취미이기도 하고, 또 그 사진들을 SNS에 올려 2차적 마케팅 효과도 낼 수 있다. 따라서 홍보용, 착용 사진을 촬영할 때 도 조금 더 현재 트렌드에 맞춰 찍고 게시글을 쓸 때에도 덤덤한 말투로 적었다.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확실히 제품에 대한 관심이나 흥미가 높아지고 문의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SNS중 ‘인스타그램’을 주로 이용하여 홍보했다.



각자 자신만의 플랫폼을 운영하고 계신다. 어떤 팀인가? 


백 : 싱글벙글랜드는 환경과조경 통신원으로 인연을 맺은 조유진 씨와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다. 조경을 공부한다고 하면 흔히들 ‘나무 심는 일’이라고 획일하게 생각하는 대중에 대해 답답함을 느껴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다. 건축분야뿐만 아니라 조경도 우리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건축뿐이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조경 분야가 공원 설계 및 유지관리에서부터 도심 속 골목길 조성, 집에 있는 화분의 배치까지 우리들의 일상에 녹아들어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팀의 명칭은 표현하고 싶었던 3가지의 의미가 모두 포함됐다. 조경분야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자연의 싱그러움과 어린 꽃봉우리를 피우는 꽃처럼 조경을 알리기 위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랜드스케이프(조경)의 랜드. 중의적 표현으로 싱글벙글 웃는 그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싱글벙글 랜드는 단순히 조경을 알리는 것이 아닌 폭 넓은 조경을 비조경인에게 알려 많은 사람들의 니즈와 생각이 우리(조경인)의 설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경에 대한 인식과 조경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들이 더욱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안하고 있다. 


 : 취미인 일러스트를 통해 조경, 도시, 드로잉, 사회 공언 등 다양한 관심을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상했었다. ‘온더브리즈’는 그러한 저의 관심사를 일상 속 제품에 투영해 그것들의 가치 상승에 기여하고 사회 속에서 재조명되기를 원하는 염원을 담았다.


일상 속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따스함으로 자리한다. 이처럼 나의 관심이 담긴 제품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산들바람처럼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온더브리즈라는 명칭이 탄생했다.



두 단체의 앞으로의 계획은?


: 단기적 계획으로는 다음 프로젝트를 ‘국내 조경가와 조경회사’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경학과 학생들도 학과 수업을 들으며 해외 조경가는 많이 알게 되지만 졸업할 때가 되어야 국내 조경가와 조경회사들에 대해 알아보곤 한다. 국내에서도 경의선 숲길, 서울숲, 선유도공원, 한강공원, 아파트, 카페 등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도 조경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장기적인 계획도 있다. 대학에서 국제학과와 환경조경학과를 복수전공할 당시 조경을 국제학과에서 재밌게 배웠던, 마케팅, 기획과 같은 분야와 융합한다면 더욱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타켓층을 입소문 효과가 활발히 일어나고 SNS 등의 이용과 같이 파급효과가 큰 청장년층으로 설정하여 조경적 요소가 담겨있으면서 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가질만한 감성적인 아이템을 다시 한 번 제작해보고 싶다. 


또한 조경 설계에 사람들이 관심과 흥미를 가지는 키워드 또는 트렌드를 접목시켜보고 싶다. 주변 지인들은 경의선 숲길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여유, 느림, 감성 등이 넘치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이렇게 대중적인 관심사를 조경 설계에 좀 더 효과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방안을 생각 중에 있다. 


: 올 해 2월 조경학과의 졸업을 앞두고 있다. 온더브리즈라는 저의 플랫폼이 첫 단추를 꿴 만큼 졸업 후 설계회사에 들어가서도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다양한 조경 분야와 협업하여 조경을 알리기에 앞장서나가고 싶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이번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먼저 조경 설계회사로의 취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유독 설계라는 분야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 한 조경 설계 회사에서 실습근무를 할 당시에, 내가 왜 설계를 배우고 싶은지, 설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떠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은지, 더 나아가 그 공간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어떻게 자리했으면 좋겠는지 다양한 생각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혼자만의 생각으로 가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온더브리즈의 김유진으로서도, 조경 설계가 김유진으로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김유진 온더브리즈 대표

ⓒ김유진 온더브리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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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김지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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