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조경기사 자격증 시험과 관련하여...

이재욱 논설위원(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외부법제대응위원장)
라펜트l이재욱 외부법제대응위원장l기사입력2018-02-01
조경기사 자격증 시험과 관련하여...




_재욱(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외부법제대응위원장
                                        조경기술사, 도시농업관리사)




무술년 연초부터 조경계 주요 언론사 두 곳에서 조경기사시험과 관련한 기사를 게재하여 조경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과 관심이 있었으며, 몇 년째 이어오는 조경기사 합격률에 대한 문제점에 대하여 공론화를 시도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음에 무척 반가운 기사였었다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조경 전문 모 신문사에서 “조경기사 합격률 저조... 조경계 책임 크다.”라는 제목으로 조경기사 필기시험 합격률이 낮음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주요 골자는 인접 분야의 기사 합격률이 평균 30%를 웃도는 데 반해, 조경기사는 10%대라는 점, 시험과목 수가 타 분야보다 1~2개 많다는 점, 이에 따라 응시생이 줄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공단 관계자의 말을 빌려 과목 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어 조경계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으로 글의 맺음을 하였다.

여기서 먼저, 모 신문사의 기사 전개에 문제점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며, 다음의 과정평가형자격시험과 결부시켜 개인의 의견을 게재하고자 하니 큰 오해는 없기 바란다.
조경기사시험 필기 과목은 알려진 바와 같이 총 6과목으로 조경사, 조경계획, 조경설계, 조경식재, 조경시공구조학, 조경관리론이 있다. 6과목 중 한 과목이 줄어들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것이며 그러면 합격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었으며, 기사시험에서 역사에 대해서 시험을 치르는 과목은 거의 없으므로 축소과목으로 ‘조경사’가 그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조경사’라는 과목을 하나 줄이면, 기사 합격률이 30%를 넘어가게 되고, 조경기사와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모든 조경인들이 바라는 제도로 개선되는 것일까? 필자에게 이 물음에 대해서 답을 물어본다면, 결단코 합격률이 30%를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특히 ‘정원’에 관한 한 더더욱 조경의 손을 떠나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15년 초, ‘수목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법률명칭을 개정하면서 정원을 산림청 사업으로 마련하였다. 2017년 9월, 산림청에서는 1000일 동안 10대 과제를 추진한다고 밝혔으며, 그 세부내용으로 대학에 정원교육 정규과목과정 신설, 정원사의 국가공인 민간자격 및 국가 자격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산림청에서 정원법 제정을 시도할 때마다, 조경계에서는 ‘조경의 역사가 정원의 역사이며, 정원이 곧 조경이다.’라는 논리를 들어 조경기사 시험과목에 ‘조경사’가 있음을 근거로 들어 정원은 조경의 것임을 주장해 왔었다. 만일 조경기사시험에서 ‘조경사’를 삭제한다면, 산림청은 감사한 마음으로 ‘조경사’를 ‘정원사’로 용어만 바꾸어 10대과제중 하나인 정원사의 시험과목에 포함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는 산림청에서 정원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며, 산림청에서의 정원사업을 조경기술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산림청에서 정원 교육 정규과목과정 신설, 정원사의 자격 신설을 추진한다면 조경계와 상생할 의도가 없음을 천명하는 것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다.

‘조경사’가 안 되면 다른 과목을 축소해야 할까? 필자는 과목 수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다. 과목 수보다는 문제의 난이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기출문제로 예를 들어보면, 설계속도 100km/hr에서 자동차가 회전할 때 원심력에 저항할 수 있도록 편경사를 묻는 문제(2013.09.28.조경시공구조학), 부정정 보에서 C점에 작용하는 휨모멘트 값(2013.09.28., 조경시공구조학)을 묻는 문제의 경우 필자가 30년 가까이 조경계에 종사하면서 한 번도 계산해 본적이 없으며, 계산한다 한들 어차피 도로나 구조기술사의 도장이 없으면 인・허가를 받을 수 없는 내용이다. 조경식재(2013.03.10)의 경우 20문제 중 10문제가 학명으로 출제되었는데, 이 정도면 학명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실무에서 과연 이정도의 비중을 가져야 할지 의문이다. 정작 중요한 수목감별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비추어볼 때 과목 수의 축소를 논의하기에 앞서 산업인력공단과 협의해서 실무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 문제와 기사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들을 걸러내는 작업이 우선일 것이며, 나아가 합격률을 고려해서 시험 문제의 난이도를 낮춘 문제를 단시간에 대거 만들어서 출제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물론 아래에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간단하지만은 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조경(산업)기사 과정평가형, 능력없으면 못딴다.(2018.01.16.)”라는 제목으로 본지에 기사화된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공교롭게도 두 언론사가 1월 16일 동시에 게재했다.

과정평가형 자격이란 NCS 능력단위를 기반으로 해서 조경산업기사는 600시간, 조경기사는 800시간을 이수하고 내외부평가 평균 80점을 획득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음이 주 내용이다. 인접 분야인 토목, 건축, 산림 등에서는 움직임이 없는데, 조경분야에서 시작을 한다고 하니 기대 반 걱정 반의 생각들이 많아 보인다.

국가자격시험을 통한 자격증 획득은 당분간 이전과 같이하는 방식인 검정형(필기‧실기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과 새로운 방식인 과정평가형을 통해 가능하다. 국가에서는 이제까지의 자격취득 방식인 검정형에 문제점(대학과 현장 간 전문기술의 부정합)이 있다고 보고 현장 및 실무중심의 과정평가형을 통해 자격을 주고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 주 골자이다. 항간에는 이전 정권에서 시작했으니 이번 정권에서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정권 들어 더 강경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즉, 검정형과 과정평가형 두 가지를 병행하다가 어느 순간엔가 과정평가형으로 무게의 중심추가 기울어지면 검정형은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 될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인접 분야인 건축, 토목은 가만히 있는데, 조경이 먼저 치고 나갔을까? 그 이유는 앞에서 다룬 조경기사시험 합격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 다룬 바와 같이 검정형의 합격률이 낮으므로 과목수를 축소하든가 난이도를 낮추어한다. 그런데 과목 축소의 경우 어떠한 과목을 막론하고 담당 교수님들의 이해관계와 더불어 ‘조경사’를 예로 들어 산림청 등 외적 요인이 있음을 위에서 살펴봤다.
난이도 축소의 경우 실제 쉽지 않은 방법이다. 산업인력공단에서는 여러 출제자(조경분야 학・업계)들로부터 문제를 받아서, 검증(역시 조경분야 학・업계)까지 거친 것을 은행 방식으로 모아두었다가 출제를 하는 것인데, 그것이 하자가 있다고 할 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에게 물을 수 있겠는가? 원인은 실무와 동떨어졌거나 합격률을 고려하지 않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출제한 출제자(조경분야 학・업계)와 검증자에게로 귀결이 된다. 결국은 내부의 문제인 것인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게 되는 구조이다.

조경기사 합격률과 관련해서는 2011년부터 논의가 되었었는데 아직도 해법을 찾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며, 학생들은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침 과정평가형이라는 자격제도가 장단점의 혼재 속에서 기사합격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어 보여 조경분야에 도입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기사합격률과 과정평가형의 도입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은 위와 같으며, 이제는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해봐야 할 때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정원의 역사가 조경의 역사이며, 조경의 역사가 정원의 역사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조경진흥법이라는 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조경을 국가업무(특히, 국토교통부 업무)로 규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산림청에서 조경의 다른 말인 정원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 수수방관하며, 오히려 그즈음 시공분야에 한하여 산림기술자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조경기술자 자격을 취득한 것에 갈음하는 제도를 마련하였고 조경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조경을 진흥하겠다고 제정한 조경진흥법 시행 원년에 말이다. 이는 이전 정권에서 추진한 규제완화정책이 그 배경이며, 토목, 건축이 주축인 국토부에서는 조경을 규제로 보고 있다. 물론, (환경부와 더불어) 산림청에서는 공원‧녹지(도시숲)을 규제로 보지 않고 미세먼지 가득한 국토환경을 정화‧개선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키거나 확대해야 하는 사업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을 강조하다 보면 논제가 삼천포로 빠지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다음번에 말을 잇도록 하겠다.

조경기사 합격률의 저조에 더해 최근에는 응시생마저 큰 폭의 수치로 감소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조경기사 응시생은 10,147명, 산림기사 응시생은 3,306명이었으나, 2016년에는 조경기사 4,289명, 산림기사 5,026명으로 아예 응시생이 역전되었으며, 별도의 비교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수치가 말해주는 의미는 알 것이다. 또 조경기사에 응시하던 학생들 상당수가 산림기사로 방향을 돌렸음을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식이 통하는 자격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산림청은 규제강화를 하는데, 국토교통부는 규제 완화를 한다며 조경자격을 산림자격에 내어 주었다. (물론 시공만 내어주었고, 설계까지 내어주지는 않았다.) 그 결과가 위의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경기사 합격률을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잘못된 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다행히 이번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라고 천명하셨다. 조경기사와 산림기사를 동등하게 인정하던지, 그것이 안 된다면 산림기사를 취득하면 조경기사를 인정해주는 (규제개혁이라며 시행하고 있는) 악법은 중지되어야 할 것이다.

짧은 지면에 많은 내용을 담은 것 같으며, 읽는 분들에게 산만함을 주는 듯해서 필자의 의견을 몇 가지로 간추려 정리하도록 하겠다.

첫째, 조경기사 검정형 시험의 경우 과목축소보다는 실무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는 폐기하고, 합격률을 고려한 난이도 조절에 초점을 맞추어 산업인력공단 관계자와 협의해야 한다.(기존 출제문제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상당히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둘째, 과정평가형 시험의 도입배경이 검정형 시험의 합격률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시작되었으므로, 인접 분야와 유사한 합격률을 견지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경기사로서의 기본적 자질은 갖추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며, 이는 평가하는 조경전문가의 몫으로 검정형에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상식이 통하는 자격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조경계 리더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학‧업계에서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을 가져주어야 할 것이다.
_ 이재욱 외부법제대응위원장  ·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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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wu2004@daum.net

네티즌 공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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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90년대 초반에 기사1급 필기에 합격하고 실기기한이 지나서 마흔이 다되서 기사시험을 다시 보았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의도적으로 난이도를 높인듯한 문제들... 20년 가까이 조경설계직에 종사한 저로써 이러한 문제들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의구심화 회의감이 가득찼었습니다. 운좋게 여러번 시험끝에 함격을 하기 했지만, 졸업하는 조경청년들을 위해서도 난이도의 조정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8-02-08
Rookie빵 공감합니다.
2018-02-07
yhk817 공감합니다.
또한, 산림분야 자격과 조경분야 자격을 동등시 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조경이 식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설물,포장의 비율도 그에 못지 않게 높습니다. 나무 심는게 조경이라는 인식이 문제입니다.
2018-02-02
참으로 시의 적절한 논설입니다. 난이도 조정과 관련해서는 과거의 문제점을 시인하고 관련 전문가 TF팀을 만들어 하루라도 빨리 실행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2018-02-01
공감합니다. 문제은행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기시험도 천천히 CAD로 전환할 필요도 있어보입니다.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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