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홍배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장

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임기를 끝내며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8-02-25
1959년 설립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어느덧 7천명에 가까운 개인회원과 다양한 공공 및 민간기관들의 단체회원으로 구성된 명실 공히 우리나라 도시계획 분야를 대표하는 학회이다. 국가기반시설 공급부터 신도시, 세종시와 혁신도시에 이르기까지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과 균형발전을 위한 도시개발을 주도해 왔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세계화, 정보화, 저출산, 고령화 등의 여건변화에 대응코자 새로운 계획 담론과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통일 후 북한의 국토·도시계획, 개발도상국으로의 도시수출 등의 미래 과제에도 주력하고 있다.

2018년 2월 말로 회장 임기를 마치는 김홍배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장을 만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 대해 들어보고, 앞으로 균형 잡힌 국토개발과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들어봤다.

김홍배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장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소개 및 신년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술년이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중순입니다. 늦게나마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해 모두 건승하시고 댁내 건강과 기쁨 그리고 행운이 늘 함께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올해는 지방 선거가 있어 다양한 도시와 지역관련 정책 이슈들이 제기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러한 이슈들에 대해 우리 학회가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도시나 지역에 맞는 계획과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필요한 이론적 토대를 만들겠습니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도시계획 및 개발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회입니다. 공간에 관한 모든 이슈가 학회의 주 관심사이며, 연구의 대상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국토계획과 도시계획 그리고 산업단지개발과 SOC계획, 신도시계획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따라서 우리 학회의 역사가 바로 우리나라 국토 및 도시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기기간동안 학회장으로서의 성과 및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모든 조직이 건강해지려면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시스템이 먼저 구축되어야 합니다. 리더가 바뀜에 따라 시스템이 바뀐다면 그러한 조직은 방향을 잃고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학회는 그동안 능력이 출중한 회장님들이 많이 계셔서 학회가 크게 성장해 왔으며, 새로운 시스템도 많이 구축되었습니다. 저는 2년 전 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지속적인 학회의 성장을 위해 구축된 시스템의 안정화가 필요함을 강조하였고, 지금까지 시스템의 안정화와 분권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였습니다. 
 
우리 학회에는 44개의 위원회가 있고, 각 위원회는 학술과 연구 등 고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각 위원회가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위원회 활동에는 많은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러 위원회를 잘 이끌어주신 위원장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뽑는 건 실로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회장으로 한 일들이 모두 동일하게 중요하였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스마트도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도시 조성에 있어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스마트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사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스마트도시란 스마트 기술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도시이며, 창출된 스마트 기술로 인해 도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유연성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도시에 건물이나 시설이 지어지면 공간적 이동의 제약으로 인해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도시가 빠른 환경이나 기술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는 것이 스마트도시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스마트도시 조성에 있어 중요한 점이 바로 종합성입니다. 스마트도시는 정보통신기술이 전적으로 기반이 됩니다만 다양한 스마트기술을 도시전체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도시계획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스마트도시의 개발과정에 도시계획이나 공간계획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도시전체의 밑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스마트도시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많은 스마트피플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피플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환경과 기술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젊은 연령층이 대표적인 스마트피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이면 모르겠지만, 지방의 소도시 경우 스마트피플을 확보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도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각 도시는 특히 지방도시는 젊은 계층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5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지방분권이 필요할 텐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과거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급격한 도시화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루어져 수도권에만 과도하게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의 11%이지만 2016년 현재 인구와 GRDP는 약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문제, 교통 혼잡, 공해 등 다양한 외부비용 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과거부터 많은 정책이 집행되었습니다. 특히 참여정부는 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10개의 혁신도시와 행정도시인 세종시 건설 등을 추진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균형발전정책은 한마디로 말해 수도권이 가지고 있던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이른바 기능의 분산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인구가 증가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말해 기능의 분산정책이 한계가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분권을 기반으로 한 국토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분권은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정책에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통일 후 본에 있었던 중앙정부의 기능들이 베를린으로 옮겼지만 그러한 이동이 국토전체와 주변지역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그 만큼 분권을 바탕으로 한 지방자치제가 성숙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중앙집권체제가 강하기 때문에 지방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이른바 분권적 균형발전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권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각 도시와 지역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지방도시의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 분권은 오히려 불균형 발전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분권 이전에 지역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 보고, 그 다음에 분권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분권적 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한다면 우선은 특정 도시나 지역을 대상으로 파일럿테스트(pilot test)를 해서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를 보완하여 전국에 확산시켰으면 합니다. 다시 말해, 시범지역을 선정하여 분권정책을 실시해 보고,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서 보다 더 유용한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홍배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장

기후변화, 세계화, 정보화, 고령화 등 지구적 이슈 앞에 도시 또한 체질개선을 시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요?

이러한 이슈들은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하고도 절박한 것들입니다. 도시 계획가들은 이러한 이슈들을 도시계획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그에 맞는 도시비전과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왔습니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에 대비한 저탄소도시, 세계화에 대비한 세계도시, 정보화에 대비한 유비쿼터스도시와 스마트 도시, 그리고 고령화에 대비한 슬로우 시티 등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계획파라다임을 정립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모든 이슈를 완벽하게 반영할 수는 근본적으로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각 도시가 처한 환경이 모두 다르고 도시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도시나 지역의 역량에 맞는 맞춤형계획이 중요합니다. 

강조하자면 도시나 지역의 고유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도시 및 지역계획이 되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도시와 지역이 갖고 있는 진정한 고유의 가치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너무 외부환경 변화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도시나 지역의 고유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나 지역에 적합한 맞춤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계획가들이 해당 도시나 지역에 진정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계획에 임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지속가능한 도시, 경쟁력 있는 도시, 살기 좋은 도시 그리고 주민들이 자긍심과 애정을 갖는 도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통일을 대비해 북한의 국토·도시계획을 위해 학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통일은 국내외적인 여건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갑자기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서울과 평양간의 대도시권 계획을 비롯하여 북한의 국토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경험 등 많은 연구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연구의 연속성에 있습니다. 통일관련 연구가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연구가 되어야 깊고 구체적인 연구가 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통일관련 연구를 대외비로 하지 말고 과감히 개방하여 자료와 지식을 축척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가 계승시키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저는 우리 학회가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믿습니다.  

지금가지 법률과 경제나 토지, 화폐에 관한 제도정비 등 많은 부문에서 활발하게 통일을 준비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공간차원에서의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생각입니다. 공간측면에서의 준비는 바로 어느 공간이 어떤 규모로 무슨 기능을 담당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부문이 잘 준비되었다고 하여도 공간측면에서의 준비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통일이 되면 많은 갈등과 혼란이 발생하게 됩니다. 공간의 문제는 실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통일을 준비를 하는데 있어 국토와 도시계획가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건 총론적으로는 동의하면서 각론적 (여기서는 공간적)으로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꾸준히 공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왔습니다. 통일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도 조선일보사와 함께 통일공모전을 매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공모전을 통해 미래의 계획가가 될 학생에게 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난 임기를 되돌아본 소감 및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어떤 기관이건 기관장들이 이임사를 할 때 빠짐없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과없이 끝나서 기쁘다.’ 입니다. 저는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 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대과없이 학회장을 끝내고 새로운 회장단에게 역할을 넘겨드린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기쁩니다. 

그 동안 다양한 현안과제가 있었지만 회장단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해 주셔서 무사하게 임기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부회장님들과 상임이사 및 이사님들께 감사드리고, 특별히 학회 사무국 직원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절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소통의 중요성입니다. 그리고 집단의 지혜가 개인의 신념이나 생각보다 항상 우선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생각의 범위가 넓고 깊어졌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은 차기 회장님께 인수인계할 때 꼭 전하려고 합니다.) 

학회회장의 소임을 다하고 다시 교수로 돌아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교수 임기도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사용하려고 하며, 교수 본연의 역할, 즉 교육과 연구 그리고 학교봉사에 좀 더 충실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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