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한반도의 명승, 남과 북이 함께 누려야 할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

이원호 논설위원(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명승·전통조경·천연보호구역 담당)
라펜트l이원호l기사입력2018-02-25
한반도의 명승, 남과 북이 함께 누려야 할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




_이원호(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명승·전통조경·천연보호구역 담당)

 

동계올림픽 사상 역대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수도 100여개가 넘는다. 비로소 대한민국은 세계 8번째로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모두 치른 나라가 됐다. 그러나 이번 평창에서 세계 각국의 언론이 앞다투어 전하는 머리기사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남·북한의 단일팀 구성과 북측 고위급 인사들의 평창방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한반도가 북측의 핵실험 공포로 뒤덮히고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까지 예측되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반전의 순간이었다.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남·북한의 선수들 뒤로 손을 흔드는 남북 고위급인사들 가운데는 벅찬 눈물을 끝내 감추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남북통일도 머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북핵을 중심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정세는 예측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서로 얼싸안고 승리를 다짐하는 남북선수들의 하나된 모습을 보면 우리는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김새도 그렇거니와 남한의 가요를 곧잘 부르는 북측의 응원단을 보면 우리는 분명 한민족임에 틀림없다.

돌아보면 이념과 체제가 가져온 분단의 세월 속에서도 약속이나 한 듯 함께 지켜온 것들이 참 많다. 효사상과 한복, 결혼풍습, 설 명절 등 민속명절까지... 그 중 하나가 북한도 우리처럼 명승 문화재를 지정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금수강산으로 알려져 왔으니 조선시대 만해도 남북한을 통틀어 명승지가 도처에 있었다는 것은 당연하다.

남과 북의 문화재는 1933년 제정된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에 의해 보호·관리되었다. 1962년 남한이 별도의 문화재보호법으로 분리하면서부터 1964년에 남한에 명승지정기준이 제정되고 남과 북의 명승문화재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명승은 일반명사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뜻한다. 남한의 문화재보호법에서는 ‘경치 좋은 곳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크고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한에서 명승이 될 수 있는 곳은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 동물·식물의 서식지로서 경관이 뛰어난 곳, 저명한 경관의 전망지점, 역사문화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곳, 저명한 건물 또는 정원 및 중요한 전설지 등 종교·교육·생활·위락 등과 관련된 경승지,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른 자연유산 중에 관상적, 미관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으로 구분하고 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에는 명승을 ‘자연의 경치가 뛰어나게 아름다워서 이름난 고장’이라 정의하고 있다. 명승지는 ‘아름다운 경치로 하여 이름난 곳’으로 적고 있다. 이와 유사한 말로는 ‘경승지’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명승지, 천연기념물보호법에서 명승지에 대한 정의를 보면 ‘명승지는 아름다운 경치로 이름이 났거나 희귀하고 독특하며 학술교양적 의의로 국가가 특별히 지정하고 보호하는 지역’이다. 명승정책의 기본은 ‘인민들의 문화생활과 건강증진을 보장하는데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북한매체들이 우리가 여러 곳에 명승지를 잘 꾸려놓는 것은 명절날이나 쉬는 날에 인민들이 마음껏 즐기며 놀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선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화생활’은 다른 뜻으로 ‘사상문화생활’이며 사상은 ‘주체사상과의 결합’을 의미한다.

북한이 명승지의 선정기준에서 강조하는 ‘력사적 유래’도 바로 ‘주체사상’과 연결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인간 력사창조물의 명승지’인데 이는 결국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고양과 주체사상 교양이라는 기능이 주를 이뤄 우리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게 된다.

남한의 명승은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곳을 일컫는데 비해 북한의 경우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곳과 선군사상을 고취할 수 있는 곳으로 명승지들이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의 명승지 가운데 북한 사회의 ‘수령’인 김일성·김정일에 대해 충성심을 고양할 수 있는 혁명전적지와 혁명사적지들이 가장 중요한 곳이다. 국민들에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마저 주체사상으로 중무장시키는 시간으로 삼고 있다는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아름다운 우리국토의 금수강산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는 정책의 목적은 다르다 해도 자원의 가치를 보존하려는 태도가 동일하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남한의 문화재보호법과 문화재정책은 중국 등 주변국가에 비해서 강력한 규제 일변도로 이름나 있다. 북한의 경우도 명승지의 자연환경을 보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저명한 풍경명승학자인 북경대 세계유산센터의 천요화 교수에 의하면 북한은 명승지를 개발하는데 있어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명승지는 자연환경을 다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광지로 꾸려야 한다고 그들의 장군님이 지시했다고 한다. 또한 풍치 좋은 곳에는 호텔을 건설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고 요즘 세계적으로 문제시되는 환경오염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명승지를 꾸리는 사업도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철저히 자기식대로 해야 하고 장군님께서 밝혀주신 제일강산 우리 조국의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바위 하나라도 손색이 가지 않고 영원히 그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게 하는 명승지보존원칙을 철저히 준수한다고 했다.

이를 보면 북한이 주체사상에 빠져있으면서도 명승을 이루는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생각된다.

현재 북한의 명승에 관한 세부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등 각 지역에 북한의 명승지들을 소개하고 이를 관광자원화 하여 외화벌이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중국에 소개되는 북한의 명승지는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백두산과 금강산, 묘향산, 칠보산, 구월산 등이 있다. 평양과 개성, 원산, 남포, 사리원, 함흥지구 등이 주요 관광지로 되고 있는 것이다. 평양에서는 주체사상탑,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단군릉, 동명왕릉을 대표로 꼽는다. 개성에서는 판문점, 고려박물관, 왕건왕릉, 공민왕릉, 령통사 등이 유명하다. 원산과 함흥에서는 해수욕장으로 송도원과 시중호가 있으며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와 마전유원지 등을 명승지로 소개하고 있다.

남포에서는 서해갑문과 평양골프장, 룡강온탕원에서의 체육 및 치료, 역사유적들인 강서세무덤, 덕흥리무덤이 주요 대상지다. 사리원에서는 민속거리, 정방산, 성불사 등이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 백두산밀영고향집과 묘향산을 비롯하여 삼지연대기념비, 국제친선전람관, 보현사 등을 돌아보는 백두산, 묘향산관광이 명승지 관광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현재 유엔의 대북제제로 인해 외국인의 명승지관광이 단절되었다. 현재 북한의 명승지는 문화경관이 압도적인 듯하다.

조선시대 한반도 120곳의 명승을 주제로 한 말놀이의 일종인 청구남승도에는 남한과 북한의 명승지가 고루 소개되어 있다. 당시 명승에 대한 국민적 저변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후 우리 민족은 분단되었으나 선조들의 명승은 아직 우리 산하에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는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초단계로 우리 산하의 아름다운 명승지에 대해 서로 알고 다녀갈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현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문화와 체육, 관광으로 얼마든지 끊어진 육로를 다시 이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서도 증명되었다. 동독과 서독의 경우를 보더라도 서로간의 민간부분 왕래 끝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수 있었다. 이것이 우리국토의 명승을 더 이상 일부계층의 선전도구가 아닌 본래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로 돌이킬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북한의 해안가 절경

북한의 명승지의 하나인 해수욕장 전경

백두산 천지

동해명승가


참고문헌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2009), 국제학술 심포지엄 자료집 명승의 현황과 전망, 이우영-북한의 명승지 정책과 특징

 

_ 이원호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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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garden@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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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남한의 법, 남한의 명승 등 남한으로 계속 등장하는데 북한과 대조해서 소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하더라도, 우리나라 또는 한국 표현으로 정정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201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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