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유산보호의 개념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라펜트l신현실 선임연구원l기사입력2018-03-04
세계유산의 중심에 서다 :
제 1편 유산보호의 개념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_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유산(遺産)’이란 선대가 남긴 가치 있는 물질적·정신적 전통을 말한다. 대부분 인간의 삶과 관련된 것이고 우리 의식주를 이루는 주변의 흔한 것들이다.

오늘날 유산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할 마땅한 것으로 우선시된다. 그러면 유산보호의 개념은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우리 조상이 사용했던 귀한 장신구들과 건물들을 왜 인간의 삶에서 격리한 채 소중하게 모셔두기 시작했는지, 과거에는 평범한 생활도구였는데 그 희소가치가 급상승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 해답을 먼저 박물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박물관의 설립은 1682년 애쉬몰리언 박물관이 최초이며 대중에게 전시를 목적으로 연 것은 1811년~1897년 지어진 덜위치 픽쳐 갤러리가 최초다.

그러면 ‘유산’이라는 개념은 언제 등장했을까? 1758년 스위스 법학자 emmerich de vattel이 <국가간의 법률>이라는 저서에서 공식적으로 인류의 공동 유산이라는 ‘유산’ 개념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그 후 1874년 <전쟁법규와 관례에 관련한 국제 선언>을 통하여 역사문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전쟁으로 소실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한 유형의 문화재(문화재는 그 시대를 대표할 만한 뛰어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들을 말한다)에 대해 유산의 개념을 적용해 보호하고 복원하려 한 의도였다.

이후 백 여년 동안 보존학자들은 보존의 개념에 대하여 끊임없는 입장차를 보여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유산 보호의 개념은 유산헌장 반포의 필요성이 공동으로 인식되면서 유산에 대한 효과적인 보호,이용과 관리를 위해 형성된 것이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의 평화 협정 즉, <베르사유 조약>에 근거하여 국제 연맹( League of Nations)이 창립되었고, 이 국제연맹소속의 국제 지적 협력 위원회가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하여 1926년 국제 박물관 사무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그 후 1931년에 아테네에서 개최된 역사 고적 건축사와 기술사 국제회의에서 <역사 고적 수리 이원에 관한 아테네 헌장>을 통하여 세계유산 보호의 필요성과 역사유적 보호의 중요성이 논의되었고 이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도 제창되었다(당시만 해도 여전히 각국에 세계유산에 대한 정의사용 및 의견에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1943년이 되면서 13개국의 약 40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MFAA(Monuments Fine Arts, and Archives program)군민합동 보호기구를 조직하고 전쟁으로부터 유럽에 있는 예술품과 고적을 보호하는 활동을 폈다.

또 1945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파괴된 세계유산의 보호를 위하여 국제 연맹 소속의 국제 지적 협력 위원회는 UNESCO를 조직하게 된다. 1950년대 이집트 유적의 구제를 위해 특별국제기금을 모금하여 누비아 유적을 수몰위기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겨오는데 성공했다. 이 사건은 처음으로 유산의 보호라는 명목 하에 공식적 국제 활동의 사례로 기록되었다.

1964년 베니스 헌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파괴된 역사적 기념물과 유적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이로 인해 이듬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조직되기에 이른다.

1972년 세계유산의 보호를 위하여 UNESCO는 제17차 대회의를 통해 <세계유산공약>을 통과 시키고 유산 보호를 위한 정식 위원회를 성립하게 된 것이다. 
 
유산에 대한 인식은 근대 시민사회가 도래한 후 왕실이나 귀족의 건물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면서부터 시작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복구 과정에서 과거의 역사적 건물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초기에는 시민단체들에 의해 주도되었으나 점차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정부차원의 조직과 예산 등과 협력하면서 본격적인 국가유산보호제도가 정착되었다.

우리는 세계유산 등재에 열광한다. 과거의 것들에 집착한 문화주권을 내세운 패권주의 국가들의 잘못된 이기심처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계유산이 주는 국격 상승과 관광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무시할 수 없는 매력임에 틀림없다.

반면 현대인들은 유산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현재의 자기 주변의 물건들에 대해선 고민도 아쉬움도 없다.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사회 속에서 무엇을 공들여 만드는 일은 경제적으로도 무의미한 일이 되어 버렸다. 지금 우리의 물건들은 기능을 좇아 모듈화 되고 국가나 민족적 특색도 찾기 힘들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조상들의 무덤이나 건물에 우리의 집과 정원들을 양보해야 할지도 모른다. 몇백 년 후엔 우리 것은 과연 무엇이 유산으로 남을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주변의 것도 먼 훗날에 후손들에게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줄 무언가를 지금부터라도 공들여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_ 신현실 선임연구원  ·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다른기사 보기
landshss@hanmail.net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