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현의 “공간”과 감성적 삶터 - 2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라펜트l안명준l기사입력2018-03-11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Part 2: 11 공간 Ⅱ



체현의 “공간”과 감성적 삶터

 



_안명준 오피니언리더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조경비평가




공간Ⅱ:  체현의 “공간”과 감성적 삶터...

체현을 전제로 한 개념적 ‘공간’은 새로운 실천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21세기는 이미 20세기적이지 않다. 실험이 끝난 것은 아니나 변화와 진전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공간을 둘러싼 모든 이들은 이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제 사유를 더할 것이 아니라 현상을 담지해야 한다. 그 적응의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본다. 이것들은 모두 ‘공간 체현’과 관련됨이 눈밝게 드러나길 바라며 또한 모두를 향한 조심스런 대화임이 전달되길 바란다.


공간 가치의 기준 재확인: 새로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인류 공동의 목표는 공간에도 적용된다. 여기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이유는 실무적으로 여러 생각들과 만나다보면 길 잃은 눈길들이 그간 너무나 많은 방법론에 휘둘리며 가치문제를 뒷전으로 삼는 것을 흔하게 보기 때문이다. 화폐로 치환된 가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생각을 나누며 공동으로 이루려 하는 최소한의 가치만큼은 굳건하게 공유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지난 세기 말 이에 대해 합의하고 실천 중이다. 길 잃은 공간이 먼저 살피고 토대부터 재확인해야 할 것은 이것과 그 추이여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주요 논의와 도시화(자료: http://icleikorea.org)


- 새로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의의

1990년대부터 시작된 전지구적 지속가능성 실천은 쉬운 일은 아니어서 여러 차례 보완이 이루어졌고 현재 실생활 수준의 실천과 가이드로까지 진화하며 여러 생각의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목표를 보완한 새로운 목표가 수립되어 새천년개발목표(MDGs) 만료(2002년 ~ 2015년) 후 범지구적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14년)를 설정하고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할 것을 채택한 바 있다. 보강된 새로운 목표는 세부적인 가이드까지 제공하고 있어 15년이라는 짧은 실행 기간이지만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17개 내용(자료: http://www.ncsd.go.kr)

지난 세대 목표가 개도국 중심이라면 전지구적 보편성에 입각한 SDGs는 국제사회와 개별 국가 모두가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에 동참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 실현을 위해 ‘포용성, 다양성, 보편성, 통합성’이라는 기본 접근 원칙에 따라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 및 이를 평가할 지표를 제시하여 정책이나 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목표가 세부적이고 실천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주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평가할 수단이나 지표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고 각 주체들이 이를 실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강제적 수단이라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각 전문분야별 새로운 논의의 시작점이자 새로운 실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주요 내용

SDGs는 기본적으로 ‘사회발전, 경제성장, 환경보존’이라는 세 가지 가치 범주의 목표 기반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과 방법으로서 ‘제도구축, 이행협력’이라는 두 가지 이행 범주의 방법 기반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이 5가지의 지향을 “5P”로 요약하여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는데,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지구환경(Planet), 평화(Peace), 파트너쉽(Partnership)’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17가지 목표와 169가지 세부 목표가 체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목표와 지표들은 제시된 기본 가치 기준에 적확하게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여러 목표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행 방법의 강조는 그간 드러난 가치 실현의 직접적인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여전한 힘의 논리를 이것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는 더 고민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현재의 전지구적 상황과 실천 능력에 적합한 발전의 목표를 고심한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이고 기존 목표를 보완하여 전제 조건과 이행 방법론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세부 목표에 대한 평가의 방법론은 아직까지 불명확한 점이 많아 이 자체로 목표의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매년 큰 주제별로 17가지 목표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재차 이루어지고 있어 그 방향성을 꾸준히 함께 고민하고 짚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2017년에는 “빈곤 퇴치 및 번영 추진”이라는 주제 하에 “SDG 1(빈곤), SDG 2(먹거리), SDG 3(건강), SDG 5(성평등), SDG 9(산업), SDG 14(해양생태), SDG 17(이행수단)” 등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진 바 있다.

그렇더라도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기본적으로 세부 목표가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고, 모든 목표가 중요하고 상호보완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지금 살펴보는 ‘공간(공간과 오픈스페이스 모두)’과 관련하여서는 “Goal 3. 모두를 위한 전 연령층의 건강한 삶 보장과 웰빙 증진, Goal 6.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설비에 대해 가용성과 지속 가능한 유지관리 보장, Goal 11. 도시와 주거지를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복원력 있고 지속 가능하게 보장, Goal 13.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에 맞서기 위한 긴급 대응, Goal 15. 지속 가능한 육상생태계 이용을 보호·복원·증진, 삼림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 사막화 방지, 토지 황폐화 중지 및 복구, 생물다양성 손실 중단” 등이 직접적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5가지 구조와 내용>

기본

구조

기본 가치

17가지 해당 목표(중복 사항 필자 보완)

사회

발전

‘사람(People)’
- 빈곤퇴치 
- 기아종식
- 건강과 웰빙 
- 양질의 교육
- 성 평등 
- 깨끗한 물과
  위생
Goal 1. End poverty in all its forms everywhere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Goal 2. End hunger, achieve food security and improved nutrition and promote sustainable agriculture   기아 종식, 식량 안보 달성, 개선된 영양상태의 달성, 지속 가능한 농업 강화
Goal 3. Ensure healthy lives and promote well-being for all at all ages   모두를 위한 전 연령층의 건강한 삶 보장과 웰빙 증진
Goal 4. Ensure inclusive and equitable quality education and promote lifelong learning opportunities for all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 기회 증진
Goal 5. Achieve gender equality and empower all women and girls  성평등 달성과 모든 여성 및 여아의 자력화
Goal 6. Ensure availability and sustainable management of water and sanitation for all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설비에 대해 가용성과 지속 가능한 유지관리 보장

경제

성장

‘번영(Prosperity)’
-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
- 산업, 혁신, 사회기반 시설
- 불평등 감소
-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Goal 8. Promote sustained, inclusive and sustainable economic growth, full and productive employment and decent work for all  모두를 위한 지속적 · 포용적 ·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생산적인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Goal 9. Build resilient infrastructure, promote inclusive and sustainable industrialization and foster innovation  복원력 높은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화 증진 및 혁신 장려
Goal 10. Reduce inequality within and among countries  국내 및 국가 간 불평등 감소
Goal 11. Make cities and human settlements inclusive, safe, resilient and sustainable  도시와 주거지를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복원력 있고 지속 가능하게 보장

환경

보존

‘지구환경(Planet)’
- 모두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 기후변화와 대응
- 해양생태계 보존 
- 육상 생태계 보호
Goal 6. Ensure availability and sustainable management of water and sanitation for all  모두를 위한 물과 위생설비에 대해 가용성과 지속 가능한 유지관리 보장
Goal 7. Ensure access to affordable, reliable, sustainable and modern energy for all  모두를 위한 적정가격의 신뢰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며 현대적인 에너지에의 접근 보장
Goal 12. Ensure sustainable consumption and production patterns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 보장
Goal 13. Take urgent action to combat climate change and its impacts(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에 맞서기 위한 긴급 대응
Goal 14. Conserve and sustainably use the oceans, seas and marine resource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대양, 바다, 해양자원의 보존과 지속 가능한 사용
Goal 15. Protect, restore and promote sustainable use of terrestrial ecosystems, sustainably manage forests, combat desertification, and halt and reverse land degradation and halt biodiversity loss  지속 가능한 육상생태계 이용을 보호·복원·증진, 삼림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 사막화 방지, 토지 황폐화 중지 및 복구, 생물다양성 손실 중단

제도

구축

‘평화(Peace)’
- 정의, 평화, 효과적인 제도
Goal 16. Promote peaceful and inclusive societie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provide access to justice for all and build effective, accountable and inclusive institutions at all levels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증진, 모두를 위한 정의에의 접근제공, 모든 수준에서 효과적이고 책임성 있고 포용적인 제도 구축

이행

협력

‘파트너쉽(Partnership)’
- 지구촌 협력
Goal 17. Strengthen the means of implementation and revitalize the Global Partnership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행수단 강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쉽 활성화


- 공간과 오픈스페이스 관련 내용

우리가 주목하는 공간(오픈스페이스 포함)과 관련된 SDGs는 주로 도시와 관련되어 제시되고 있다. 이는 도시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중요한 공략 대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도시화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접근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며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공간의 집합소(도시)’에 대한 지난 세기의 문제를 가치의 측면에서 재설정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5개의 기본 범주와 그에 따른 세부 목표를 검토하여 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이 역시 여러 가치가 중복되는 만큼 주요 세부 목표들도 한 두 가지 사항에만 협소하게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아직까지 지표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지 않고 꾸준히 보완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앞서도 지적했듯 하나의 가치 방향이자 생각의 기준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도시를 지속가능한 발전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 대상으로 설정한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것은 우리가 쌓아온 공간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목표를 살펴보면 몇 가지 키워드가 도드라지는데 SDGs의 특징이자 새로운 가치 실현의 지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키워드를 다시 정리해 보면 “공공서비스, 문화·자연유산, 재난 대비, 각종 문제 예방, 지역사회 참여, 오염 감소, 통합적 관리, 에너지 효율성, 복원력, 사망·사고 경감, 사회기반시설 개선, 재활용 및 재사용, 시민참여, 파트너쉽, 생태계 보호, 이행수단 강화” 등이다. 특히 우리 공간에서도 도시재생, 마을재생 등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개발의 테마가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치 지향의 힌트들은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공간과 오픈스페이스 관련 SDGs의 세부 내용>

기본 구조

기본 목표

주요 세부 목표(169가지 목표 중 필자 선별)

사회발전
‘사람(People)’
Goal 3.
건강하고 질 좋은 삶
Goal 6.
깨끗한 물과 위생
Goal 11.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3.4 2030년까지 예방과 치료를 통해 비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조산으로 인한 사망을 1/3 수준으로 줄이고, 정신 건강과 웰빙을 증진한다.
3.6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및 상해를 절반으로 줄인다.
3.9 2030년까지 유해한 화학물질이나 공기, 수질, 토지 오염으로 인한 사망 및 질병을 대폭 줄인다.
6.4 2030년까지 모든 부문에서의 용수 효율을 대폭 증대하고,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담수의 추출과 공급이 지속 가능하도록 보장하며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인구의 수를 대폭 감소시킨다.
6.b 물과 위생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참여를 지원하고 강화한다.
11.5 2030년까지 빈곤층과 취약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 대한 보호에 초점을 맞추며 물로 인한 재난을 포함, 재난으로 인한 사망과 피해자 수를 현저히 줄이고,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대폭 감소한다.
11.6 2030년까지 공기의 질과 도시 및 기타 폐기물 관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도시 인구 1인당 부정적 환경 영향을 감축한다.
11.7 2030년까지 특히 여성과 아동,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해 안전하고 포용적이며 접근이 용이한 공공 녹지공간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보장한다.

경제성장

‘번영(Prosperity)’

Goal 6.
깨끗한 물과 위생
Goal 7.
모두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Goal 11.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Goal 12.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6.3 2030년까지 오염 감소,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유해화학물질 및 위험물질 방류 최소화, 미처리 하수비율 절반으로 감축, 전 세계적인 재활용과 안전한 재사용 대폭 확대를 통해 수질을 개선한다.
7.2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믹스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늘린다.
7.3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효율성 개선율을 두 배로 늘린다.
11.1 2030년까지 모두를 위한 충분하고 안전하며 적정가격의 주택과 기본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고 빈민가의 환경을 개선한다.
11.2 2030년까지 모두를 위한 안전하고 적정가격의, 접근이 용이하고 지속 가능한 교통시스템을 제공하고,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의 필요를 특별히 고려하여 대중교통을 확대함으로써 도로 안전을 향상한다.
11.3 2030년까지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화를 확대하며 주거지에 대한 참여적, 통합적, 지속 가능한 계획과 관리 역량을 강화한다.
11.4 세계의 문화 ·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
11.5 2030년까지 빈곤층과 취약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 대한 보호에 초점을 맞추며 물로 인한 재난을 포함, 재난으로 인한 사망과 피해자 수를 현저히 줄이고,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대폭 감소한다.
11.c 최빈국이 현지 자재를 활용하여 지속 가능하고 복원력이 뛰어난 건물을 건축할 수 있도록 재정적 · 기술적으로 지원한다.
12.2 2030년까지 천연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효율적 사용을 달성한다.
12.5 2030년까지 예방, 감축, 재활용 및 재사용을 통해 쓰레기 발생을 대폭 줄인다.
환경보존
‘지구환경(Planet)’
Goal 6.
깨끗한 물과 위생
Goal 11.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Goal 12.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Goal 13.
기후변화와 대응
Goal 15.
육상 생태계 보호
6.5 2030년까지 적절한 초국경 협력을 포함하여 모든 수준에서 통합적 수자원 관리를 이행한다.
6.6 2020년까지 산, 숲, 습지, 강, 지하수층, 호수를 포함한 물과 관련한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한다.
11.a 국가 및 대륙별 발전 계획을 강화하여 도시 및 도시 근교, 외곽지역 간 긍정적인 경제 · 사회 · 환경적 연계성을 지원한다.
11.b 2020년까지 포용, 자원 효율성,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자연재해에 대한 복원력을 위해 통합된 정책과 계획을 채택하고 이행하는 도시와 주거지의 수를 대폭 늘리고, 재난위험 경감을 위한 센다이 프레임워크2015-2030(Sendai Framework for Disaster Risk Reduction 2015-2030)에 따라 모든 수준에서의 통합재난위험관리를 개발하고 이행한다.
12.2 2030년까지 천연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효율적 사용을 달성한다.
12.4 2020년까지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프레임워크에 근거하여 화학물질 및 유해폐기물을 모든 주기에서 친환경적으로 관리하며,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 물, 토양으로의 유출을 현저하게 줄인다.
13.1 모든 국가에서 기후와 관련한 위험 및 자연재해에 대한 복원력과 적응능력을 강화한다.
13.2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를 국가 정책, 전략, 계획에 통합한다.
13.3 기후변화 완화, 적응, 영향 감소, 조기 경보 등에 관한, 교육, 인식제고, 인적 · 제도적 역량을 강화한다.
15.1 2020년까지 국제협약상 의무에 따라 숲, 습지, 산악지역, 건조지 등을 포함한 육지와 내수면 생태계 서비스의 보존, 복원, 지속 가능한 사용을 보장한다.
15.2 202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모든 유형의 숲에 대한 지속 가능한 관리를 이행하고, 삼림 파괴를 중지하며 황폐화된 숲을 복원하고 조림과 재식림을 대폭 확대한다.
15.3 2030년까지 사막화를 방지하고, 사막화나 가뭄, 홍수로 영향을 받는 토지를 포함한 모든 황폐화된 토지를 복원하며, 토지황폐화가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15.4 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인 이익을 주는 산림 생태계의 수용력을 증진하기 위해,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산림 생태계 보존을 보장한다.
15.5 자연 서식지 황폐화를 줄일 수 있도록 긴급하고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고, 생물다양성 손실을 중단하며, 2020년까지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고 멸종을 예방한다.
15.8 2020년까지 육상 및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의 유입을 방지하고, 그로 인한 영향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방안을 도입하며, 우선대응 대상종을 통제 및 박멸한다.
15.a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의 보존 및 지속 가능한 사용을 위해 모든 재원을 동원하고 대폭 확대한다.
제도구축
‘평화(Peace)’

Goal 16.

정의, 평화, 효과적인 제도

16.6 모든 수준에서 효과적이고 투명하며 책무성 있는 제도를 개발한다.
16.7 모든 수준에서의 의사결정이 대응적, 포용적, 참여적, 대의적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한다.
16.b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비차별적 법규와 정책을 증진하고 강화한다.
이행협력
‘파트너쉽(Partnership)’

Goal 17.

지구촌 협력

17.14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책 일관성을 강화한다.
17.17 파트너쉽의 경험과 재원조달 전략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공공 · 공공-민간 · 시민사회 파트너쉽을 장려하고 증진한다.


- 공간과 오픈스페이스에 대한 새로운 사고 좌표

그렇다면 SDGs의 목표는 어떻게 현장에 담기게 될까? 이에 대해서는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가 제시하는 “새로운 도시의제(New Urban Agenda, NUA)”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는 SDGs 채택 이후인 2016년 에콰도르 키토(Quito)에서 개최된 “제3차 주택 및 지속가능 도시발전에 대한 유엔 회의(해비타트 III)”에서 보완되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성공이 도시에 달렸다고 보는 기존 입장에 따라 “도시를 어떻게 계획하고 건설하고 관리하는가”에 대한 이행 방안을 모색한 최근의 국제회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전히 고민 중이고 개발 중인 SDGs의 이행 지표도 영향을 받게 된다. 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행의 테마는 “도시계획, 도시설계, 도시재정, 국가도시정책, 토지이용, 도시문화 등” 도시 정책에 대한 사항을 다루고 있고, “도시권(Rights to the City: 모두를 위한 도시)” 보장을 강조하며 우리가 바라는 도시의 모습을 새로운 도시의제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형상화하고 있다. 물론 목표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NUA와 SDGs는 상호 연계될 것을 전제한다.


지속가능발전 관련 논의 및 이행체계(자료: http://icleikorea.org)

새로운 도시의제에 등장하는 개념어들은 ‘포용, 공공, 유산, 번영, 회복력 등’이다. 도시 공간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어 등장하는 실행 관련 용어로는 ‘거버넌스, 생태환경, 문화유산, 공공성 등’ 익숙한 것을 포함하여 ‘포용도시, 안전도시, 비공식 정주, 비공식 경제, 재난위기관리, 전유권, 참여권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도시가 공간과 같은 물리적 요소 중심이 아니라 “거주자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는 점이고 도시의 “인간성 회복”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가히 “사람중심도시론”이라고 할 만하다. 이것이 길 잃은 공간 사고에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지름길이 되어줄 수도 있다. 실내든 실외든 공간을 매체로 만나는 모든 실천 분야가 함께 공유할 부분이기도 하다.


역대 해비타트 회의 의제와 결과물(자료: http://icleikorea.org)


<새로운 도시의제(NUA)의 이행계획>

이행 분야

주요 개념

세부 계획 목표

도시 공간 조성 방향

포용도시(inclusive cities)
공공 도시
 안전도시(Safer Cities)
녹지연결성
공간적 통합성
지속가능 교통
- 압축, 연계, 복합 도시
- 물리적 형평성 달성 
- 녹지공간의 연결성 강화
- 광역단위 인프라 조성
- 지속가능성 목표와 부문별/부서별 정책간 융합
- 사회융합 촉진을 위한 공공공간 이용
- 사회적 대안 주거방식 지원 및 도심 외곽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 지양
- 사람 중심 교통 체계 개발
- 공유 교통서비스 촉진을 위한 신기술 지원제도 마련

사회·문화 분야

자산으로서의 유산
지역 다양성
- 문화적 다양성 보호 및 개발
- 여성 및 이주민의 안전 보장

경제 분야

번영도시
지역기반 경제 활성화
공공재 접근 형평성
비공식 경제 포용
- 지역기반 경제적·사회적 상호 작용 강화하는 혁신 경제 추구
- 비공식 경제 부문의 점진적인 공식화
- 고부가가치 공식/비공식 일자리의 전문성 제고 
- 인구통계 특성별 맞춤형 일자리 정책 추진 
- 공공부문 노동인권 보장
- 기업 활동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의 효율성, 투명성, 공정성 강화
- 공공재에 대한 접근 형평성 보장
-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 제도 강화
- 정보통신기술, 청정기술 인프라 구축

환경 분야


자원순환 및 저탄소 에너지 도시
재해 경감 및 예방
회복력(resilience) 있는 도시
- 친환경 정책 및 제도의 주류화
- 에너지, 물 관리, 먹거리 분권화
- 자원순환 도시
- 저탄소 에너지 도시 
- 재해/재난, 기후변화 대응 복원력 강화
- 공공기관 및 기업체의 생태발자국 보고 의무화
- 시민 행태 변화 촉진 정책 추진

이행수단

참여와 협력

* 거버넌스, 재원, 통계, 파트너쉽, 모니터링 및 평가 등의 부문으로 나누어 세부 사항을 제시하고 있으나 여기에서는 생략함

(자료: http://icleikorea.org, 필자 재편집)


많은 내용을 단계별로 살펴보았는데 이것은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길 잃은 공간에 대해 모두가 공유해야 할 직접적인 단서이며 생각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실제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공간과 만나는 모든 전문분야가 우리 법제도에서 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느냐를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천착하고 소통하는 일에 달려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방향이나 물리적 기준은 우리 실정에 맞게 이제부터 재설정해야 할 것이며 국제적 상황에 발맞추어 국가 정책이 어떠한 상황인지 정도는 분야별로 따로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공간 실현의 기술 재확인: 새로운 생각의 프로세스, 공간론의 실천부터 이론까지
생각의 시작점을 다시 찾기 위해 우리는 길고 지루하게 토대가 될 만한 사항을 살펴보았다.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은 일상과 멀리 있는 것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아니면 대부분의 경우 지속가능한 개발을 전문용어가 아닌 일반 어휘로 받아들이고 단어만으로 그 지향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했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살펴보았듯이 쉬운 단어이면서도 그 내용은 넓고 깊고 또 얼마든지 확장 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그 세부 사항과 최근의 내용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이제 공간의 정위치를 위한 생각의 단초(가치의 기준과 지향)를 그렇게 정리하고 생각을 한참 멀리 보내보자. 그것은 공간 구현의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진화된 기술에 관한 것이며 그 동안 한계라며 단단하게 스스로를 발목 잡던 사고의 전개를 자유롭게 도와줄 철학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기 위함이 아니라 시행창의의 발복(發福)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다음의 대표적 세 가지 사항은 이론과 실천 사이의 중간을 건너뛴 것이 아님을 눈밝게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진화하는 생산사슬(production chain), “대량 맞춤(mass customization)”

르 코르뷔제를 필두로 근대 건축은 건축 공간의 실용화, 보편화와 고품질화를 위해 대량 생산(mass production)을 기치로 삼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어떻게 이토록 잘못될 수 있는가? 우리는 분명 그들에게 길을 보여주었는데...”라며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한탄하듯 우리 도시는 그들이 실험하고 찬탄하던 아이디어들이 만족스러운 도시를 형성하지 못하였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근현대 건축에서 시도된 많은 아이디어들은 각각 나름의 장단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 도시의 모습과 삶이 어떠한가라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그 역사를 살펴보려는 것이 아니므로 핵심만 보자면, 그러한 시도들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는데 삶터에 대한 반성적 연구의 기반이자 이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였고 최근의 오프사이트(off-site) 기술로 인해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공간의 제작이 기본적으로 온사이트(on-site), 즉 특정 장소나 위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회성 작업이라는 한계를 늘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해주는 새로운 생산 기술이 공간에도 널리 적용되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지난 세기의 생산 환경은 제품 생산의 진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식이 1) 처음에는 한 사람의 노동자 역할이 중요한 수공업방식에서 2) 생산 라인에 따라 단순 작업만 하는 조립방식으로, 그리고 3) 기능에 따른 부품 모듈을 조립하여 라인작업마저 단순화하는 모듈방식으로 진화하면서 효율성과 품질 모두 놀라운 향상을 가져온 것으로 정리된다. 큰 틀에서의 진화가 이러하였고 4) 세부적인 제품 제작 환경은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는 등 영역 간 혼성을 불러올 정도로 진화하였다. 그러나 공간과 관련한 분야에서의 생산 환경은 제품 제작에서의 패러다임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였고 여전히 온사이트 생산 방식이 주를 이룬다.

그에 대한 이유는 충분하다. 공간은 어떤 공간이라도 동시에 같이 존재할 수 없어서 대상지를 벗어나 만드는 것 자체가 기저 환경의 지원을 크게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말 기술의 발전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서, 예를 들어 다양한 물성의 재료 개발, 프리캐스트 공법 발전, 인양 및 운송 장비의 진화, 설계 기술 향상 등이 이루어지면서 공간의 제작도 충분히 오프사이트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획일화된 공간 구축을 벗어날 수 있는 소위 다품종 소량 생산 역시 가능해지면서 대량 생산의 치명적인 단점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공간 형성에 관여하는 다양한 생산사슬이 충분히 형성되었음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대량 맞춤(mass customization)”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남은 것은 공간을 또는 오픈스페이스를 어떤 모양과 기능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뿐이다. 또한 대량 맞춤이 주는 가능성은 대규모의 개발에만 적용되지도 않고 소규모 및 리모델링 작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비용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공간에 있어 생각(아이디어, 설계안, 공간 성능, 적정기술 등)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결국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대량 맞춤은 사람중심도시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보한다. 


- 지금여기의 대안적 공간관, “연속 공간(space-scape, landscape)”

20세기 건축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많다. 이 중 두 가지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건설된 프루이트 이고우(Pruitt-Igoe) 아파트 단지가 그 첫 번째이다. 3천여 가구가 모여 사는 단지였지만 완공 17년 만에 완전히 폭파, 철거된 불운의 단지다. 그 원인으로 흔히 지적되는 사항은 건축 공간과 그 사이의 공간들이 전혀 조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비인간적인 공간과 환경들로 인해 범죄의 소굴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한 두 번째 사례는 영국 런던에 건설된 메이든 레인(Maiden Lane) 단지이다. 입주자 수가 1천 명이 넘었고 단지에는 놀이터, 마을회관, 테니스 코트, 상가, 보행로, 광장 등 옥외공간도 잘 갖추었다. 그러나 이 단지는 완공 2년 만에 방치되고 만다. 관리 소홀의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설계자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규정하고 과잉 계획(overplanned)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된다. 두 사례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거주민들이 주인의식을 느끼지 못하였다는 점이고, 이는 단지 건설에 있어 공간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후 도시계획 이론들은 기능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관점으로 이론들을 형성하게 된다. 최근에는 환경심리학적 연구 결과들과 접목되면서 범죄예방을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같이 실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공간이 주는 문제는 여전하여 미국처럼 고도로 발전한 나라에서도 인구 4분의 1 정도가 현재 살고 있는 공간을 ‘집(home)’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아직 찾지 못하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은 이러한 문제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려고 한다. 여기에서는 오늘날의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건축 환경에 의해 섬세하고 예술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발달된 기술을 활용하여 “가정의 실내장식부터 도시의 거리 풍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경이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조직하는 방식”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장소가 감정에 영향을 주고 감정이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새롭지는 않지만 이들은 “장소가 우리의 행동과 존재를 변화시키는 정도를 그동안 과소평가해 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강조한다. 그러면서 직선과 날카로운 각도, 부족한 자연 접촉의 기회, 무관심과 무질서가 담긴 외관 등 건물 형태나 주변 환경이 만성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정신장애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고 ‘도시가 만드는 마음의 병’이 어떻게 확대되는지 강조한다. 본능 수준의 생리적 반응과 유전적 특징을 새로운 기법으로 재확인하고 공간적 결과로 정량화 및 객관화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최근의 신경건축학과 심리지리학, 환경심리학, 건축심리학 등 공간과 관련된 인간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학문들에서 주장하고 함의하는 바는 분명하다. 인간에게 더 나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환경 조성의 기준이 무엇인가 찾고 보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마치 정답을 제시하듯 분명한 한계 값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결과를 찾는 등 근대 과학의 시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여전하다 하겠다. 이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나 중요한 것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단선적이거나 고정적인 상태에서 여전히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치환하고 통계 처리하는 과정이 여전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간은, 특히 오픈스페이스는 그 구성 요소의 다양함뿐만 아니라 시간성, 계절성, 연속성, 공공성 등 변화를 전제로 하는 특성들이 무수하다. 전체가 통제된 인공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시간적, 공간적, 감성적 요소는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지속가능한 도시, 사람 중심 도시 또는 공간에 대한 접근 시각 교정과 그 연구 결과의 활용에 대한 방법론은 여전히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공간과 관련하여 새롭게 부각되는 결과와 학문들은 의미가 있으며 한계를 인정하는 유연한 접근이라면 필수적일 때도 있다.

따라서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 새로운 공간 연구는 고정되고 단자화된 공간 연구(공시적 접근, 분석적 접근)라는 틀을 벗어나 변화와 움직임을 전제하는 연구로의 확장 또는 시점 이동(통시적 접근, 통합적 접근)이 시급하다. 그 중에서도 독립된 공간에 대한 연구를 확장하여 공간 간의 연계와 연속 경험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언제나 움직이기 때문이고 그 움직임 자체가 삶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공간과 경관의 연속성(연계성, sequence, phase)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으며 세계적으로 도시, 특히 서울과 같은 메갈로폴리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채워 넣기만 해온 고정된 공간들 간의 관계와 그렇게 일상적으로 체험되는 연속된 공간들(경관)의 영향은 새로운 기법과 관점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미 우리 도시의 공간과 그 사이, 그리고 그 배경 모두가 삶을 위한 “다의적 공간, 교류적 공간, 행위적 공간”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에 적합한 “공간의 이음기술”을 개척하는 새로운 공간관이기도 하다.


- 삶과 삶터를 위한 새로운 공간론, “통합공간론”

경관이 그러하듯 근현대 도시 공간은 이미 잘게 쪼개진 수많은 소유(소유권, ownership)가 그리드락(gridlock)을 형성하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작게 파편화된 조각들을 소유하면 협력은 실패하고 부는 사라지며 모든 사람이 손해를 입는다.” 그리드락은 분석과 분해 중심의 지난 세기 패러다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관점이며 지속가능개발의 한 축인 모두의 번영에 중요하게 다루어질 부분이다. 공간과 경관은 그 속성이 달라 피부에 느껴질 만큼 그리드락으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은 다르지만 경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와 관련한 문제들이 지적되어 왔다. 

그리고 이제 공간도 그리드락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공간의 내부에서 시작되고 내부로만 향하던 시선을 외부와 외부들로 확장해야 한다. 조망권이 인정되고 시각 통로가 부각되는 등 사적 권리, 공적 권리 모두가 도시의 “공공재, 반공공재, 비공공재” 모두에 확대 적용되는 사회적 변화는 이미 제도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어떤 면에서는 시점을 공간의 외부에 고정해야 할 필요까지 느끼게 한다. 시점을 옮기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함께 생각한다면 그간 쌓아온 공간 조성과 운영의 노하우가 빛을 발할 것이다. 요약하듯 새로운 공간론의 방향을 제시하였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더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공간의 그리드락은 결국 소유와 소유권의 새 패러다임을 요구할 것이다. 이념적 접근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가 다루는 공간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통제와 관리’에서 ‘협력과 공유’의 철학이 기반으로서 형성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그와 유사한 이론을 지난 세기 경험한 바 있다. 에벤에저 하워드의 정원도시론은 소유 방식에 기반한 공간의 체계적 구성에 그 특징이 있고 소유와 세금부터 운영관리까지 도시의 전반적인 지속가능성을 먼저 고민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이론이다. 근대적 도시 구축의 과정에서 정원도시론의 소유와 운영(참여)에 대한 측면은 소홀하게 다루어졌다고 보는데 공간을 구축해 가는 중요한 기준이 그렇게 배제되고 기술과 보급 중심의 물리적 공간 건축이 지배적인 문화가 되면서 도시 공간은 지금까지 지속된 셈이다. 정원도시론의 통합적 공간관은 뜯어볼수록 우리 시대에 더 적합하게 요청되는 시점이자 철학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도시권의 관점에서 통합적 공간론으로 재발견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중요한 점은 여전히 도시의 공간들에 담긴 욕심을 걷어낼 수 있는 공감되는 방법론을 별도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번영은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축이며 소유는 그것을 지탱하는 기반으로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공공재로서의 공간이 충분히 이해되어야 한다. 문제되는 핵심 중 하나는 거기에 있으므로 일거에 해소할 시원한 해결책을 찾는데 몰두하기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점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 공간론에 대한 생각의 길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지역주의에 대한 재평가와 포용도시와 같은 새로운 공간론 등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실천이 이미 각자의 입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이제 공간을 다시 보자. 공간은 물체의 바깥에 형성된다. 공간은 그런 물체들의 통합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공간은 물체들을 묶어두는 힘이기도 하다. 공간은 물체들을 통합시키는 이유이자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그간 공간의 바깥인 물체들 구성에 몰두하며 공간을 조망하는 관점(욕심)에 먼저 익숙해져 버렸지만, 결국 그 안의 꽉 찬 사람들(힘)에게로 시점을 낮추고 그들이 묶이고 연결되는 통합의 빈 터로 공간을 다시 보며, ‘물리적 공간보다 행위적 공간에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공간은 그렇게 물리와 비물리를 뛰어넘는 통합의 장으로 여겨져야 한다. 통합은 융합이 아니다. 우리의 공간에도 이제 통합의 시각이 필수이며 새로운 공간론은 그렇게 형성되어야 한다.


공간의 매체성과 체현공간의 서사철학
공간은 이미 다분야 매체가 되었다. 분석과 해석을 위한 해부학적 매체로서 다루어지는 학문적 접근은 이미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기술과 실천을 위한 방법론적 매체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참여와 통합이 요청되는 상황을 더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공간이 가진 다의적 속성으로 불필요한 오해 발생과 더딘 소통 채널 형성 때문이다. 거기에 공간에 기능이든 의미든 특별한 사고의 깊이까지 요청되면서 매체로서의 공간은 오히려 오해의 대표적인 소재가 되어버렸다. 나아가 누구나 필요로 하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게 되면서부터는 도시 주인공들(인간과 생물)의 생활과 멀어지며 그간의 역사적, 문화적 성과마저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지금 우리가 도시에서 잃어버린 것은 인조 공간과 같은 물리적 요소가 아니며, 우리가 되찾고자 하는 것은 도시의 주인공인 사람에 관한 것이다. 공간은 많지만 사람에 관한 것은 적어진 아이러니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미 매체가 되어버린 공간에 너무 몰입한 까닭임을 이해하고 매체를 통해 우리가 본래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에 눈길 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매체는 단순히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통로이자 채널임을 상기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다양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불러보는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telling, narrative)는 단순히 스토리(story)를 말함이 아니다. 그것은 생각과 감성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우리가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서사철학)를 고민한다고 할 때 그것은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공간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그것은 그러므로 SDGs와 같은 가치를 기반으로 충분히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어야 풍부한 고민과 실천이 가능해 질 것이다. 생각은 어휘에 담기기 마련인데 일례로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의 넓이와 깊이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로 가늠해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아름다움에 이만큼 섬세한 생각들을 축적하고 있었음도 알 수 있다.

간미하다(단순하면서 아름답다) / 기미하다(환하게 빛나며 곱고 아름답다) / 기려하다(곱고 아름답다) / 난연하다(눈부시게 아름답다) / 단려하다(단정하고 아름답다) / 단화하다(단정하고 아름답다) / 담염하다(산뜻하고 아름답다) / 멋있다(세련되거나 잘 어울려서 아름답다) / 묘려하다(기묘하고 아름답다) / 미려하다(아름답고 곱다) / 미염하다(사람을 호리듯 아름답고 요염하다) / 미호하다(용모가 아름답다) / 반란하다(여러 빛깔이 섞여서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어 빛을 내다) / 비비하다(꾸밈새가 있어 아름답다) / 비단결 같다(매우 곱고 보드라워 아름답다) / 빛있다(곱거나 아름답다) / 선미하다(착하고 아름답다) / 선연하다(산뜻하고 아름답다) / 섬려하다(섬세하고 아름답다) / 섬연하다(가냘프고 아름답다) / 섬염하다(날씬하고 아름답다) / 섬완하다(날씬하고 섬세하며 아름답다) / 소려하다(밝고 아름답다) / 수려하다(배어나게 아름답다) / 수미하다(순수하게 아름답다) / 순미하다(티 없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 순려하다(섞인 것 없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 연려하다(부드럽고 아름답다) / 염야하다(곱고 아름답다) / 온려하다(온화하고 아름답다) / 완려하다(정숙하고 아름답다) / 요야하다(요염하도록 아름답다) / 요요연연하다(젊고 아름답다) / 우미하다(우아하고 아름답다) / 우아하다(기품이 있고 아름답다) / 원미하다(나무랄 데 없이 아름답다) / 위려하다(뛰어나고 아름답다) / 유려하다(거침없이 미끈하고 아름답다) / 유염하다(부드럽고 아름답다) / 윤미하다(윤이 나서 아름답다) / 윤환하다(크고 넓으며 아름답다) / 장미하다(장대하고 아름답다) / 장장하다(맑거나 밝으며 아름답다) / 전려하다(격식에 맞고 아름답다) / 정가하다(고요하고 아름답다) / 절가하다(뛰어나게 아름답다) / 절미하다(더없이 뛰어나게 아름답다) / 정미하다(정리가 잘되어 아름답다) / 처염하다(처절하게 아름답다) / 청미하다(맑고 아름답다) / 청연하다(말쑥하고 아름답다) / 청완하다(티 없이 맑고 아름답다) / 청초하다(화려하지 않으면서 깨끗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다) / 치려하다(크고 아름답다) / 태가하다(매우 아름답다) / 화려하다(매우 밝고 다채로워 아름답다) / 화미하다(환하게 빛나며 곱고 아름답다) / 현려하다(뛰어나게 곱고 아름답다)

전문가는 이러한 생각들이 가진 미묘한 차이들 사이를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사고 실천의 달인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매체, 공간들이 도시를 이루며 한 시대의 철학이 되고 예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시대 공간 관련 전문가들은 교육과 실무로 다져진 그들의 실천 행위가 집요하게 ‘생각’한 “으뜸”의 결과들을 몇이나 내놓을 수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인간의 공간과 공간 사유는 아직 해상도가 낮다. 근대 공간론의 공과 과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낮은 해상도의 그것은 문제와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고 여러 차례 지적되고 있다. 이제 인간의 공간과 공간 사유는 삶과 삶터의 번안 되지 않은 현상과 반영 되지 않은 정서를 되돌아보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나아가 공간은 사유가 먼저가 아니라 체현과 이야기가 먼저여야 하고 생각은 그 뒤에서 집요하게 해상도를 높이며 단단해져(이론화) 다음 삶의 계단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사유는 해상도가 매우 높지만, 그 인간의 삶은 그것을 헤아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이번 편은 사례보다는 개념의 현황을 단정적으로 해석하고 그 대안을 장황하게 살펴보았는데 실천을 통해 공간 개념의 다의성과 오해들을 드러내기 보다는 가치 기준의 모호함을 벗어나고 유통되는 개념들의 위계 형성에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보았기 때문임. 새로운 공간 실현의 방향은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주)도서출판 길벗, 2016), 『건축의 재구성』(시공문화사, 2006), 『헤드스페이스』((주)쎄듀, 2017) 등을, 아름다움 관련 어휘는 인터넷 사전을 참조함.

_ 안명준  ·  조경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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