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100개의 주차공간 위에 100개의 녹지

글_안영애 논설위원(안스디자인 대표)
라펜트l안영애l기사입력2018-03-13
100개의 주차공간 위에 100개의 녹지
-서울에 바란다-1


_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런던에 관한 몇 주 전 기사를 읽었는데 사디크 칸 런던시장의 주도로 런던을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화’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 도시를 국립공원으로? 어떻게? 꿈같은 얘기이다. 2050년을 목표로 도시 전체를 녹색화하겠다는 원대한 꿈. 그 꿈을 마련한 런던시가 부럽고 멀리서라도 그 꿈을 보고 싶다. 서울은 국립공원은 아니라도 우리가 꿈꾸던 녹색도시의 구현은 언제쯤 될 것인가?

서울을 돌아보았다. 행정구역상 면적과 인구기준으로 산정한 서울의 인구밀도는 고밀도인데 실제 서울 외곽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공원녹지를 제외한 가용면적대비 밀도로 계산한다면 서울의 밀도는 더 높을 것이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공원녹지를 확충하였지만 한 편에서는 어렵게 마련한 재원으로 매입한 공원부지에 공원시설인 아닌 다른 시설을 건설하고자 수많은 시도가 공원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녹지면적 불변의 법칙을 위한 교환, 입체화…. 서울과 비교대상인 도쿄, 베이징, 싱가포르, 런던, 파리, 뉴욕의 도시정책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있지만 이 ‘배움’이 문제이다. 부분적인 좋은 요소를 모아 하나를 만들었을 때 전체적으로 보면 조화롭지 못한 것을 느끼듯 이제는 우리의 기후, 지형, 문화, 도시역사, 시민의식 등 서울에 적합한 서울만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여야 할 것 같다.

수십 년 전 프로젝트를 할 때 설계과정 중 하나는 선진해외답사였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배워야 할 선진해외는 그다지 많지 않거나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에 맞는 정책으로 우리의 길을 가야만 선도그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도시의 틀(Frame)을 구성하는 도로체계에서 서울은 방사형, 격자형, 순환형이 혼재되어 도시 이미지가 통일되고, 질서 있고, 조화롭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경사지에 만든 격자형도로와 같이 우리 여건에 적합하지 않으나 그 시대에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이도저도 아닌 도시구조, 자동차의 급속한 보급은 미처 준비하지 않은 도시골격에 더 맞지 않은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런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국제시대에 녹지환경는 한 국가, 한 도시의 경쟁력이다. 막대한 토지보상 등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평면적 녹지가 아니고 시민들의 요구도 충족하면서 녹지면적을 확충하는 두 가지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보았다.

구조적으로 문제해결은 어렵지만 그 동안 추진했던 방법, 방향을 바꾸는 것을 제안해본다. 50여 년 전 차량이 없었을 때 서울의 골목길은 놀이터이자, 공원이고, 공동체마당이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 골목길은 차량으로 화재 시 소방 활동도 어려워 소중한 생명을 잃고 주차문제로 이웃 간에 다툼으로 그렇지 않아도 삭막한 도시생활을 더 삭막하게 하고 있다.

최고, 최초, 최대 추진방식을 버리고 정반대의 방법. 적정하고, 아담하고 낮게 해보면 어떨까 한다. 공원녹지과와 협업으로 100개의 주차 공간 상부에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 공원, 마당, 텃밭 100개 조성을 상상해 본다. 골목길 입구, 가까운 곳에 부지를 확보하고 소규모 주차장을 건설, 골목길은 이사나 응급환자 후송 등으로만 사용하고 골목길 자체를 차가 없도록 조성하면 어떨까 한다. 차가 없는 골목길은 놀이터이자 정원이고 마당이 될 수 있다.

공사비가 많이 드는 지하가 아닌 지상에 주차장을 만들고 주차장 지붕을 적극 활용해 지붕은 놀이터, 공원, 텃밭, 공동체 마당을 만드는 사업을 어떨까? 공사비가 많이 드는 지하가 아닌 지상에 주차장을 만들고 주차장 지붕을 적극 활용해 지붕은 놀이터, 공원, 마당을 만드는 사업을 어떨까? 규모가 큰 주차장의 문제는 늘 점등하여야 하고 특히 지하일 경우 에너지가 많이 들고 이용을 그 다지 선호하지 않고 면적, 구조상 사각지대가 발생, 위험때문에 CCTV도 설치하여야  하고 크게 만든 탓에 익명성으로 시설을 깨끗이 사용하지 않으니 청소하는 분이 있어야 하고 또 규모가 크니 요금을 징수하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오작동울 대비한 인원이 있어야 하고…. 주차 후 집까지 비교적 먼 거리를 걸어서 가기보다 집주변에 주차하고자 습관 때문에 화재 시 소방차가 진입이 어려워 화재진압을 못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근거리에 작은 주차공간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작기에 측광과 부분적인 자연채광도 가능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공기정화를 위해 별도의 설비가 아닌 자연으로 가능하니 조성비는 물론 유지관리도 경제적이다. 한번 쯤 ‘양’에 집착하지 말고 ‘질과 가치’, ‘이용형태’를 고려하여 방향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장기적으로는 다세대주택, 근린주택 등이 분포한 지역으로 소규모, 시범적으로 사업이 가능한 곳을 선정 1층을 주차장화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으로 유도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한 비율이 되면 과감하게 블록 내 도로를 복개하여 녹지화하면 도로면적 만큼 우리는 녹지를 확보할 수 있다.

남산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보노라면 궁궐과 조화되지 않고 서로 경쟁하는 경관이 주경관이라면 북한산에 올라가 서울을 보면 녹지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 내 녹지, 도로변 가로수만 있고 저층의 다세대, 연립주택은 거의 녹색을 찾기 힘든 삭막한 도시경관을 보여준다. 이제 이곳에 100개의 주차 공간, 100개의 공원, 도로가 녹지가 된다면 남산이나 북한산에 올라가 도시를 바라볼 때 점과 선의 녹지 그리고 역사유적이 곳곳에 분포한 우리 서울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광장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수없이 만들어지는 존재만 하는 광장보다 늘 편히 이용하는 골목길에 보다 큰 관심을 갖고 그 길은 광장으로, 장터로, 놀이터로, 마당으로 가변적으로 이용되어 토지효율을 제고하고, 모퉁이 혹은 일정거리마다 만들어지는 작은 자투리 공간, 동일한 규격, 다량의 군식 식재가 아닌 모퉁이를 돌아갔을 때 만나는 오래된 나무, 획일적이지 않으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현대건축물,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작은 건물 및 공간. 그래서 누구나 편안하고 부담 없이 그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곳. 100개의 주차공간에 만들어지는 100개의 놀이터, 공원, 텃밭이 만들어질 도시, 도로가 아닌 녹지가 있는 도시를 상상해본다.

내사산과 외사산이 둘러싸여 있고 도시 중앙에는 강이 흐르고 도시 곳곳에 녹색 점과 점이 녹색 선과 선이 연결되어 녹색으로 이루어진 녹색도시. 점점이 분포하는 100개 그 이상의 녹지, 도로가 아닌 녹지로 덮인 서울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어쩌면 선언적 의미의 런던국립공원보다 서울국립공원이 먼저 실현되지 않을까 한다.
_ 안영애  ·  안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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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a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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