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사람들은 왜 세계유산 등재에 열광할까?

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라펜트l신현실 선임연구원l기사입력2018-03-18
세계유산의 중심에 서다 :
제 2편 사람들은 왜 세계유산 등재에 열광할까?


_신현실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선임연구원



매년 세계유산총회가 열릴 때마다 벌어지는 진풍경들!

각국의 대표단들은 자국 유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언론매체들은 세계유산 등재소식을 발빠르게 보도하느라 촌각을 다툰다. 우리는 세계유산 등재소식을 들을 때 마다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얼싸안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그 열기는 여느 유명 국제스포츠 경기중계 때와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세계유산 등재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는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법률이 따로 없다. 다만 각국은 세계유산 협약가입에 의해 국내법에 세계유산 등재와 보호에 관한 조항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률적 보호를 받게 되는 것뿐이다.

일단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식당의 가치를 따져 별을 매기는 미슐랭가이드, 매년 세계최고의 진기록을 갱신하는 기네스북, 사람들은 매년 이 새로운 발표결과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이들은 기업차원에서 시작한 가치매기기의 일종이다. 미슐랭은 프랑스 타이어 회사이고 기네스는 유명한 맥주상표다. 세계유산은 국제연맹인 UN산하 전문기구에서 등록하는 것이니 공신력 차원에서는 이와 비길 것이 없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이러한 가치와 지명도는 매우 높아져 사실상, 최고 관광지로 등극하게 된다. 관광산업은 본질적으로 타산업보다 고용창출과 외화획득 그리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부가가치율과 외화가득율(수출상품이 외화획득에 기여하는 정도를 말하는 비율로 수출상품 중 국산원자재 사용비중이 높을수록 외화가득율이 높다)은 관광산업이 농림수산업, 제조업과 건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2007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의 경우만 봐도 2년 뒤인 2009년에 관람객수가 320만에 달했고 매년 증가세를 거듭하다가 2016년에는 510만이나 됐다. 외국인 관람객만 해도 2016년 한해 170만 명에 이른다고 했다. 2017년 1/4분기 집계만 해도 400만이 훌쩍 넘었을 정도라고 하니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인한 직·간접적 효과는 10조원이 넘는다.

관광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바로 고용창출과 지역 세수의 증가로 이어지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게 되어 결국 지역발전과 직결된다. 지역내 경제가 발전 할수록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보유한 유산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지는 현상은 세계유산이 주는 win-win효과라 할 수 있다. 재화를 생산하지 않고도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세계유산 덕을 톡톡히 본 유럽의 국가들은 자국유산을 활용할 정책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경우 문화유산 관련 정책 개편을 위해 2010년 대대적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고 덴마크는 문화유산의 통합적 정책을 펴서 문화유산에 관한 다양한 산업분야를 망라한 멀티 교육콘텐츠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세계유산이 되면 세계유산기금을 통해 자국의 유산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기술적·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선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주는 쪽이다.

등재된 유산은 자국내 정책으로도 보호되지만 국내외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국제사회의 감시 하에 보호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세계유산 공묘 ⓒ신현실


중국 굉촌 세계유산 관람객 ⓒ신현실


중국 석림내 붐비는 관람객들 ⓒ신현실

세계유산에 대한 국제적 관심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배경에는 고령인구의 증가, 국경 없는 새로운 지역사회의 형성, 물질적인 삶보다 정신적인 삶을 위해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 추구라는 트렌드와 관련지을 수 있다. 또 다문화 사회에서 대안교육의 도구로 활용성이 높다.

이제는 글로벌사회에서 오는 획일적이고 평범함에 식상해진 사람들이 지역의 고유한 비범함을 갈망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늘어난 관람객들과 관광개발로 인해 그들의 정주지가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산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주민과 상생하지 않는다면 유산의 생성과 계승에 관여했던 주인을 떠나보내는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세계유산이 가져온 국격의 상승과 자국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긍정적 효과다. 유산이 벌어준 관광수익과 같이 금전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결국 유산의 진정성이 사라질 것이고 이는 부정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세계유산은 전 세계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중요한 역사적·학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대상을 말한다. 어느 학자는 작금의 세계유산은 세븐일레븐 만큼이나 그 수가 많다고도 비판했다. 세계유산의 등재 자체도 중요하지만 등재된 유산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_ 신현실 선임연구원  ·  북경대 세계유산센터
다른기사 보기
landshss@hanmail.net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