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의 시대, 조경과 산림의 만남”

[인터뷰] 임상섭 산림청 산림정책국 국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03-28
바야흐로 융복합의 시대다. 다른 분야가 만나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몇 년 전부터 조경의 학문영역에서도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이 일어나고 있다. 산림과 조경, 원예와 조경, 디자인과 조경 등 각 대학의 학과들이 융복합을 이루며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조경으로 탄생하고 있다.

최근 국가의 푸른 줄기를 담당하는 산림청은 조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의 만남을 통해 융복합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9일 산림, 목재, 조경, 정원, 생태, 경관 관련 학회 간담회가 있었고, 13일에는 조경분야 단체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범 분야를 만들어 시장을 키우고 상생할 수 있는 영역을 새롭게 만들고자 한다”며 “융합의 여지를 열어가며 통합의 과정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산림청 내부에도 이러한 융복합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 있다. 산림청의 주요 정책을 담당하는 임상섭 산림정책국 국장이다. 조경공부를 하고 산림분야에 종사하는 그는 “융복합이 사고의 틀을 깰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조경과 산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제도와 정책들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들 들어보자.
임상섭 산림청 산림정책국 국장


국장님께서 걸어오신 길이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90학번으로 석사도 서울대 조경미학연구실에서 중국정원 관련해서 수학했다. 박사는 산림청에 입사한 후 벤쿠버에 소재하고 있는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 산림자원학 중 산림경관학을 전공했다. 98년도 석사 1년차에 기술고시에 합격해 1년 입사를 미루고 99년부터 근무하기 시작했다.

조경학과 출신 중 산림청 기술고시에 합격한 1호 공무원이다. 학부생 때 임학과 수업을 듣는 중에 교수님께서 산림청 기술고시 시험과목에 조경학도 생긴다며, 조경학과 출신도 산림청이나 임업분야에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셔서 시험을 치르게 됐다.

처음 산림청에 입사에서는 임업정책과에서 통계를 담당했다. 당시는 공무원들이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던 시기였으나 조경학과 출신으로 워드프로세서는 물론이고 포토샵까지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었기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신입 사무관이 통계일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추천받아 본청으로 들어가게 됐다. 당시 통계일을 하면서 임업총조사 예산, 경영실태조사 예산, 임가경제조사 예산 등을 만들었고, 새로운 통계를 2년 반 사이에 서너 개 만들었다. GIS 구축업무도 했었다. 산림은 스케일이 크기 때문에 GIS를 많이 쓴다.

이후 숲가꾸기 팀장, 도시숲정책팀장, 목재생산과장, 산림휴양치유과장, 산림병해충과장, 동부지방산림청장을 역임했으며 올해 1월 18일자로 산림산업정책국장으로 발령이 났다.


20년간 근무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는?

조경출신으로서 2002년 산림자원과 사무관시절에 산림분야에 설계감리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입사 당시만 해도 산림분야에는 설계나 감리의 개념이 거의 없었다. 산이 경사가 졌든, 평평하든, 도로에서 멀리 떨어졌든, 건물이 많아서 작업여건이 어렵든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수준의 예산이 집행됐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누군가 가서 검사를 해야 하는데, 산림사업은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숲가꾸기나 조림사업이었기에 작게는 10~20ha, 크게는 100ha의 넓은 부지를 공무원들이 일일이 다녀야 했다.

처음에는 사업비의 10~13% 정도가 추가로 편성되어야 하기에 부침이 있었으나 시범적으로 몇몇 지자체에 도입한 이후 호평을 받았다. 보다 나은 사업 질 관리와 공무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산림분야에 설계․감리 업을 하는 기술자그룹이 생겨났고, 초반에 숲가꾸기 사업에만 시행했던 설계감리가 점차적으로 확대되어 조림, 병해충방제 등 모든 산림사업에 적용이 된다. 설계․감리제도 도입 당시 2개만 존재했던 산림기술사사무소가 현재는 60여개로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가장 보람된 일이다.

2013년도 목재산업과 과장 당시에는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목재관련 사업 관련해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임산가공분야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법제정 과정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목재업체를 설립하기 위해서 임산가공기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명시했으며,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목재제품이 시중에 나오면서 많은 피해를 야기하는 상황들을 타개하기 위해 유통이나 품질관리 체계를 잡고자 등록제로 변경했다.

국토부 담당자에게 업무 인수 받아서 가로수관리규정도 만들었다. 조경계에 계신 분들의 도움으로 만들 수 있었다. 가로수식재의 넓이 및 폭이나 식재 유형, 지주목 스타일 다 하나하나 제 손을 거쳤다. 이 관리규정은 현재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나누어져 들어가있다.

예전 산림청에 도시림 연구용역 예산밖에 없던 때, ‘도시숲’이라는 말을 만들고 신규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유학길에 오르기 전 1년간 도시숲정책팀장을 역임하면서 도시숲기본계획, 경관기본계획, 도시숲 법률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은 궁극적으로 최종 수요자인 국민에게 안전하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함이다.


산림산업정책국의 주요 업무와 조직구성 등이 궁금합니다.

산림산업정책국은 산림정책국과 산림자원국이 융합한 형태로, 산림정책과, 국유림경영과, 산림일자리창업팀, 산림자원과, 목재산업과, 사유림경영소득과 총 6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림정책과 함께 조림, 종자, 숲가꾸기, 목재산업, 임업기계, 임도, 벌채, 단기소득 임산물 등 산림산업의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산림정책과 12명, 산림자원과 13명, 목재산업과 15명, 사유림경영소득과 13명, 국유림경영과 8명, 산림일자리창업팀 6명까지 총 6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약 840억으로, 청년 일자리, 사회적 기업 관련 창업지원과 일자리 창출 업무를 주로 하고자 한다. 또한 R&D사업으로 산림탄소분야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방안은 많지만 탄소 흡수원은 나무밖에 없다. 또한 목재파트에서는 탄소배출 저감과 관련해 바이오에너지, 목재펠릿, 목재칩을 화석연료대신 사용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자 한다.

R&D사업으로는 골든씨드프로젝트, 산림생명자원 소재발굴 연구, 신기후체제 대응연구, 생물다양성 위협 외래생물 관리 기술개발, 임업기술연구개발, 융복합기반 임산업의 신산업화 기술개발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지난 9일 산림청에서는 산림, 목재, 조경, 정원, 생태 관련 학회장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를 마련한 계기와 이날 나온 주요 성과가 있다면?

관련분야 학회장 간담회에서는 산림, 임업, 정원, 조경, 경관, 가공 임산업분야의 학회장이 모두 참석해 분야간 융복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모인 모든 분야들이 협력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조경과 산림분야 차원에서 본다면 조경의 생태복원과 산림의 산림복원이 비슷한 콘셉트이면서 조금씩 다르니까 융복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제시되기도 했다.

특히 조경은 도시공원이 일몰제 때문에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산림청이 협업을 하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토지매입비가 관건인데, 산림청의 경우 국유림 경영․관리 차원에서 사유림을 매수하는 예산이 있다. 많지는 않지만 없는 예산을 증액하거나 용도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처별로 보면 다양한 수단들을 가지고 있다.


융합의 시대에 산림 및 조경분야가 가져야할 태도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조경을 전공하고 산림분야에 종사하면서 느끼는 것은 조경과 산림이 중복되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조경은 수목과 식물을 다루지만 디자인과 계획이 강한 반면 산림은 수목과 숲 전체를 잘 다룬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분야를 전문가로서 인정해주는 태도이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양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경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계획, 설계, 시공, 관리과정과 산림을 조성하고 가꾸기 위해 장기적인 프로세스를 세우고 관리하는 기술들은 고도의 전문화된 기술들이다.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협업한다면 학문뿐만 아니라 업역에서도 융복합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법률과 정책을 개발하고, 예산을 확보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중앙부처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조경분야는 시장이 좋지만 법률과 예산, 계획관련 업무들이 탄탄하지 못하다. 조경은 모든 국민이 좋아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중앙부처와의 관계를 잘 구축하고, 국가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부처간의 협업도 필요하다. 특히 부와 달리 청은 집행부서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국토부와의 협업을 통해 계획된 사업들을 집행할 수 있다. 산림청의 이름 또한 산림공원청이나 공원산림청 등으로 개칭해 국토부의 도시공원, 환경부의 국립공원을 관리를 일원화한다면 예산도 체계적으로 편성할 수 있고, 관리도 용이할 수 있을 것이다.


업무 중 애로사항이 있다면?

중앙부처 공부원은 이사가 잦다. 강릉, 원주, 남양주, 대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옮겨 다녔다. 다른 직원들은 3~4년마다 한 번씩 이사를 하는데, 아이교육문제 등 다양한 애로사항이 있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주말부부가 많은 편이다.

산림청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인명과 재산에 관련된 산불, 산사태, 재선충이다. 특히 봄철에는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주말에 대기하기도 하고, 등산로를 순찰하기도 한다. 병해충 방제도 이때가 적기이다. 우리 산림 분야 공무원들은 봄에 가족들과 꽃 구경 다녀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다 보니 개인적인 생활을 일부 희생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그 외에도 국민의 복지와 혜택, 임업인들 소득 관련된 업무들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산림분야가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이 있다면?

4차 산업기술 중 드론은 산림분야에 최적화되어 있는 기술이다. 예전에는 산사태 피해가 난다면 공무원들이 다 다니면서 일일이 조사를 했으나 요즘은 산 입구에서 드론을 띄워서 사진을 찍으면 한 눈에 파악이 된다. 병충해 방제에도 마찬가지다. 나무가 소나무재선충에 걸려 죽으면 모양이 변하는데, 이 변화는 위에서 내려다봐야 더 잘 보인다. 벌채 금지지역에서 일어나는 불법벌채, 불법건축물 조성 등 불법산림훼손지 파악도 용이하다. 드론으로 사진을 찍어 작업하면 몇 시간 만에 GPS좌표까지 다 도출되어 인력을 엄청 절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헬리콥터를 띄울 수 없는 야간에는 드론에 소화약제를 달아서 살포할 수도 있어 예산절감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온실로 양묘에 드는 인력을 줄일 수 있다.


다양한 분야간 융복합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A분야에서 공부를 하다가 B분야에서 일자리를 갖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것은 편견이다. 해외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으며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학부 때 산림자원학을 전공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기계공학을 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업으로 삼게 되면 오히려 융복합이 일어난다. 생각하거나 사고의 틀을 깰 수 있다. 조경 공부했기에 산림분야에 설계․감리제도를 적용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항상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우리의 정책대상은 주로이 사람이 아니고, 자연환경을 대상이라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이 많지 않다. 조경, 그리고 산림, 뿐만 아니라 녹색관련 분야에서 꾸준히 일 하다보면 분명 큰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잘 해나가시길 바란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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