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광, 미래의 가치와 지역의 전환″

[인터뷰] 박종석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센터장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04-27

전라북도는 도내 우수한 생태자원을 기반으로 한 ‘1시군 1생태관광지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총 1022억 원(환경부 50, 전북 30, 시군 20)을 투입해 시군마다 지역적 생태관광지를 육성하고 있다. 


하나의 광역도에서 시군단위로 생태관광을 육성하는 정책사업은 처음 시도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데 그 중심에는 전라북도 행정과 ‘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은 관과 민 사이에서 교량역할을 하며 기획조정, 전문컨설팅, 홍보마케팅, 교육지원, R&D 정책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종석 센터장은 생태관광의 육성에 대해 “민의 자생력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생태관광의 하드웨어를 만들어내는 일은 행정과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를 떠받치는 소프트웨어격인 운영 프로그램과 이를 수행할 사람을 키워내는 일은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과거 산업화시대와는 달리 이제는 자연자원 및 생태자원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이 잠재적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가치전망의 시대이다. 그런 면에서 전라북도의 우수한 생태자원은 향후 새로운 가치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박종석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센터장



도에서 생태관광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그간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친환경 자원을 기반으로 한 생태관광의 모습이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왔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관광이나 여행이 산업적으로 지나치게 팽창하는 과정에서 자연자원의 감소나 야생동물의 위기, 오염물질의 발생과 지역의 문화적 훼손에 이르기까지 그 움직임에 대한 반성적 태도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지요. 이는 오늘날 지구환경의 문제의식과 더불어 대량소비의 자본주의적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에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여러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때에 전북지역의 생태자원인 강과 마을을 비롯해서 너른 평야와 습지, 깊은 산림과 갯벌 등 아직 훼손되지 않은 자연자원들이 풍부하게 남아있는 곳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오늘날 생태자원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나 환경정책의 변화, 생태계 서비스의 수요증가 및 그린마켓이 새로운 부가가치로 전환되고 있다는 맥락에서 도의 생태관광정책이 놓여있다고 보면 좋을 듯 합니다. 



전북지역의 생태적 가치와 정책적 방향은 어떤 것인가요?


전북도는 고창, 군산, 남원, 완주, 장수, 정읍 등 14개의 시/군으로 되어있으며 그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적 특징을 기반으로 생태자원이 우수한 공간인 코어지역을 제외한 완충지대에 환경적 디자인을 결합한 보전이나 관찰, 체험적 인프라를 적정한 범위 내에서 조성하고 그 내부에 생태상징물이나 지표종 등의 자연자원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보전공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기에 이에 필요한 교육과 활동을 통한 공동체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중요한 방향일 듯 싶습니다.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의지를 갖춘 사람들의 열정으로 시작해서 일정한 협업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과 비슷한 것이겠지요.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정책이구요. 



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센터는 도의회의 조례제정을 통해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해서 2년을 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군별 생태관광지를 육성하고 지원하는데 필요한 정책을 설계하고, 현장과 정책 사이에서의 운영을 조정합니다. 아울러 전문가 그룹의 컨설팅을 매칭하고 주민들의 교육을 성장지원하며 홍보마케팅과 정책R&D 등 6가지 주요역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센터에는 자연생태과를 포함해 9명이 본부격인 도청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각 시군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행정담당과 마을현장에서 핵심적 리더역할을 하는 ‘에코매니저’ 등을 포함하면 약 70명 정도가 움직이고 있는 셈이지요. 향후 각 시군별로 생태관광 협의체를 조성하고 협동조합이나 마을법인 등을 구성한다면 수익적 모델부터 지속적인 사업운영까지 협업으로 진행할 예정이고 이는 공동체가 성장하고 활성화되는 하나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센터의 역할이 갖는 특징으로는 광역도와 시군을 연계하는 관-관, 시군과 생태관광 마을현장을 잇는 관-민, 각 지역의 협의체와 주민들 사이를 연계하고 조정하는 민-민의 영역을 견인하는 광역중간지원기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사회적경제나 도시재생 지원조직들의 활동을 포괄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중심의 협력적 시스템과 생태관광을 실현시켜 내는 것이 큰 역할 중 하나인데요, 이 과정에서 작은 바퀴와 큰 바퀴의 2트랙이 맞물려 돌아가며 새로운 물길을 만들려니 여러 어려운 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과정을 넘어서는 유의미함이나 즐거움이 없다면 힘든 일이지요.



센터 기획회의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시군 워크숍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코매니저 교육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생태관광지역의 대상지 선정부터 사업과정이 궁금합니다.


지난 2016년부터 전북 각 시군의 생태자원을 특징별로 3순위로 조정해서 전문가 평가단과 심의를 통해 최종 1시군 1생태관광지를 선정하고 자연자원의 현명한 이용에 대한 정책적 가이드라인을 국립생태원과 함께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사업의 파트는 크게 3가지 섹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첫째는 생태적 공간의 설계와 디자인이라는 형식의 영역이고, 둘째는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내용인 지역성을 갖춘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의 문제이지요. 셋째는 그 양자를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의 성장이란 측면에서 주민들의 협업으로 공동체 시스템을 만드는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더군요.  


이에 따라 각 지역의 자원을 파악하고 필요한 사업을 계획하고 현장에 적용하는데 지난 2년 동안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몇몇 지역은 지나치게 하드웨어 중심으로 일을 풀어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책가이드라인 밖의 사업들이 현장에 들어와 자칫하면 생태계를 범위 이상 훼손하면서 진행될 우려스러움이 있고 이 때문에 이를 조정하고 설득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데에 시간과 협력이 상당히 필요했지요. 


전북 생태관광 정책사업의 시간적 범주는 10년에 걸쳐있습니다. 첫해는 기본계획을 실시하고 단기, 중기, 장기 3년씩 총 9년 동안 시군 현장에서 사업이 진행되는데 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 하드웨어 조성에 따른 환경적 훼손이 진행될 경우 이에 대한 회복력의 시간까지 고려해서 설계되었지요. 현재 초기 3년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데요, 기초를 다지는 시기이므로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중기까지의 탄력과 지속력으로 후반부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책사업의 예산규모와 육성하는데 고려해야할 요소는 어떤 것인가요?  


국비 지특과 도비, 시군비의 매칭을 통해 전북의 시군으로 지원하는데 평균적으로 한해에 약 90억~100억 원 정도가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한 가지 특징은 탄력적 예산적용인데요, 해마다 객관적인 평가와 환류를 통해 해당 시군에서 안정적인 사업으로 수행하는 경우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일정한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긴장도 하고 서로 경쟁도 하면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육성정책의 고려요소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생태적 자원의 발굴과 그 보전에 대한 방법론으로서의 이해가 필요할 것이고요, 다음은 이러한 공간적 범위에 필요한 규모의 인프라를 찾아내고 그것이 균형 있게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공간의 경험을 축적해야 가능한 일이고 그런 차원에서 저도 많이 부족하지요. 이와 동시에 로컬리티를 어떤 관점에서 결합하느냐의 문제인데 만만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관찰이나 보전, 체험이나 학습 등이 모두 사람의 문제이기에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사람의 문제일 것입니다. 특히 행정의 영역과 민의 영역, 민과 민의 영역 사이에서 조정하고 협력해가는 과정 자체가 성장의 기반이 되는 셈이지요. 한두 가지 일에 희비하지 말고 담담하게 걸어가야 할 일이기도 한 셈입니다. 



생태관광의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이 진행 중에 있고 제도적으로 보완되어 현장의 밀도가 높아져야 할 단계로 들어서는 느낌입니다. 특히 로컬에서 인식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이 변화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요. 지역 현장에서부터의 변화가 중요한 관점이라 보입니다. 또한 최근에 드는 생각인데요, 이 일은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기도 하고, 자연적 체험을 기획하는 일이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서 협동을 쌓아가는 일이기도 한데, 이 개별적 단위사업들이 생태계를 형성해서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는 전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저출산과 지역소멸의 시기를 예측하는 오늘날 다양한 분들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요. 



생물자원조사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마을숲길 조성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현장 모니터링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생태관광의 매력과 이점은 무엇인가요?


오래 전 독일이 분단되어 있을 때 통일의 물길을 연 단초는 여행자유화 조치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저간의 상황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수년 전 쿠바는 반세기 만에 여행자유화를 단행했구요. 이렇듯 문명의 길은 교류의 길이었고 여행의 길이었지요. 그곳에 소통이 있었고 공유가 있었습니다. 최첨단의 IoT산업 또한 소통과 공유의 확장을 통한 자본의 지배력에 있으니까요. 이렇듯 여행이나 관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잠재력이자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생태관광이 갖는 공유가치의 창출과 공동체의 성장, 지역전환이란 측면에서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매력적인 측면이 있고 이 일의 편익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른들에게 일정한 책임이 있는 셈이지요.  

 


생태관광을 위해 시민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특별하다기 보다는, 우리가 잠시 생각해 보면 다르게 보거나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상시 우리는 여행을 맞이하는 자였다가 길을 떠나는 순간 여행하는 자가 되는 것 처럼요. 여행이나 관광에 있어서 떠나는 자와 맞이하는 자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만 생태관광을 통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이해나 교감이 커지는 셈이지요. 이를테면 숲길을 걸으면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힐링하는 것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그 숲길을 걷는 동안 이 숲의 공간에 나 이외에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지, 어떤 새들이 함께 있는지, 어떤 포유류의 발자국인지 기억하고 교감하려는 여행, 그 점에서 생태관광의 결이 달라집니다.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커지면 나 이외의 존재에 대한 이해도 커지는 셈이지요. 그런 여행을 함께 떠나고 또 맞이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지금부터 함께 할까요?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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