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북한의 천연기념물과 자연보호구 제도

이원호 논설위원(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명승·전통조경·천연보호구역 담당)
라펜트l이원호l기사입력2018-05-04
북한의 천연기념물과 자연보호구 제도




_이원호(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명승·전통조경·천연보호구역 담당)

 

지난 4월 27일은 남·북한의 정상이 다시 만난 민족사에 기억될 날이다. 지금 한반도에는 중대한 역사적 시기의 요구에 맞는 평화의 새바람이 불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적 해결을 필두로 정부는 숨 가쁜 행보를 보인다.

북한의 핵 폐기 선언과 1953년 정전협정에 참여했던 주변국들이 바쁘게 오가며 종전선언까지 예측되는 것을 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평화에 희망적인 기회가 찾아 온 것임에 틀림없다.

남·북한이 서로 부둥켜안고 살아갈 때가 머지않았음을 온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사실, 73년이라는 분단의 세월동안 우리는 서로에 대해 너무 몰랐고 알 기회도 적었다. 이제는 서로가 만날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한 민족으로서 문화적 차이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그동안 단절되었던 한반도 국토환경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산 좋고 물 맑은 삼천리금수강산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땅덩어리를 철조망으로 동여매고 자연생태계의 흐름도 법으로 갈라놓았다.

남과 북이 단절된 상황에서는 우리역사를 설명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고 지척의 거리인데도 소식조차 전하지 못했다. 이제는 저 철새들처럼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부터 벅차다.

통일이 되어 백두대간의 잘렸던 허리가 회복되면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을 상징했던 백두대간이야말로 세계유산감이라는 것도 제법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됐다. 

같은 유산이라도 그 집단의 의식이나 보호의지에 따라 잘 보존되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제부터는 서로 간의 폭넓은 화해를 통해 한반도 자연유산의 보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잘못된 것은 고치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서로 상생의 길을 모색해 세계유산 등재도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의 자연유산 관련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북한의 천연기념물 제도를 다루고자 한다.

천연기념물제도는 원래 독일에서 시작되었고 일본이 선진제도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도입하여 운영해 온 문화재 제도이다. 미요시마나부는 “천연기념물이란 하나의 국가. 한 향토의 천연물 가운데 가까스로 오늘날까지 남아서, 그 나라나 향토의 자연계를 기념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이선, 2009).

남북이 갈라서기 전 문화재관련 법령의 시초는 일제강점기였던 1933년의 조선총독부령 제6호「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이 였다. 생각보다 꽤 오래된 이 법령은 남한보다 북한이 먼저「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 보존령(1946. 4.29)」,「보물⋅고적⋅천연기념물 보존령 시행규칙(1946.4.29)」,「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 보존령 시행수속(1946.4.29.)」을 제정하면서 일본이 만든 법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남한에서는 1962년의「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기 이전까지 1933년의 조선총독부령이 존속되었다.

북한은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김일성 우상화를 본격화하면서 문화분야를 적극 활용했다. 문화와 자연환경을 마주하면서 인간이 느끼게 되는 영감을 통치계급의 효과적 선전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순수한 인간의 감정을 왜곡시켜 김일성 우상화와 접목한 것이다. 1970년대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지금보다 훨씬 나았던 시절로 다방면에서 우상화를 위한 문화분야 도서간행사업이 활발했고 인쇄물의 품질도 상당히 뛰어났었다. 북한의 정권수립 전후시기에 제정된「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1946)은 북한의 문화재보호관계법제의 연혁이 되어 왔으나 1990년에 들어서면서 명승지와 천연기념물, 그리고 역사유적 및 역사유물에 대해 각각의 규정을 두면서 폐기되었다. 문화재를 다루는 남한의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과 유사한 북한의 조직체계로는 문화예술부와 문화보존총국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천연기념물도 관리하며 지방조직으로는 지방 행정 및 경제지도위원회와 도천연기념물관리소가 천연기념물을 관리한다. 

1990년에 제정된 북한의「천연기념물의 보호관리에 관한 규정」은“천연기념물들을 잘 보호관리하고 이용함으로써 나라의 자연풍치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근로자들과 청소년학생들의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 주며 그들 속에서 사회주의적 애국주의 교양을 강화하는데 이바지 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자연물 가운데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거나 희귀하고 독특하며 학술교양적 및 풍치상 의의가 있는 것으로서 국가가 기념물로 보호하게 되어있는 동식물, 화석, 광천, 동굴을 비롯한 자연물을 천연기념물로 규정짓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천연기념물을 참관하거나 이용하려면 관리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남한의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천연기념물센터)와 같은 천연기념물관리기관에 해설강의를 요청할 수도 있다(박상철·김창규,2014).
1990년대에 들어와서 북한은 거듭되는 자연재해로 인해 적지 않은 생태계 파괴를 경험했다. 북한은 1994년 10월에 생물다양성협약을 체결하고 체약국이 되면서 1998년 세계환경기금(GEF)의 협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생물다양성전략 및 행동계획을 작성하였고 북한의 자연보호구역의 면적을 북한면적의 5.67%인 69만 5,670정보로 설정하기도 하였다.

북한의 200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자료에 따르면 국제기준에서 제시하는 6개 보호구 유형에 따라 엄격한 자연보호구(Ⅰ)로 오가산, 랑림산, 관모봉 자연보호구와 백두산, 구월산 생물권보호구의 핵지대를 지정하고 자연공원(Ⅱ)으로는 금강산, 칠보산, 묘향산, 구월산, 장수산자연공원 등을 천연기념물(Ⅲ)에는 127개 천연기념물보호지역을 보고하고, 서식지 종보호구(Ⅳ)에는 식물과 동물 습지 번식지 보호구와 경관보호구(Ⅴ), 자원관리보호구(Ⅵ)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2003년의 북한 자연보호구의 면적은 87만 9,275정보(국토면적의 7.3%)에 달하게 확장되었다.

현재 북한의 천연기념물 지정건수를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렵다. 간혹 제3국을 통해 입수되는 천연기념물도감을 통해서도 정확한 통계숫자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는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예전만큼 도서를 간행하지 않는 분위기를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또 특이한 것은 남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경애하는 수령님의 원대한 자연보호사상으로 무장시키고 그들 속에서 사회주의적 애국주의 교양을 강화함으로써 그들을 열렬한 주체형의 혁명가로 튼튼히 준비시키는데 적극 이바지 할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가 나고 자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주는 것은 현 세대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아름다운 경관과 희귀한 생태계의 모습을 향유하면서 이를 어느 한 사람을 위한 것으로 돌려야 한다는 논리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찾기 어렵다. 

통일이 되어 남북한이 하나 되어 한반도의 자연을 회복하고 나면 저 북녘의 동포들도 꽃을 보고 그저 아름다운 향기를 감상하는 것으로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수려한 경치를 통해 심신의 피로를 푸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조선천연기념물도감_식물천연기념물분포도


조선천연기념물도감_동물천연기념물분포도
_ 이원호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다른기사 보기
oldgarden@korea.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