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김승환 교수와 백만평공원

강태호 논설위원(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라펜트l기사입력2018-05-17
김승환 교수와 백만평공원




_강태호(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부산 동아대 조경학과에서 정년퇴임하신 김승환 교수님의 다른 이름은 백만평공원이다. 대공원이 없는 부산에 백만평이나 되는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시민운동을 벌일 때 그 누구도 그 말이 실현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0년 전 일이다. 한 발 더 나가 시민 모금을 해서 수십억대의 땅을 사서 기증까지 했다. 그렇다고 부산시가 좋아하지도 않았다. 거기에다 주변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본 사람도 많았다.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국회의원이라도 출마하려고 저러는 게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부산 사정을 어느 정도 알기에 정년이 돼서 학교를 떠나게 되면 그만 두실 줄 알았다. 그런데 정년을 하시고 나니 시간이 여유로워져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하신다. 정말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그랬던 백만평공원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실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주요 과제로 추진하면서다.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산지역의 낙동강 하구 종합개발계획이 국가균형발전 사업으로 채택이 되면 백만평공원을 핵심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국가 재정 투입이 가능해 진 것이다.

백만평공원을 하겠다는 낙동강 둔치를 다녀왔다. 서낙동강변에 자리한 대상지 주위는 온통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아파트뿐만이 아니라 공단도 들어서 있고 강 건너는 수자원공사가 4대강에서 적자난 재정을 메꿔 보려고 대단위 신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다. 사정이 이러니 토지주는 돈방석에 앉을 판인데 공원을 만들겠다니 반가울리가 없다. 둔치도 초입에는 공원 개발 결사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고 공원 저지 대책위원회 현판도 보인다. 나이 들어 학교를 떠난 노교수에게 주민들은 멱살잡이라도 할 기세다. 그런 주민들 상대로 둔치도에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을 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는 백만평공원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고 반드시 추진하겠다며 얼마 전 부산의 200여 시민단체들과 재단 설립을 위한 모임을 결성했다.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서울에서 살다 지방으로 이주해 오랫동안 살다보면 살고 있는데가 고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착각이다. 이해관계가 맞으면 서울에서 내려와 좋은 일 한다고 추켜세우지만 조금이라도 의견이 상충되면 이내 돌아서 버린다. 어김없이 비난이 쏟아지고 뜻을 같이 했던 사람도 반대편에 붙어 버린다. 지연과 혈연의 냉엄함이 살아 있는게 지방의 현실이다. 

나는 처음에 김 교수님 고향이 부산인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에야 서울이 고향이라는 걸 알았다. 물론 부산이 지방 도시 중에 지역색이 덜 하다고 해도 지방의 연고 의식은 여전할 터인데 변함없이 낙동강 하구의 생태환경을 지키고 부산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대공원을 물려주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며 경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경주로 발령 받아 30여 년간을 살면서 나름 시민운동도 했고 고도이미지 찾기 사업에도 참여했다. 그러는 와중에 시민들의 갈채도 받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따돌림도 받았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김 교수님 같이 조경학과 교수로서 마땅하게 이루어놓은 게 없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진다.

김 교수님의 백만평공원 운동은 이 땅에 조경학이 자리 잡기 시작한 반세기 동안 가장 큰 감동으로 남을 업적이 될 것이다. 사회가 부여해준 조경학과 교수 신분으로 가장 값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비록 용기가 부족해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낙동강변에 백만평공원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게 마지막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배운 대로 행동하고 자신의 희생으로 후학들에게 본을 보여주시고 계신 김 교수님께 머리 숙여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_ 강태호 교수  ·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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