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스마트도시 – ‘지하화의 흠결’

진양교 논설위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라펜트l진양교 대표l기사입력2018-05-10
‘스마트도시’ – 지하화의 흠결




_진양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조경설계전공 교수)

 

서울시가 서울역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서울로’라는 이름의 보행고가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공개한 건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서울로의 개장은 서울시가 바쁘게 앞으로만 달리던 속도위주의 도시 삶에서 느림의 가치를 깨닫고 여유 있는 도시 삶을 지향하겠다는 선언처럼 이해됐다. 완공된 서울로는 더 좋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많지만 어쨌든 보다 풍요로운 삶의 질을 추구하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를 표현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여러 프로젝트들 중 ― 요즘 들어 갑자기 대형 프로젝트들을 많이 시작하는 이유가 뭘까 싶긴 한데 ― 삼성역주변 영동대로 지하차도화 및 광화문광장 완전복원 등이 눈에 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영동대로나 광화문광장이나 모두 차량도로의 지하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광화문광장은 대통령의 집무공간이 광화문으로 내려와야 하는 정치적 여건을 고려하여 서울시가 초기의 입장으로부터 후퇴하여 지하화를 포기한 것으로 안다. 지하화를 포기하는 대신 기존 광화문 앞의 율곡로를 우회시키고 월대를 완전히 복원하는 것으로 광화문광장의 리모델링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광장포럼이라는 광화문광장 복원을 논의하고 추진했던 전문가그룹이 있었다. 필자도 속해있었고 2년 가깝도록 광화문 광장의 올바른 복원에 대해 이런저런 토의를 했다. 너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너무 많이 모인 회의가 겪는 부실과 비효율적인 토의는 이곳에서도 당연했다. 결론 없이 떠돌던 회의가 어느 날 갑자기 광화문광장의 전체 도로, 그러니까 광화문 앞을 지나는 율곡로뿐 아니라 세종대로 모두를 지하화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필자는 월대와 십자각들의 제대로 된 복원을 위해서라도 율곡로의 지하화는 필요하지만 그 외의 특히 세종대로의 지하화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국가상징가로로서의 도시경관적 가치를 위해서도 지하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끝까지 견지했다. 그런데도 몇 사람의 지하화 광신도에 의해서 지하화로 의견이 모아져 가는 바람에 걱정이 많았다. 늦게라도 지하화결정이 취소되어서 다행이다.

도시공간의 지하화는 보행이건 차량통행이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차량도로를 지하화 하면 조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할까. 지하화 한만큼 상부에는 보행공간이나 녹지 또는 공원이 생기니 말이다. 초견 그리 보일 수 있지만 과연 오래 장기적으로도 그리 유리할까. 우리는 하루 일과 중에서 차를 타고 보내는 시간이 상당하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직장을 갖고 있는 정상적인 성인의 경우, 하루에 서너 시간의 시간, 거의 하루의 15퍼센트 가까이 차량통행에 묶여 있다. 정말 도시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에게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쾌적해야 하고 가로경관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벚꽃길이나 플라타너스길 또는 메타세콰이어길, 양버들길의 즐거움은 걸으면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리저리 마구잡이 지하화를 해대면 정작 상부의 덮개공간을 걷는 사람이 있을 지 의문이다.

보스톤의 빅딕Big Dig은 워터프론트와 도시지역을 가로 막던 도시고속도로를 지하화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하화된 도로는 보스톤의 외곽을 지나가던 통과교통의 도로였다. 지하화가 필요했고 그 효과도 만점이었다. 하지만 도로양쪽이 고밀화된 도시지역이고 특히 1층부가 사람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상업가로인 경우―광화문광장의 세종대로가 그렇듯이―좀 다른 문제이다. 상업가로에서는 보도 못지않게 차도의 차량들도 지상에서 활동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 브로드웨이나 5번가를 전면 지하화하면 지금의 명성이 유지될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광화문광장의 이용자는 걸어서보다는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광화문광장까지 온 사람들이다. 만약 전면 보행광장이 필요하다면 지금도 가끔 그렇게 하고 있듯이 차량도로를 임시로 폐쇄하고 쓰면 될 일이다.

뭐든 지혜가 필요하다. 급진적인 안이 꼭 늘 합리적이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친숙한 평범한 안이 더 바람직할 때도 많다. 나야 말로 아예 차를 없애고 걸어 다니자는 사람이지만 그건 애당초 불가능할 것이고 어차피 차를 타야 되는 우리라면 차를 타는 동안의 우리의 생활도, 우리의 삶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일이 없어도 그렇지 아무도 쓰지 않는 공간을 설계할 수는 없다.
_ 진양교 대표  ·  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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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y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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