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더욱 ‘스마트’한 스마트시티를 위한 조경

글_전진형 논설위원(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라펜트l전진형 교수l기사입력2018-06-07
더욱 ‘스마트’한 스마트시티를 위한 조경 




_전진형(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최근 정부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세종시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선정하였다. 새롭게 조성되는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과 자율주행 등 신기술을 적용하는 테스트베드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단계별 차별화된 접근을 통해 도시문제 해결 및 도시민의 삶의 질 제고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마트시티는 무엇인가?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 건설· 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하여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스마트시티라고 한다. 다시 말해 스마트시티란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에 정보통신기술 등 혁신 기술이 적용되어, 도시민의 삶을 더욱 살기 좋게 만드는 플랫폼으로서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해외의 스마트시티 사례를 살펴보면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참여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만의 Tainan시는 해수면과 인접해 있는 저지대에 위치하여 태풍과 홍수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이었으나 실시간 수위 모니터링을 통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와 같이 홍수정보를 시민들에게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개발하거나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Tainan시의 노력은 스마트시티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해주고 있다. 코펜하겐 시는 데이터와 혁신기술을 통한 세계적인 스마트 시티 구축을 목표로 하면서 도시건설 이전에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고, 그 위에 생태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도시 계획을 진행하였다. 코펜하겐 시의 사례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크로스로드’의 ‘리빙랩이다. ‘리빙랩’은 생명력이 있는 연구실이라는 뜻으로 시민들이 크로스로드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일반 시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 대한 제안을 하면 이를 수용하여 도시 구성에 반영하였다. 

이처럼 스마트시티의 목표는 도시민의 삶의 질의 향상에 있으며,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 정주환경 개선 및 경제 발전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방법을 혁신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사업은 아직 시민들이 체감하거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선정한 세종시 5-1 생활권은 스마트 교육시스템과 미세먼지 모니터링, 자율주행 대중교통, 제로에너지 특화단지 조성 그리고 혁신창업 존의 조성이라는 네 가지 틀을 기반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어딘가 너무 딱딱하고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공상과학영화 속에 존재하는 도시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 동안 국토계획의 큰 축을 담당해온 국토교통부, IoT와 빅데이터, 자율 주행 등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이 크기에 대부분은 특정 기술에 국한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기술중심의 사고는 과거 유비쿼터스시티(U시티)사업에서도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부분이다. 결국 스마트시티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거버넌스, 경제, 환경, 사회 등의 도시 기능이 혁신을 통해 얼마나 성과가 나타났는지에 달려있고, 도시기능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그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마트시티라는 단어 때문인지 우리는 Intelligence 중심의 정보통신기술이 스마트시티의 본질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과거 다양한 국토계획이 시행되었고 성공과 실패사례를 보았다. 실패 요인의 대부분은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는 일회성으로 조성된 전시회와 같은 도시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도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공간이며, 그 공간에 스마트한 기술이 추가가 된 것이고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을 위해서 조성되어야 한다. 

스마트시티가 성공하기 위한 마지막 열쇠는 결국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코펜하겐의 스마트시티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점도 ‘리빙랩’을 활용한 주민 참여에 있다. 스마트시티는 한 번 조성된 후 고정된 정적인 도시가 아닌 주민들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는 동적인 도시를 말한다.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는 결국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스마트시티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러한 자발적인 마음과 여유를 주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바로 그린스페이스로 해결이 가능하다. 최근 우리는 녹지공간의 확대, 공원의 확충과 같은 그린스페이스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아파트 광고에서도 ‘숲세권’아파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스마트’라는 단어가 붙자마자 ‘그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 동안 우리는 숱한 연구에서 그린스페이스가 조성된 곳에서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며 창의적인 발전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아왔다. 비단 연구만을 놓고 보지 않고서라도 사람들의 삶의 질에 있어서 녹지, 공원과 같은 그린스페이스는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의 로드맵을 보면 이 부분에 대한 고려는 전혀 되어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딱딱한 인프라의 구축만을 통해서 과연 유연한 사고가 가능할 지 의문이다.

스마트시티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이며,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그린’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과거 유비쿼터스 시티의 실패를 또 다시 겪지 않으려면 스마트시티를 사람이 살아가는 ‘장소’라는 인식을 갖고, 녹지와 공원 등을 통한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원래의 목적에 맞는 설계를 해나가길 바란다. 

_ 전진형 교수  ·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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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ho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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