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문화도시 부안, 그 속살 엿보기

사진으로 만나보는 부안의 정원과 문화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06-21
정원문화도시로서의 재생을 천명한 부안. 도시의 골목골목을 걸을 때마다 흥미로운 요소들이 숨어있어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일명 ‘속살관광’이라 명명한 이 관광투어를 통해 부안의 역사와 문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

부안은 과거 일제강점기에 ‘본정통’이라 불리며 크게 번화했었으나 이후 공동화현상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간 부안은 변산해수욕장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주력해 상대적으로 도시의 중심인 부안읍은 더욱 낙후되어갔다.

이러한 부안읍을 부안관광의 허브로 구축하고자 ‘정원문화도시’로서의 재생을 꾀했다. ‘속살관광투어’는 주민의 생활상을 그대로 관광자원화 하는 프로그램으로 부안의 역사와 문화를 스토리텔링 해 ‘정원’을 테마로 도시 전체를 브랜드화 했다.

특히 세계적인 가든디자이너 황지해 작가의 작품들이 거리를 수놓고 있는데, 황지해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식재표현과 정크아트,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곳곳에 포진해있어 거리를 걷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해외에서 황지해 작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부안을 찾아 그녀를 배운다.

부안군 관계자는 “다양한 관광자원을 개발했지만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도시는 주민들이 내 집 앞에 정원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원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면 정원문화도시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걸음으로 지난해 정원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깨워주기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에서 하는 ‘정원디자인 아카데미’이다. 주민 30~40명을 실시한 교육은 주민들이 직접 재료를 사고 아이디어를 내 정원을 만들기도 했다. 부안군은 내 집 대문 앞은 주민이 가꾸고, 골목길은 군에서 정비하는 형태의 정원도시를 꿈꾸고 있다.

정원문화도시 부안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함께 거닐어보자.


별빛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암각서를 가지고 있는 부안군청 청사 후원에 있는 너럭바위 글씨 ‘봉래동천’, ‘주림’, ‘옥천’의 여덟 글자가 있다. 산천이 둘러싸여 경치 좋은 곳, 신선이 사는 곳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듯이 19세기 이곳은 이 일대가 산천이며 신선의 세계임을 상징화했다.

무엇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의미의 장소로 역사성이 강한 이곳에서 ‘옥천’이란 바위틈에 나는 옥천의 우물을 붓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끌어내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고, 이곳을 다니는 우리 사는 이야기, 우리 찰나의 순간을 기록해 줄 것이다.

이곳에는 길을 따라 계류가 흐르고 있으며, 밤이 되면 물속의 별빛이 반짝인다. 그리고 물길을 따라 황지해 작가 특유의 정크아트로 표현된 벤치가 자유롭게 자리하고 있다.















‘정원디자인 아카데미’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만든 정원


카이로스 광장
옛 본정통 시계탑광장은 억겁의 시간을 지나 여전히 이 자리에서 과거와 현재를 직조하는 공간이며 우리 삶의 의미를 깨닫는 정신의 시간이자 우리 사는 소담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시계탑의 모티브로는 성 문 앞에 들어갈 때 액운을 막아주는 돌기둥인 ‘당간지주’로, 부유의 상징인 석당간은 부안이 효시라고 한다. 지난 과거의 지도와 함께 분해된 시계가 걸린 나무를 통해 미래를 표현했다. 이곳에 현재의 내가 들어감으로써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게 된다.

밤이 되면 시계탑에서는 야간조경이 펼쳐진다. 시계탑 바닥에는 부안군의 지도가 있다. 부안의 탄생과 역사, 위도가 표기되어 있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황지해 작가 맡았으며, 시계탑은 공모를 통해서 진행됐다. 






젊음의 거리
부안이 정원문화도시로 재탄생하며 하드웨어는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지만 내표된 사상은 과거에서부터 시작된다. 젊음의 거리가 위치한 곳은 과거 여인숙촌이다.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인한 외부인들의 대거 유입이 이루어졌고, 이곳에서 잠을 자고 유곽이 형성되어 어두운 거리로 번화했었다. 시간이 흐르며 점차 쇠퇴한 이 지역의 길을 정비했다.






길을 따라 물길이 함께 따라간다.


월스트리트에는 황소상이 있듯, 부안에는 ‘복(福)’이 있다. 복거부안, 부안에 오면 복을 받는다는 뜻에서 복을 써놓았다.


매살메고개는 과거 유곽이 자리했던 곳으로 과거 살구꽃이 그렇게 예쁘게 피었다고 한다. 외부사람들이 힘들게 일하고 외로움을 달랜 집창촌으로써 부안으로서는 가장 뒷골목이라고 볼 수 있다. 군은 과거의 감추고 싶었던 부분들을 드러내고 걷고 싶은 거리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부안의 시장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했다. 조선시대 때는 관아 옆이 많이 발달했고 일제 강점기에는 본정통이 발달했다. 80~90년대는 시장, 지금은 터미널이 번화가이다. 부안은 바다가 있기 때문에 수산물 시장이 많다. 음식점에 가면 메뉴가 따로 써있지 않고, 제철 어류로 음식을 한다.


물의 거리
발달한 도시에는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이 있게 마련이나 산, 들, 바다를 다 갖춘 부안에는 하천이 없다. 과거부터 도시에 물을 흐르게 하자는 열망이 있었으며, 민선 3기 때 시행된 ‘물의 거리’ 프로젝트로 현실화됐다.






과거 부안에는 4개의 염전이 있었으며 현재 하나 남아있다. 이 작품은 소금을 저장해놓는 소금창고를 형상화한 것이다.


물의 거리의 하이라이트로 황지해 작가의 작품. 세상에서 가장 긴 물고기로 머리와 꼬리가 50m 떨어져있다.


자작나무가 처음으로 부안 조경에 시도된 곳이다.




물이 있다는 것은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다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생태적으로도 큰 역할을 한다. 농촌지역이긴 하지만 아파트에서도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곳곳에 숲을 조성했다. 수변을 걸을 수 있고, 밤에도 운치가 있어 걷기가 좋다.


롱롱피쉬의 머리부분. 거리에 놓여있는 의자는 롱롱피쉬에서 떨어져나온 비늘이다.


너에게로
‘너에게로’ 역시 황지해 작가의 손을 거친 곳으로, 이곳에 활용된 소재들은 전부 다 재활용이다. 침목, 농기구 등등 과거 이곳에 버려지거나 집에 있는 것들을 기부 받아 설치한 것이다.

걷고 싶은 거리는 0.2초만에 경관이 바뀌며 걸을 때마다 새로운 경관을 제공해야 걷고 싶은 거리가 된다. 너에게로 또한 그렇다.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식재와 점경물들은 걸을수록 새로운 경관을 선사한다.


‘너에게로’가 위치한 곳은 과거 버려진 땅으로, 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있던 곳을 생태적으로 복원한 사례이다. 쥐는 어디에서나 많이 서식하는데, 환경이 악화되어 떠났던 취가 생태복원되면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보통 쥐는 더러운 곳에 산다는 인식이 있지만 쥐도 생물이고 동물이다. 생태가 복원이 되고, 돌아온 쥐가 저 너머로 가고 싶다는 열망을 담은 작품이다. 황지해 작가의 작품.




















첫사람
‘고마제 농촌테마공원’은 생태체험장과 제작쉼터, 제방길, 솟대다리, 못줄다리, 취수탑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로 조성되어 있다.

그중 ‘첫사람’ 조형물은 부안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역시 황지해 작가의 작품이다. 황지해 작가는 부안의 특성으로 ‘농사’와 ‘바다’를 꼽았다고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농경사회인 부안에 처음 무언가를 심은 사람을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농업에 대한 숭고함을 담고 있다. 첫사람의 살색은 생명의 토대가 되는 토지의 원시성을 상징하고 있으며, 피부에 흐르는 물결무늬는 바다의 물결을 표현한 것으로 생명의 상징물임을 나타내고 있다.





매창공원
이매창은 조선 중기 기생으로 조선시대 4대 기생으로 꼽힌다. 이매창은 학식이 높아 식자층들이 부안에 와 교류를 했다고 한다. 특히 유희경과의 애절한 사랑과 허균과의 10년 우정을 지속해오며 부안 곳곳에 아름다운 시를 남겨두었다.






생태하천
이곳은 과거 시궁창수준의 물이 내려왔던 배수로였으나 생태하천 사업을 하면서 복원되고 있다. 이후 전라북도 생태관광지 사업의 일환으로 제방에 초화류를 식재했다. 생태가 복원되니 물고기들과 새들이 돌아와 하천의 생물다양성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부안의 유일한 이 생태하천에는 아침저녁으로 산책하시는 주민이 많아 산책로를 정비하고 그늘을 위한 수목을 식재했다.




수생정원 대상지

하천 옆에는 수생정원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기간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이며, 10ha의 규모이다. 과거 논으로 이용되기 이전 옛 물길의 모습과 현재 논의 모습을 재해석 한전국 유일의 수생·습지식물을 테마로 하는 수생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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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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