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시라타니운스 협곡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96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8-06-17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196


일본 야쿠시마의 원생림 편

1. 시라타니운스 협곡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이번 답사는 지난해 이맘 때 다녀온 큐슈의 남단 가고시마현의 야쿠시마입니다. 원령공주의 땅으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곳이지요. 조경분야 사람들에게는 라펜트의 ‘경관일기’를 통하여 친숙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이후 지구촌 최고령 7200년생 ‘죠몬스기’를 직접 알현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은 곳이지만 만족도는 높았답니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동행을 요구하였지만, 함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이곳은 관광 인프라가 미흡하고 교통사정도 여의치 않아 단체로 활동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동수단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산에서 항공편으로 후쿠오카로 이동한 후, 국내선 항공기로 야쿠시마로 이동하였습니다.





국내선으로 갈아타면서 지난해 실패한 사꾸라지마의 연기를 내뿜는 활화산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많이 했답니다. 오래 전 구마모토와 가고시마의 여러 곳에서 목격했지만 하늘에서의 모습이 궁금했지요. 이번 답사는 무리 없이 잘 진행되리라 확신을 해봅니다.







야쿠시마는 인구 16,000 여명에 제주의 1/4 규모랍니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지만, 수익을 위하여 공격적 개발을 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주민들이 일상생활의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가지요. 우리의 현실과는 많은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답니다. 필자가 20여 년째 챙기고 있는 문화재가 좋은 예가 되겠지요.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더욱 그렇습니다. 문화재의 안전한 관리나 보호는 뒷전이고, 오직 이를 통한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에만 집착하는 모습이지요. 최근 들어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랍니다.

비행기도 소형 프로펠러 기종이고, 공항의 안내센터도 일본의 국력에 비교하면 의외로 작고 소박합니다. 일본의 근면한 국민성이 읽혀지지요.















4명으로 구성된 우리일행은 공항근처에 위치한 렌트카(국내에서 예약)를 인수하고 활동에 돌입. 오늘은 운전 습관도 익혀야 되고 오후 시간뿐이라 숙소(민박)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하였습니다. 첫 답사지는 공항과 숙소 사이의 섬 순환도로변에 위치한 ‘야쿠시마환경문화촌센터’입니다. 가고시마현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생각보다 시설규모가 크고 내용이 알차네요. 야쿠시마의 자연환경과 문화요소를 총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생태교육장 기능을 중심으로 관광안내와 특산품 판매도 담당하고 있답니다. 이 섬의 자연과 인문영역을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명소랍니다. 여유로운 시간이 할애되지 못해 아쉽네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경차들이 일본인들의 검소함을 전해줍니다.




























이곳은 시도코 가주마루 ‘반얀트리 가든’입니다. 바닷가에 위치하네요. 야쿠시마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독특한 환경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우선 기후대가 수평적으로는 아열대에 속하고, 수직적으로는 아한대에 해당하는 매우 독특한 곳이랍니다. 제주도 역시 비슷한 환경이지만 난대성 기후에 속하지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적도 부근의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식물상을 볼 수 있답니다.

꼭 자카르타 근교에 있는 보고르식물원 축소판을 느끼게 한답니다. 반얀트리는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빈탄섬에서 특급 리조트로 명성을 떨치는 상호이기도하지요. 최근에는 서울에도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뽕나무과에 속하며 대만 고무나무라 부릅니다. 줄기에서 발생한 기근이 발달하여 다시 줄기로 변하며 생육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습성이 특이한 식물입니다.







열대가든 주변의 바다는 너무 맑고 깨끗합니다. 다양한 모습의 산호들이 늘려있네요.















이번 답사는 6일간 이 섬에서 머물며 원생림과의 접촉 시간을 최대한 갖기로 다짐을 하였답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이곳 시라타니운스이쿄(협곡)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역작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된 곳으로 이미 유명세를 누린답니다.

일행들이 출발에 앞서 포즈를 취해봅니다. 좌로부터 10만평 농장과 조경업체를 전공한 아들과 함께 경영하는 김광호 박사, 지난해 동행했던 ‘에코비젼 21’ 대표 이정환 박사, 그리고 일본에서 8년간의 유학 생활과 연구소 경력의 일본통 경남과기대 이상원 교수입니다. 이분들은 필자와 매우 가깝게 지내는 사이로 평생을 한결 같이 자연을 사랑하고 연구하며 지키는 전문가입니다.







입구에서 화사한 꽃이 맞아주네요. 간절염과 신경통에 탁월하다는 마가목.

















비가 잦고 습도가 높아 경사진 탐방로는 아주 미끄럽고 위험합니다. 그러나 지형에 적합하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시설이 돋보입니다. 미끄럼 방지시설이며 다양한 기능적인 아이디어들이 목격됩니다. 시공 현장에서 설계를 했음이 느껴집니다.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신용 사회에서 가능한 결과로 생각됩니다. 기능과 멋의 조화가 스민 디자인이지요. 그렇지만 안전과 기능이 우선임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


























순로를 따라 원시의 숨결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이동합니다. 다소 습윤하지만 춥지도 덥지도 않은 답사하기 최적의 환경입니다. 폭포소리와 온갖 산새들의 소리가 사람들의 입을 열지 못하게 하네요. 원시의 숲속을 오감으로 느끼고 호흡하며 걷는 묘미는 저 재주로는 형용할 수 없답니다. 인문학적 소양 부족임이 느껴집니다. 본인의 능력으로는 표현할 수 없음이 이렇게도 절실하고 아쉽다는 생각이 간절하네요.











낡고 거대한 몸통을 오직 이끼로만 치장한 태고의 패션쇼가 진행되는 듯합니다. 최소한 한 곳에서 수 천 년을 살아온 생명체들이지요. 이끼로 뒤덮인 육중한 몸통에는 온갖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네요. 생명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것을 초월한 모습이 예수나 부처를 연상케 합니다.












































원시의 거목지대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 섬에 수령이 천년 이상된(야쿠스기) 노령목이 무려 이천 그루가 넘는다지요. 그 중에서 고유한 이름을 가진 스타급 수목은 20여 그루랍니다. 원시의 숲에서 땀 흘리며 마음 통하는 분들과 생태탐방을 겸한 트레킹을 즐기는 것은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도반이 좋아야 나들이의 즐거움도 배가 된다지요.













인간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은 원생림 상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체계적이고 세밀한 관리를 하고 있답니다. 방치된 숲으로 인식되지만, 생태계의 순환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자연순응적 관리를 한답니다.







수피가 붉고 매끄러운 이 수종은 차나무과에 속한 노각나무의 유사종이지요. 고산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등산로를 뒤덮고 있는 노출된 뿌리가 포장재 기능을 합니다. 살아있는 뿌리에도 미끄럼 방지를 위한 톱질 자국입니다. 탐방객의 안전사고 예방이 우선이라고 이해하고 싶네요.





거대한 바위를 휘감은 수목이 특이하게 살아갑니다. 땅속에 묻혀있던 뿌리가 오랜 세월에 걸쳐 표토가 유실됨에 따라 줄기로 변화된 상태라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이 많이 목격됩니다.

수많은 노령목들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대부분 천연기념물 후보로 손색이 없겠지요. 이곳에는 올 봄에 싹을 틔운 유묘에서 부터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조상 할아버지 나무까지 함께 살아가는 대가족 숲이랍니다. 종일토록 비슷한 분위기에서 오르내리는 반복된 산행 같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황홀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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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hul@gn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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