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주민과 조경가의 같은 듯 다름-으로 함께 걷기 1장

이애란 논설위원(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라펜트l이애란 교수l기사입력2018-06-21
주민과 조경가의 같은 듯 다름-으로 함께 걷기 1장 




_이애란(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그 신발이 당신에게 맞는지 알고 싶다면 그것을 신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라.
신발을 만든 사람에게 물어보지 말고.
2018년 환경조경대전의 주제 ‘도시재생과 미래조경’이 발표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무더위가 몰려오고, 학생들은 이 주제에 따라 작품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시회전 테스트용 판넬을 출력하고 또 수정하며 열심히 하는 학생들과 고군분투하는 중 한권의 책을 다시 꺼내게 되었다. Nick Wates가 저술하고 오민근‧이석현이 번역한 ‘커뮤니티 플래닝 핸드북’이다. 몇 년 전 주민들과 골목길녹화사업을 하면서 구입하게 된 책들 중 이 책이 실행에 옮길 때 정신 개조(?)의 도움이 되어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 주민들과 마을정원이나 게릴라가드닝에 참여해보면, 과거의 일부 봉사자들만 하던 시민운동에서 주민참여로의 인식이 상당히 개선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들이 원하는 환경을 가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움직임 속에 조경가들은 그들과 어떻게 커뮤니티를 시작할 것인가? 내가 주민의 입장이건 전문가의 입장이건 낯선 접근일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언제 무엇을 결정할지 머리가 복잡해지고 암담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세 가지를 생각하자. 원칙, 방법, 시나리오.

오늘은 이 중 기본적인 자세인 ‘원칙’에 대해 소개하고(책에 나온 원칙은 50가지 정도 되지만 본인이 사용한 주요 원칙 7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이를 현장 상황에 따라 개조해보도록 하자. 

첫째,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자.
참여하는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 교육정도, 거주지, 성향 등의 개인적 특성이나 참여하게 된 동기와 목적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참여자들의 모임이다보다 의견조율의 과정이나 결정에서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결과도 각자가 원하는 방향이 다 모아 실현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서로에 대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둘째, 전문 용어를 피하자.
일반인과 전문가의 가장 큰 차이는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 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인식, 경험, 문화적 학습이나 교육을 통해 표현하는 양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반인과 작업 시 최대한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쉽게 표현하고, 일반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참여를 통해 자괴감이 일거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작부터 길이 갈라진다.

셋째, 재미있게 진행하자.
참여하는 공공의 작업들은 동기와 작업과정이 중요한데 이기적인 동기에서 시작했더라도 서로 친해지고 즐거워지는 과정 속에 친밀감과 신뢰가 생기면 속도가 배가 된다. 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르게 이야기꽃이 피고, 희한한 아이디어를 내며, 같이 청소하고 페인트칠도 하며 막간 간식타임 속에 어색한 관계가 형동생이나 조카관계로 변한다. 리더는 사람들을 칭찬하고 소소한 얘기도 하며 즐겁게 진행해보도록 하자. 엔돌핀이 솟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지 않을까? 다음의 지속적인 참여약속도 걱정이 없어진다.

넷째,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마을녹화사업 참여자에게 설문을 해보니 예상외로 참여자들의 대부분이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만족도를 높게 평가했고, 그 과정 중에서도 활동프로그램을 통한 참여활동이 조성활동보다 높은 만족과 성취감을 표현했다. 특히 장소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봉사자보다 더 높았다. 참여활동 속에 숨어있는 가치와 보람을 느끼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섯째, 달리기 전에 먼저 걷기.
마음이 급하면 물리적 성과위주로 달리기 마련이다.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사업일 경우 더욱 그렇다. 시동을 걸기 전에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 인사하고, 각자의 가능한 앉고 싶은 자리를 잘 배치한 후 목표점을 정하고 쉬는 시간도 자유롭게 정한 후 출발해보도록 하자. 옆 사람과 결과에 대한 상상도 해보고 지난 경험을 통해 각자의 다양한 아이디어도 내보자. 조금 느리게 가는 것 같지만 막힘없이 안전하게 도착해 있을 것이다.

여섯째, 한계를 인정하라.
모든 일에는 시간과 돈, 인원, 능력 등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고 이번 기회에 다 완성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선순위도 정하고 가능한 정도도 결정하고 다음 기회도 노려본다. 

일곱 번째, 전문가와 조력자, 지역능력을 활용하라.
누군가 모든 달란트를 가지거나 많은 시간을 이곳에 제공할 수는 없다. 주변의 전문가, 함께 할 팀원, 지역에 숨어있는 능력자들을 발굴해야 한다. 특히 마을의 전문가들은 한눈에 나타나지 않으신다.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 두리번거리기를 몇 차례 혹은 며칠 정도 보신 후 도움을 주신다. 그래도 늦게나마 함께 하니 고마울 따름이다.

위의 원칙들이 이론적으론 당연한 듯 생각되지만 실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지만 그 경로를 통과하면 자발적인 그리고 자연스러운 작업들로 ‘건강한 장소만들기’에 도달할 듯 하다.

한여름의 글에서는 관계자본인 사회적 자본에 대해 나누고 싶다.
_ 이애란 교수  ·  청주대학교 환경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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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lee@c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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