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정보학과 실무] 공간정보와 오픈소스GIS, 그리고 융합학문시대

[인터뷰] 유병혁 OSGeo 한국어지부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8-07-04
바야흐로 융합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공간정보 분야는 르네상스에 접어들었다고 할 만큼 자율주행차, 드론, 딥러닝, IoT 여러 가지 신기술들이 공간정보와 굉장한 밀접성을 가지고 있다.

공간정보를 수집하고 시각화하는데 있어 소프트웨어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특히 공개되어있는 오픈소스GIS를 활용하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공간정보에 접할 수 있고, 분야를 발전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오픈소스GIS의 개발과 이용, 진흥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 OSGeo 한국어지부이다. 이곳의 대표인 유병혁 대표는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근무하며 오픈소스와 공간정보분야의 발전에 힘쓰고 있다.



OSGeo 한국어지부
OSGeo(Open Source GeoSpatial)는 지리공간(geospatial) 기술과 데이터의 공개 협업 개발을 지원하고 알리기 위한 비영리, 비정부 단체이다. 지리공간 분야의 자유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 개발을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 2006년 2월에 설립됐다. 그 구성원들이 코드, 자금, 지식재산과 같은 자원의 기부를 통해 공공 이익을 위해 유지·관리되고 사용되도록 한다. OSGeo는 ‘FOSS4G’라는 이름의 국제컨퍼런스를 매년 개최해 공간정보 관련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FOSS4G의 FOSS는 Free and Open Source Software의 약자이며, FOSS 중 공간정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만을 통칭해서 FOSS4G라 일컫는다.

OSGeo의 지부 중 ‘한국어지부’가 있다. ‘한국지부’가 아닌 ‘한국어지부’로 구성한 것은, 세계 어디든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오픈소스GIS에 보다 쉽게 접근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활동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한국어지부의 활동 중 핵심적인 부분 하나가 번역이다. QGIS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실행시 인터페이스를 전부 한글화하거나 각종 번역서를 통해 한국인 사용자에게 영어가 제약이 되지 않도록 번역하는 활동이다.

한국어지부의 태동은 2007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열린 FOSS4G 2007 Conference에 참가했던 한국인들의 저녁식사 모임에서 제기됐고, 2008년 2월 신상희, 김건호, 염재홍, 허민, 이춘석 등이 OSGeo 한국어 지부 창설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초창기는 당시 유행하던 오픈소스GIS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적인 스터디를 하는 모임으로 출발했으며, 2011년 자체 컨퍼런스인 FOSS4G Korea를 개최하면서 산발적으로 분포하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병렬적으로 국내 오픈소스GIS IT기업이 성장세를 보였으며, OSGeo 한국어지부라는 지식공유 커뮤니티의 인원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커뮤니티 그룹은 구글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서 운영되는 계정에 690여명, 지난 2월에 만든 페이스북 그룹에 260여명이 있다.

OSGeo 한국어지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활동 또한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중 UN의 평화유지를 위한 활동 중 지리공간과 관련된 ‘Open GIS Initiative’는 오픈소스 GIS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으로, UN과 OSGeo는 협약관계를 체결했으며, 일부 파트를 OSGeo 한국어지부의 멤버들이 담당하고 있다.

신상희 전 대표는 2015년에 아시아에서 FOSS4G 2015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고, 그때의 공로로 OSGeo 재단의 이사까지 지낸 바 있으며, 유병혁 대표 또한 대표직을 맡기 이전부터 UN이나 OECD 주최의 행사에서 오픈GIS 강연을 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 지식공유 커뮤니티
유병혁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초창기 활동했던 그룹과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층과의 갭을 메우는 일이다. 그 핵심에 ‘지식공유’가 있다. LX의 공간정보아카데미, 공간정보산업진흥원의 동영상 강의, 연례 컨퍼런스 FOSS4G Korea와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기술워크숍이 그 갭을 채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분기별 기술워크숍을 정례화하고, 정기적으로 오픈소스 GIS를 학습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스터디그룹은 서울에 5개, 대구경북 1개, 세종대전 1개, 부산 1개 총 8개 그룹이 활동하고 있으며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이밖에도 강사활동을 하는 회원들이 모여서 교재도 제작하고 있다. 

발표자가 3명 이상이면 워크숍을 한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지, 몇 명이 모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식공유에는 파산이 없다. 모여서 공유하면 되는 것이다.
그의 기본 마인드는 ‘배워서 남주자’이다. 배워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더 똑똑해지고,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과 공유하면 나보다 우리가 똑똑하다는 지식공유 커뮤니티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신은 오픈소스에 대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최근 오픈소스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적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소스코드가 공개되어있고, 이를 공유해 소스코드의 수정이나 복제나 재배포가 자유롭다는 의미에서 과거 자유 소프트웨어(free software)라 일컬었다. 법적분쟁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법적으로 이게 오픈소스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핵심은 ‘오픈소스의 철학’이라고 유병혁 대표는 말한다.

인간의 도리를 생각한다면 단순해진다. 오픈소스를 사용하고 혜택을 봤다면 감사함을 표하면 된다.
공유차원의 오픈소스를 공짜라 생각하고 가져다쓰기만 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있다. 그러나 그는 이용자 모두가 ‘기여’에 대한 부분을 생각한다면 오픈소스 생태계에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개발자라면 코드로 기여하거나 펀딩을 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기여가 되고, 공식홈페이지에서 몇 달러짜리 컵 하나만 사도 개발팀에 기여할 수 있다.

유병혁 대표는 연례컨퍼런스를 할 때마다 매년 발표자로 나선다. 이유는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본인 정도의 사람도 발표할 수 있다, 둘째 공공기관에서도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가 할 수 있는 기여는 최소한 행사에 참여해서 지식공유를 하는 것이 한계라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기여를 생각하는 순간 선순환 체계가 이루어진다. 커뮤니티가 발전하고 소프트웨어가 진흥한다.




공간정보와의 만남
유병혁 대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공간정보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어떻게 공간정보 분야와 만나게 됐을까?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공간정보를 이용한 위성영상분석을 통해 제작한 전 세계 지질도를 본 것이 최초의 공간정보와의 만남이었다. 미국 광산협회에서 나온 해머를 옆구리에 차고 궁금한 암석들을 두들겨 샘플을 채취한 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데이터를 수집했던 과거와 달리 하늘에 떠있는 위성이 데이터를 취득하는 것이 ‘마법 같았다’고 한다. 이후 구글링으로 정보를 얻어내며 독학을 하기 시작했고, SOMAF이라는 원격탐사 지식공유 커뮤니티에서 개최하는 하루짜리 교육에 참여해 받은 소프트웨어와 실습데이터 CD가 공간분석에의 첫 발을 떼는데 도움이 됐다. 이후 고등학교 때까지 취미로 해오던 개발의 장점을 더해 소프트웨어에 모듈과 새로운 기능을 덧붙이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WebGIS 개발자로 시작해 이후 약 2년간의 K-water연구원 생활을 했다. 당시 개발한 ‘KGIS-Hydrology’라는 강우유출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공간정보에 대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이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UST대학원으로 진학했다. UST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만든 교육연구기관으로 일반 대학원과는 다르게 대덕연구단지에서 연구생으로 활동하면서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이다. 수업을 듣는 형태가 아니라 국책연구기관 실무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어서 활동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무형으로 배울 수 있으며 학비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지질학 분야에서 배울 수 있는 오픈소스 GIS를 접했고, 그중 하나가 QGIS였다. 당시의 QGIS는 한국어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 인한 버그가 많았다고 한다. 한국어 사용자가 쓰기에 불편하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다가 학위를 취득하고 2009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입사하게 된다.

지리산국립공원을 거쳐 2011년 본부로 발령됐을 때, 각 사무소의 데스크톱에 산발적으로 쌓여있던 위치정보 기반으로 정리된 보전, 복원, 생태, 안전, 구조, 시설 등 여러 가지의 정보들을 시스템화 시켜 국립공원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공단이 가지고 있는 독점 소프트웨어의 라이센스는 5카피로, 2300명의 직원이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이때 직원 모두가 공간정보를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비용경제적인 측면에서 오픈소스GIS인 QGIS와 다시 접하게 된다. QGIS는 몇 년 사이에 한글화가 되어있고, 버그가 많이 수정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한국에서 사용하는 좌표계까지 지원하는 형태로 진화해있었다. 당시만 해도 오픈소스GIS의 생태계에 대한 인지가 없었으므로 감사의 마음을 누구에게 전해야할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QGIS 직원용 교재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알려지고, 이를 통해 QGIS에 대한 모든 한글화 작업들이 OSGeo 한국어지부에서 이루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그해 FOSS4G Korea에서 공직자 중 드물게 발표자로 나섰고, 이후 환경부, 국토교통부, LH, LX, 서울시 등에 QGIS 강의나 자문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10배 더 즐거워진 국립공원여행
직원들에게 오픈소스GIS의 사용을 권장했던 것의 장점으로 기관에서 직접 데이터를 취득하고 가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을 꼽는다. 당시 본부 정보지원실에는 오픈소스GIS에 대한 내부전문성이 있는 그와, IT기업 출신으로 DB스키마(DB의 구조)를 짤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관리자인 이상우 과장이 있었다. 이들은 국립공원이 가지고 있는 공간데이터의 목록을 정리해 지도서비스 기업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협약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SK플래닛, 네이버, 다음에 직원들이 직접 구축한 데이터를 DB스키마로 생성해 기업의 입맛에 맞는 데이터를 전달했다. 해당 기관만의 공간정보 플랫폼이 아닌 국민들이 사용하는 일반서비스에 좋은 공간데이터를 적용한 것이다. 국민들이 사용하는 지도서비스의 일부분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담당하고 있다.

이 내용으로 2014년 정부3.0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10배 더 즐거워진 국립공원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했고, 1700개가 넘는 정부과제 중에서 1등을 하고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오픈소스와 오픈데이터를 가지고 성과를 낸 것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 역시도 오픈소스 생태계의 선순환에 있어서 기여와 관련해 역할이 아직 모호하고, 남아있는 과제가 많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공직자들은 개발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만 소스코드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런 입장에서 우리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혜택을 보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남아있는 숙제이다.

융합시대의 전문성
최근 ArcGIS를 만든 esri와 AutoCAD를 만든 AUTODESK가 MOU를 체결했다. 건축분야에서 쓰던 도면과 공간정보 분야에서 쓰던 소프트웨어가 결합이 되어 실내 공간정보가 좌표를 기반으로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 지오스페이셜 분야와 BIM이 합쳐져서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있는 이 분야를 ‘GeoBIM’이라고 한다.

유병혁 대표는 한국의 오픈소스GIS 최신 동향으로 오픈소스GIS 전문기업 가이아쓰리디의 ‘mago3D’를 강조했다. mago3D는 ‘순수 웹에서 구동되는 오픈소스 기반의 GeoBIM’이라는 목표를 두고 개발된 솔루션으로, 웹 브라우저에서 초대용량 3차원 객체를 빠른 속도로 가시화한다. mago3D를 이용해 HTML5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기기에서 BIM 및 각종 3차원 객체를 볼 수 있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BIM의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는 평이며 국내 조선업계, 일본 건설업계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는 “mago3D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해외로 진출한다면 한국 오픈소스GIS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정보와 건설의 만남으로 새로운 솔루션이 탄생했다. 이렇듯 작금의 시대는 융합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어떤 분야이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접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드론을 만드는 기술은 항공학이고, 드론이 지상과 잘 통신해야 되는 부분은 전자공학, 드론이미지를 가지고 정사영상이나 3D모델을 제공한다면 공간정보의 사진측량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신기술을 적용할 때, 필요한 분야의 사람들이 와서 니즈를 이야기하고, 그 니즈를 해결할 때 융합학문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가 모여서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깊이 있는 전문성과 함께 정책결정권자의 내부전문성 확보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시대에서의 전문가는 각자의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발전을 이루는 사람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융합학문을 논할 수 있도록 이들을 조율하고 방향성을 정해가는 일은 정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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