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으로 읽어 보는 조경

[인터뷰] 조세환 한양대학교 대학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8-08-08
1973년부터 한국의 조경학과 제1회 출신으로 지금까지 40여 년간을 조경가로서 자부심과 긍지, 조경분야에 대한 책임감으로 온몸으로 부딪혀온 사람이 있다. 조세환 한양대 대학원 교수다.

지난 6월 14일 그가 몸담고 있는 한양대학교의 조경학 5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총 3권의 저서를 출판하는 기념출판회가 열렸다. 그 3권의 책은 , 『한국 현대조경 태동의 역사 : 빛과 프리즘 그리고 무지개』, 『진화도시학의 서막 : 디지로그 랜드스케이프 시대의 전개』, 『야사(野史)로 읽는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쳐 : 조경의 변화와 적응 그리고 진화』 등이다.

3권의 책은 그간 조세환 교수가 쌓아 온 학문적 성취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각각의 책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집필됐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조경인들과 미래의 조경인들, 그리고 책을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고자 했던 조경 지식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조세환 한양대 대학원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 교수


지난 6월 14일, 한양대 조경학 55주년 기념 출판회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이 행사의 의도와 의미는?

한양대학교에는 조경전공이 2개 대학원 과정에 있습니다. 주간이며 전문대학원인 도시대학원의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전공이 있고, 야간이며 특수대학원인 공학대학원에 조경생태복원 전공이 있습니다. 공학대학원은 36년, 도시대학원은 19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지요.  

그런데 왜 행사의 명칭이 ‘한양대 조경학 55년’이었는지 의아해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재로 한양대학교의 교내 TV방송인 ‘채널 H’에서는 ‘55년’이라는 행사 이름에서 오해를 하여 ‘1963~2018’로 방송 자막을 잘못 내 보냈을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그 이름 뒤에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할까요. 두 대학원을 간결하게 하나로 묶자는 기능적 의미와 함께 한양대 내에서 조경학과의 역사성을 더 깊게 느끼게끔 하자는 홍보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공작이 꼬리를 크게 펼치는 것과 같은 이치라 생각하면 됩니다. 자연과 인간계에서 이런 기만은 무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미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예컨대 ‘한양대 조경학과는 저 멀리 100년을 향해 나아간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항상 두 개의 전공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양대학교의 역사가 80년이 넘어 10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듯이 조경학과도 55년의 역사를 갖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출판과 관련한 이번 행사의 이름도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기념 출판회’로 기획했다. 학술성과 함께 역사성과 미래 지향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양대에는 1,300명이 넘는 많은 교수가 있고, 그중 조경학 교수는 단 1명이 있을 뿐입니다. 외롭고 고립되어 있을 소지가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는 이것이 반대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여 학과를 가장 혁신적으로 스마트하게 경영해 나갈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띄우면 곧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게지요. 의사결정을 매우 빠르게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양대 내에서 단 1명의 교수가 있는 학과에서 3권의 저서를 출간하는 대규모 기념 출판회를 갖는 것은 경이로운 일에 속합니다. 교수가 많이 있는 학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요. 우리 조경학과에 대한 위상을 특별하게 인식하고, 봐달라는 대 한양대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성공적 메시지로 자리매김 된 것으로 자평합니다. 학교법인 이사장이며 한양대학교 명예총장이신 김종량 박사님께서도 참석하였으니까 말이다. 사실 3권의 출간 서적은 제가 던지고자 했든 그 메시지의 데자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한 많은 졸업 동문 및 재학생들이 참여를 통해 한양조경 동문들은 교수와 함께 움직이고 있음을 학교에 인식시키기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앞으로 한양조경을 이끌어갈 나의 후임 교수가 이 행사에 참석 할 수 있게 되어서 학과의 전통과 역사, 분위기에 대해 보고, 느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맞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 한편 다른 아쉬웠던 점은 우리 조경가들을 초대해서 출판 서적에 대해 설명도 해주는 등 시간을 가졌으면 했지만 공간의 한계로 말미암아 모두 초대를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경분야 단체장 분들, 평소 조경으로 관계를 맺어 왔던 국토교통부, 서울시, LH공사,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등 관련자 분들만 초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그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바쁜 가운데 애써 참석해 주시고, 화환도 전해 주시는 등 과도한 은혜를 베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3권의 책 저술, 행사준비 등 논문지도 등 일로서 지친 나머지 행사가 끝나자마자 정신을 놓아버렸거든요. 지금껏 따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기에 그분들께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제 저서 이야기로 넘어 가 보겠습니다. 『한국 현대조경 태동의 역사 : 빛과 프리즘 그리고 무지개』라는 책으로 한국 현대조경의 역사를 엮으셨는데, 책 제목이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이 책은 구영일 박사(포항폐철도공원화사업 감리단장), 오정학 박사(경기도시공사)등 두 분과 공저로 발간하였는데, 한 마디로 한국 조경 초창기 조경분야 태동의 이야기를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논리로 풀어 낸 책입니다. 저자는 저술하는 과정에서 큰 감동을 느꼈음을 고백해야겠습니다. 한국 조경 초창기의 전개 과정에서 초창기 선구자들의 조경에 대한 큰 가치 인식과 비전의 설정, 치밀하고도 거칠 것 없는 제도 구축 과정과 추진력 등 요즈음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한국 조경 태동의 한 줄기 빛으로 역할을 하였고, 또 어떤 분은 프리즘처럼 지휘자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날 한국 조경이 마침내 무지개와 같은 오케스트라로 번창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저는 40여 년간 조경분야에서 일해 왔는데 근자에 이르기까지 조경분야에 대한 아쉬움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2007년부터 조경학회에서 활동하는 기간 중 중앙정부, 국회 등 관련자들을 접하면서 그들이 조경분야에 대한 인식을 접하고 크게 실망한 바 있거든요. 그런 인식들로 말미암아 조경진흥법이 나오기까지 ‘조경기본법 추진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어려운 일을 겪었습니다. 물론 시간도 물경 7년이나 걸렸고요. 그 이전에 조경직제가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 지는데 무려 8년이 걸렸다는 것 아시죠?


그러나 집필하는 과정에서 현대조경 태동기인 70년대 초반부터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조경 관련 용어, 직제, 법, 규정이 만들어졌음을 확연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누가 어떻게 무엇을 만들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그러나 혁신적으로 조경학, 조경산업, 인프라가 구축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 짧은 기간에 누구에 의해, 또 어떻게 이렇게 과감하고 치밀하게 또 신속하게 구축하고 전개시켜 나갈 수 있었는지 또 어떤 조경 태동 배경이 있었는지, 또 어떻게 전개 및 확산 되어 나갔는지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 소상히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 가면, 그리고 오늘날의 어려운 조경 상황을 떠올리면 이 책은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하며 느꼈던 생각은 간결했다고 할까요. 이 책을 통해 초창기 현대 조경 태동기의 선구자들의 의지와 가치, 그 시대 전개되었던 조경천하지대본(造景天下之大本)의 영광을 우리 조경가들 모두가 이해하고 마침내 그 자부심으로 미래 우리들의 조경 꿈을 키워나가자는 비전을 공유해 보자는 것이 저의 집필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굳이 ‘현대조경’이라고 저서명을 붙인 이유는 가까운 과거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산업화 이전의 고대 및 근대 농업사회의 전통적인 정원, 조원 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이었습니다. 우리가 배워온 조경사는 고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현실적 감각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고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지금껏 배워 온 ‘조경사’는 먼 지나간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현실 기반의 조경 역사를 채워나가고 있기 때문에 역사이며 동시에 현실이고, 현실이며 동시에 미래를 그릴 수 있게 해준다는 맥락에서 흥미를 돋아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서적인 『진화도시학의 서막 : 디지로그 랜드스케이프 도시시대의 전개』는 도시 관련 서적인가요, 아니면 조경 관련 서적인가요? 저서명이 독특합니다.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한 마디로 생소한 용어가 많이 출현하는 책입니다. 저서명에서부터 ‘진화도시학’, ‘디지로그 랜드스케이프’ 등 생소한 용어가 출현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진화론 관련 용어를 비롯해 ‘문화인류학’, ‘과학’, ‘종교’ 등 ‘인문학’, ‘도시’, ‘생물학’, ‘생태학’, ‘유전공학’, ‘심리학’ ‘4차산업’ 등 관련 용어가 더 다양하게 출현합니다. 또 때론 합성어도 만들어 출현시킵니다. 이 다양한 개념과 종류의 학문을 조경의 중심언어인 ‘랜드스케이프’를 통해 도시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또 어떻게 진화해 나갈 것인지를 풀어 나가는 책입니다. 물론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고 합니다만, 본 저서에서는 단순히 조경의 진화를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는 백미러(back mirror)로 치부하지 않고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앞 유리창(front window)으로 보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독특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4차산업혁명이 일어남으로써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조금 내용을 소개하자면, 약 7만 년 전, 사피엔스가 가상력과 소통력을 지니는 존재로 진화하는 인지혁명의 단계를 거치고 농업혁명시대를 거치며 자연에서부터 도시로 진화되어 나갑니다. 신기하게도 도시가 진화하면서 조경도 공진화 해나간다는 개념을 전개하고 논증하고 있는 이 책에서의 핵심 용어는 생물학에서 차용해 온 ‘확장된 유전자(extended genotype)’입니다. 이 용어가 갖는 개념에서부터 무생물체인 도시도 유기체처럼 진화해 나간다는 논리를 세우고 검증해 나갑니다.   

예컨대, 비버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비버는 하천을 서식지로 하고 있는 생물인데 이 녀석은 자신의 몸체가 물고기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진화해 나갑니다. 유선형 몸으로, 이빨이랑 꼬리와 지느러미랑 모두 물고기 사냥에 유리하도록 자신의 몸통형(phenotype)을 변형, 진화시켜 나가지요. 물론 이 일을 꾸미는 녀석은 유전자(genotype)입니다. 신기한 것은 비버는 자신의 몸통형(phenotype)을 진화시켜 나갈 뿐만 아니라 그의 서식지인 무생물적 환경까지도 생존에 유리하도록 즉, 물고기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진화시켜 나간다는 것입니다. 비버가 나무를 잘라 하천에 댐을 만들고 호수화 함으로써 항구적으로 물고기를 잘 잡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처럼 생물의 생존에 유리하도록 환경을 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확장된 유전자’ 개념입니다.


인간의 서식지인 도시는 바로 인간의 유전자(genotype)가 직립 등 생존에 유리하도록 몸통(phenotype)의 진화를 넘어 만든 또 다른 ‘확장된 유전자’에 다름 아닌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피엔스 인간의 유전자는 생물적 유전자와 문화적 유전자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비율이 98.4% 대 1.6% 정도라는 것이지요. 도시는 사피엔스의 이 1.6%의 문화 유전 형질에 의해 확장된 유전자의 형태로 진화해 나가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신의 종교라는 문화 유전 형질이 고전과학의 문화 유전 형질로 돌연변이 될 때 도시는 그 이전 농업사회의 ‘유기체적 랜드스케이프 도시’에서 산업사회의 ‘기계적 랜드스케이프 도시’로 진화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1.6%를 구성하고 있는 사피엔스의 문화적 유전 형질에 의해 도시가 복잡하게 ‘기계적 랜드스케이프 도시로 진화해 갈수록 98.4%에 해당하는 생물적 유전 형질이 문화적 유전 형질의 비유기체적 도시만들기 만행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안는다는 것이지요. 문화 유전 형질의 만행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아니면 자신도 유기체 랜드스케이프 자연의 몸통으로 도시에 공진화시켜 나간다는 점입니다. 

고대도시에서의 정원의 출현에서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뉴욕 도시에 센트럴파크의 출현까지 정원이든 공원이든 간에 이들은 자연에 생명적 기반을 두고 있는 생물적 유전 형질의 확장된 유전자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큰 관점의 변화라고 할 수 있고 도시에서 조경의 비전을 볼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제시하게 됩니다. 즉, ‘센트럴 파크는 옴스테드에 의해 만들어졌다’라고 하면 조경사적 사실에 머물고 말지만, ‘센트럴 파크는 1.6%에 해당하는 문화 유전 형질의 도시화 질주에 대한 생존 전략으로 사피엔스 내부에 존재하는 98.4%의 생물적 유전 형질에 의해 도시에 출현한 아날로그 랜드스케이프 자연으로 진화된 것이다’라는 시각으로 관점을 바꾸면 조경은 도시의 진화에 더하여 필수적으로 공진화해서 확장해 나가는 분야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이런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도시가 진화해 가면 할수록 조경은 악착스럽게 더 공진화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경의 비전은 매우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라는 것이지요. 사피엔스는 궁극적으로 도시 전체를 생존에 유리한 생물적 유전 형질이 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에 의해 인공지능, 빅 데이터, 만물 인터넷, 자율주행차, 4-D 프린트, 가상현실, 유전공학, 나노재료공학, 합성생물학, 클라우딩 등의 기술들이 더 발전되고 상호 거듭제곱으로 융합되면 도시 자체를 아날로그 랜드스케이프 자연이 작동하는 것처럼 도시가 진화할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이러한 도시를 스마트화를 통한 ‘생명경관도시’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조경가라면, 조경의 비전을 찾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추천하겠습니다. 진화도시학이란 새로운 학문 영역을 열었다는 맥락에서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저서이기도 합니다.       


『야사(野史)로 읽는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쳐』는 40여 년에 걸친 교수님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바라 본 한국 조경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야사, 또는 미시사와 결합된 새로운 장르의 책이라고도 하는데요, 이 책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는 올해로써 정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조경학과 1회 출신으로서 지금까지의 조경분야에서 일 해 온 나의 조경 인생을 총 정리해 보고 싶었죠. 그러나 단순한 개인사를 엮고 싶진 않았습니다. 조경가로서 살아 온 조경분야의 숨은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후속 세대들이  무언가 귀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집필한 것입니다. 이 책은 예컨대 제가 학회장으로서 부임해서 어떤 각오를 가지고 일했는지, 또 실패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반면 귀감이 되었던 조경 사건들은 무엇이었는지 또박또박 기록으로 남겨 놓고자하였습니다. 그럼으로써 조경분야가 무엇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인지, 어떤 전략을 견지해야 할 것인지 담론화 하고자 한 부분까지도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주안점을 두고 던지고자 하였던 메시지는 조경 인생을 살며 조경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하며 스스로를 진화시켜 나감으로써 비로써 조경 인생을 무사히 잘 마감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변화의 내용들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갔는지를 지금까지 수행해 온 연설문, 칼럼, 인터뷰 등을 통해 노출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한양대로 오기 전 비록 지방의 작은 대학인 경주대에 있으면서도 조경가로서의 비전과 꿈, 해야 될 역할과 본분을 잃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노출하고자 하였습니다. 긍정의 힘을 얘기하고자 하였다고 할까요. 경주라는 고도(古都)가 가지는 신비로운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특징적 도시경관을 경관기호학으로 읽고 해석해 냈던 이야기들. 또 읽고 해석한 것을 통해 경주의 경관을 어떻게 새롭게 써야 할 것인지 등 실천 문제에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음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 시대의 사건들을 신문 칼럼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하였습니다.  

경주의 수도에서부터 서울이라는 전혀 다른 도시환경으로 옮겨 오면서 부딪혔던 고뇌들을 풀어나갔던 이야기. 결국 경관기호학에서부터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으로 연구의 방향으로 틀어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 무엇보다도 건축, 도시 등 조경분야 외부 사람들에 대해 조경가로서 엄청난 프라이드를 가지고 역할을 하고 경쟁하며 노력했던 실제 있었던 생생한 경험 이야기들을 담아내기도 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기록이라고 생각됩니다.     


서울로 컴백해서는 경주와 판이하게 다른 환경인 대도시 서울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기 위해 스스로를 과감하게 변화시켜 나간 이야기, 예컨대, 경주에서 도시가 어떤 언어를 가지고 이루어졌는지를 읽고 해석해내는 경관기호학 관점에서 열심히 연구했다면, 서울을 바꾸기 위해 한양대에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교과목과 전공을 개설한 이야기, 그리고 최근에는 바이오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으로 진화를 시켜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 모든 경험을 한 자연인으로서의 제 개인적 이야기로 치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국조경의 야사(野史) 또는 미시사(微視史)로 자리매김 시키고 싶었습니다. 조경학과 1회 출신으로서 조경학을 처음 대면한 이야기 즉, 한국조경의 처음 시작에서부터 시계열적으로 학계와 업계,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조경관련 봉사활동으로 입체적으로 경험한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의미에서 역사적인 사료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기록 과정에서 잘못된 것에 대해 비난 받을 수도 있기에 고민 끝에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하였다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책 내용에 대해 보기에 따라 거부감이 올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행여 그런 사항이 있음을 대비해 이 지면을 통해 미리 이해를 구한다는 말씀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용서해 주세요!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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