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이상기후현상은 조경분야의 새로운 기회

홍광표 논설위원(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라펜트l홍광표 교수l기사입력2018-08-21
이상기후현상은 조경분야의 새로운 기회




_홍광표(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최근 우리는 불교에서 말하는 화염지옥 같은 날씨 속에 살고 있다. 나무와 풀이나 짐승은 물론이고 사람까지도 견디기 힘든 폭염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으니 지옥임에 틀림없는데, 그것도 불이 활활 타는 듯 뜨거우니 화염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기원전 2000년경 이집트에 살던 가진 자들이 만든 정원이 무덤벽화로 남아 전해진다. 중심에 선큰폰드를 만들고 폰드 주변에 나무를 열식하고 키오스크를 배치한 구조였다. 그 당시 이집트의 날씨도 사람들이 견디기 쉽지 않은 사막기후였을 터이니 이런 정원을 만든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키오스크에 앉으면 대류현상으로 바람이 일어나 더위를 시켜주었을 것이고 폰드 주변의 유실수에 달린 감미로운 과일은 먹는 이들의 오감을 즐겁게 하였으리라. 당시로서는  정원이 곧 지상낙원이었을 터이니 정원은 애당초 완상의 기능보다는 미기후 조절기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음이 틀림없다.

요즘처럼 견디기 힘든 더위를 겪으면서 정원에 대한 효용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예전에 만들어진 대부분의 정원들은 거의 공통적으로 물을 담는 못을 두었는데, 못을 조성한 것은 수경관 감상이 목적이기도 했겠지만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 위한 미기후조절 기능을 기대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과 같이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에 집이나 일터 가까이에 시원한 물을 가진 정원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도시공원에도 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공원은 그 수가 많지 않고 쉽게 접근하기도 어려워 혜택을 받기가 용이하지 않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는 집합주거단지의 경우에도 입주 때까지는 물을 이용한 시설이 있었는데, 조금 지나면 그것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물이라는 것이 본시 유지관리가 쉽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작지만 미기후 조절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못이 있는 정원을 우리들 집과 일터 주변 여러 곳에 조성할 것을 제안해본다. 도시공원의 경우 조성을 위한 법적 절차가 복잡하고, 규모도 어느 정도 이상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행·재정적 부담이 크지만 정원은 여러 가지 지혜를 모은다면 어렵지 않게 조성할 수가 있다. 한 가지 방법으로 공개공지를 조성하는 것과 같이 정원의 조성주체를 개인으로 하여 개인소유의 부지에 정원을 조성하게 유도하고, 공공에 개방할 경우 건축에 관련된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거나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정원은 규모의 효과보다는 내용의 효과가 훨씬 더 중요한 물적 환경이다. 더구나 땅값이 비싼 도시공간에서 정원을 굳이 자연지반에 조성할 필요도 없다. 요즘 많이 조성하고 있는 수직정원이나 옥상정원처럼 인공지반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개인용도의 토지가 아니라 관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라면 지자체가 조성주체가 될 수도 있다. 작지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데는 많은 예산이 들지 않을 것이며, 조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지자체에서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서 사용하는 예산의 일부만 가지고도 시민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쾌적한 환경을 가진 정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후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더위는 해가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우리나라도 여름이 5개월 이상 될 것이라고 하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삶에 심대한 위협이 될 때 조경분야는 폭염을 저감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그것이 정부의 정책으로 받아들여져 법적 테두리 속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조경분야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상기온현상을 저감하고 제어하는 일에 관여해 온 전문가 집단이다. 그런데 단순히 나무와 풀을 심고, 물을 도입하는 정도로는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에게도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상기후현상을 저감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실험하고, 그러한 실험결과를 정부와 지자체가 받아들여 현실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최근에 일본에서는 도시가 자연과 같은 생태계를 가질 수 있도록 재개발구역 곳곳에 울창한 숲을 도입하고, 건물주변에는 작지만 기후조절효과가 뚜렷한 도시정원을 만들어 도시가 마치 자연과 같은 시스템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물이 있는 공간을 확대하여 도시열섬현상을 제어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물은 면상으로 도입되기도 하지만 점, 선적 체계를 가지도록 하여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접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딱히 어떤 방법이 조경분야에서 이상기후현상을 저감할 수 있는 것인지 단정지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나무와 물이 풍부한 공간이 도시 곳곳에 점, 선, 면적 구조를 가지고 존재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의 구조가 기존의 도시공간에 여하히 접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연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조경인들은 지금과 같은 이상기후현상을 기회요소로 삼아야한다. 수년간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조경업계의 활로를 여는데 있어서 이것처럼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조경분야를 구성하는 각 단체들이 상생의 정신을 가지고, 각자의 전문성을 동원하여 머리를 맞댄다면, 지금과 같이 숨이 막히는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조경의 전성기를 다시 맞이하기를 기대해본다.
_ 홍광표 교수  ·  동국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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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p@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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