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좋은 풍광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

[연재 200회 특집]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08-16




사진 속에는 현실이 있고 이것은 때때로 진짜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인 불가사의한 힘을 지니고 있다.

미국 근대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Alfred Stieglitz의 말이다.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저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영향력이 있다.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가 200회를 넘겼다. 한 회에 100장이 넘는 사진과 함께 강호철 교수의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회분의 여정이 끝나있다. 스스로 ‘조경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다양한 시각자원을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잡식성 기록’이라고 소개하는 이 기록이 독자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고, 또 어떤 현실이 될까?


8시간~10시간, 25,000~35,000보. 답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그의 발걸음이다. 사진과 함께 글을 정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4시간이다. 이 노고가 그에게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고, 보람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땀과 열정의 산물로 봐주길 기대한다”고 전언한다. 좋은 풍광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이 발걸음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테다.







평생 나무와 함께하신 강호철 교수,

‘경관일기’를 통해 이 시대의 조경 담론을 담아왔다.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가 2014년 3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하여 200회를 맞이했다. 강호철 교수는 지난 53개월 동안 세계의 녹색문화경관 특성을 전하고 있다. 그동안 라펜트를 통해 꾸준히 도시문화 녹지경관 아카이브를 진행해 온 셈이다.


‘경관일기’의 첫 시작은 중동지역이었다. 인도네시아 발리, 일본 동경과 교토, 싱가포르, 발칸반도 4개국,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등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두바이를 거쳐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 경관을 전하고 있다. 도시 여행 답사기라고 하지만, 그 의미는 답사기로만 머물지 않는다. 


조경 후학들은 강호철 교수의 지속적인 경관 활동 의미를 읽자. 경관법과 조례에 근거한 각종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작금의 국내 도시경관은 어떤지, 해외 사례를 보며 국내 도시의 녹색문화를 진단해봐야 한다. 보고서나 사업계획서를 충실히 따르는 경관 만들기에 몰두된 현실에서 자유로운 녹색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가져보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경관일기’에는 정원과 역사문화, 기후변화 대응, 도시재생 등 이 시대의 조경 담론이 담겨 있었다.



<경관일기> 연재가 200회에 이르렀다. 그동안 강호철 교수는 4년 반에 걸쳐 전 세계 곳곳의 자연과 문화경관을 소개했다. 그의 연재는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많아 적잖은 양인데도 보기에 수월하다. 그렇지만 수년간의 연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답사 거리도 만만찮지만 사진을 정리하고 엄선하는 시간도 상당할 것이다. 대단한 열정과 노력이며 덕분에 많은 조경인들의 안목을 넓혀 주었다. 

사진 사이의 짧은 설명은 굳이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대상을 관조하고 특성을 알려줄 뿐이다. 그 밑바닥에는 “저는 경관에 관심이 많고, 경관을 창출하며 수집하는 조경가일 따름이지 전문가는 아니랍니다”라는 겸손함이 깔려있다. 게다가 그의 언어는 간결하고 쉬운 입말이 많다. 덕분에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설명이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 읽는 사람 중심의 이러한 글쓰기는 독자를 위한 그의 마음일 것이다. 

업무와 학업에서 창의력은 끊임없이 요구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새로운 발상을 위해서는 때로 초심으로 돌아가 현장에서 답을 찾는 노력이 유용하다. <경관일기>는 경관을 해석하기보다 가급적 그대로를 보여주기에, 함께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좋은 간접 체험의 기회를 주고 있는 강교수의 열의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같은 공간의 다른 시각 .. 그것이 내가 이 경관일기를 보는 이유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는 늘 새롭고 친절하다. 많은 공원과 자연경관, 관광지에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설명들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조경가가 보는 공간과 사진의 앵글들은 일반적인 경관 사진과는 무척 다르게 다가온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가득한 많은 방송 프로그램들과 달리 간결하면서도 친절한 설명은, 같은 장소를 다르게 보게 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앞으로도 많은 곳을 다니면서 조경계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오래도록 계속해 주시길 기대하게 된다. 



새로운 경험, 경관일기 


같이 여행을 가도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보이는 풍경과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경관일기는 마치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처럼 편안했고, 조경의 관점을 가지고 세계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도로녹화, 중앙분리녹지 등 길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부분들은 교수님의 설명이 곁들여지며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길거리에서 맞춤 해설가를 만나 함께 길을 걷는 기분으로 매 회 즐겁게 읽다보니 벌써 200회가 되었네요.


시간적, 경제적 이유로 떠나지 못했던 답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즐거웠고, 전 세계 여러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상세한 사진 덕분에 실제로 그곳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또한 부지런한 교수님의 모습에서 저의 게으른 생활을 반성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해외 답사를 가게 된다면 경관일기를 다시 읽으며 계획을 세우고 싶습니다.



여행 중 눈에만 담기 아까운 풍경을 만났을 때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어 올리게 된다. 경관일기의 사진 하나하나에는 관찰자의 그러한 감동이 상당부분 엿보인다. 매번 새로운 설계안을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경관일기의 낯선 경관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줄 때가 많다. 이미지가 재현하는 관찰자의 눈길을 따라가다 보면 상당한 간접체험이 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어느덧 다음 회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애독자가 되었다. 


“무제”로 이름붙인 미술품이 감상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배려하듯이,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중심의 경관일기는 독자 스스로의 다양한 이해를 돕는다. 세계 곳곳의 이국적 경관을 보여주는 강 교수님의 눈길은, 고정된 관념의 언어가 아니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생생한 날것으로서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제 ‘경관일기’ 연재물은 나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답사수첩으로 책갈피 되어, 여행지의 버킷리스트로 차곡차곡 보관되고 있다.




아마 15년쯤 전인 것 같다. 조경기술사 1차 시험에 합격하고 2차 면접을 보러갔을 때의 일이다. 면접위원 한 분이 나에게 존경하는 조경가(?)를 물었다. 나는 거침없이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여행을 통해 자연과 형상, 소재와 본질에 대한 배려심을 배우고 삶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한 그를 좋아한다고 한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쩌면 강호철 교수의 경관일기는 우리가 조경이란 방법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때, 아직 우리가 가지지 못한 세상의 이야기들을 조경이란 장소 속에 스며들게 해주는 고마운 배려인 것 같다. 200회나 계속 연재를 해 온 것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좋은 경관을 소개해 준 그의 정성에 깊이 감사드린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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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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