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사라고사의 센트럴파크, 안토니오 라보르데타 공원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08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8-09-12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08


스페인 편 - 10
사라고사의 센트럴파크, 안토니오 라보르데타 공원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어제 사라고사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보고 오늘의 행선지가 정해집니다. 첫 행선지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공원으로 정했습니다. 숙소에서 도보 30분 정도의 거리네요.











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산책하기에 최적입니다. 처음 방문한 도시라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게 생소하지요.

우리를 맞이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환경 정비를 했나봅니다. 가는 길이 이렇게 정돈되고 깨끗할 수가 없답니다. 잘 가꾸어진 가로수며, 곳곳에 벤치와 환경조각 등 쉼터가 있는 넓고 쾌적한 보행로가 막힘없이 이어집니다. 이러한 환경이라면 누구나 걷고 싶겠네요.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녹색교통과 보행환경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개선이 되고 있지만, 아직 초보단계이지요. 부단한 노력과 투자 그리고 시민의식의 변화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미 생활화된 이런 도시의 사례가 참고 되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은 보행과 자전거, 트램이 도시 교통수단의 기본이랍니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구도심권 도로 다이어트 기사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말 바람직하고 현명한 정책이라 생각됩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방 소도시에서도 교통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 시장이 의지를 갖고 시내 중심가로 다이어트를 검토하였으나 결국 무산되었지요. 시민의식에서부터 풀어야 할 문제는 임기를 가진 시장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답니다. 서울에서 먼저 시행하면 지방도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도시의 중앙가로가 보행자 중심의 숲이 있는 거리랍니다. 차량 동선은 양측에 좁게 확보되어 있네요.



거리의 모자이크 벽화.







드디어 오늘의 첫 목적지 공원에 도착했습니다. Jose Antonio Labordeta 입구에서 본격적인 답사가 시작됩니다.











‘사라고사의 센트럴파크’, ‘도시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이 공원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랍니다. 약 40ha(12만평)에 달하는 넓은 공원은 거대한 도시숲으로 인식됩니다.

호텔 프론트에서도 강력하게 추천해 준 이 도시의 대표공원이지요. 식물원과 어란이공원 분수를 비롯한 각종 수경시설과 기념조각 그리고 숲길 산책로와 자전거 코스가 매력이라네요. 이 공원의 조성과 설계내용은 베르사유 궁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답니다.







도시공원의 여러 기반시설들을 고루 갖추었지만, 공중 화장실이 없는 게 흠이네요. 지면보다 다소 높게 조성된 정자는 평소에는 쉼터로 활용되고, 음악회 등 시민을 위한 열린 문화행사의 무대가 되지요.

열식된 회록색 향나무의 수형과 질감이 좋네요.











공원은 야산지대의 구릉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언덕에서 내려 본 공원의 모습은 울창한 도시숲이네요. 곳곳에 거대한 조각상들이 자리하는데, 그 중 하나는 12C 군주이자 전쟁왕 알폰스 1세랍니다.









울창한 숲으로 보이는 공원의 내부로 내려왔습니다. 광활한 평지에 펼쳐진 공원은 녹색으로 가득합니다. 이 공원에서도 가장 크고 골격이 되는 대표 수종은 플라타너스네요. 비탈면과 언덕위에는 자생하는 소나무가 빼곡했습니다.







공원 내 간선도로(보행로)의 숲길이 너무도 매혹적이네요. 역시 플라타너스의 위용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아무리 햇살이 강해도 그늘에만 들어오면 시원한 게 유럽의 날씨지요. 그래서 녹음수가 더욱 빛이 납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숲의 덩어리 같았지만, 공원 내부는 다양한 테마공간과 쉼터, 상징물 등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답니다. 이용자도 많고 관리 수준도 꽤 높아 보입니다.



무늬식물을 이용한 요점식재. 쥐똥나무의 유사종인 상록활엽 소교목 광나무인데 황금무늬가 선명하여 욕심이 나네요.

온통 녹색 물결의 단순한 공원에 이러한 반엽종을 녹지의 요소요소에 포인트로 식재하면 한층 밝고 활기가 있어 효과적이지요.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 홍콩 상해 싱가포르 유럽 등지에서 활발하게 품종개량을 통하여 반엽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관심과 보급이 적은 편입니다.





공원 숲속에 Bar가 있네요. 흘린 땀을 보충시킬 맥주도 그립지만, 화장실도 절실하여 더욱 반갑습니다.





유도화(협죽도) 꽃과 수양형 뽕나무.





4시간에 걸친 공원답사를 끝내고 다시 시가지로 발길을 옮깁니다. 보행자가 우선하는 교통정책이 실현되는 하나의 거리는 물론, 도시를 만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인연이 아니지요.















도시의 중심지 거리가 모두 2열 가로수의 숲길로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승용차가 오히려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겠네요. 미세먼지나 열섬화는 거리가 먼 도시랍니다.





거리가 옥외미술관 기능도 하지요. 여러 가지로 부럽습니다.











거리 주변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피며 이동하는 자체가 진정한 답사이지요. 역사적 가치가 높아 보이는 축조물과 파격적인 모습의 건축물을 번갈아 만나며 계속 이동합니다.



건물 앞 광장의 녹음수 열식.



오아시스형 그늘 쉼터.











투우장과 아파트 그리고 도시소공원이 차례로 다가오네요. 모두가 반가운 공간들입니다.





수 세기에 걸쳐 국왕의 처소로 이용되었던 알하페리아 궁전입니다. 11C 이슬람 통치자를 위해 건립된 이 왕궁은 성곽처럼 보이네요. 평지라 주변으로 깊은 해자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해자에 물이 없고 잔디로 피복되어 있네요. 주변은 녹지대입니다.











왕궁을 나오면 곧 바로 공원으로 연결됩니다. 더워서 그런지 이용하는 시민은 보이지 않네요.

소나무가 많고, 크게 자란 야자수도 보이네요. 겨울에는 영하 25-30도까지 내려간다는데 이해가 안 됩니다.











다양한 모습의 녹화기법이네요. 경사면을 멀칭하여 관목을 식재하였고, 등나무와 서양담쟁이 등 덩굴성 식물도 많이 활용됩니다.











고풍스런 건축물과 풍부한 녹지 그리고 품격 있는 옥외시설과 공간들이 조화를 이루며, 도시경관을 보다 차분하고 안정되게 만듭니다.









도시의 어느 한 구석도 버려지거나 빈틈이 없네요. 곳곳에 꽃과 나무를 가꾸거나 기능을 부여하지요. 특히 그늘이 있는 여유로운 보행로는 이 도시 최고의 자랑이자 자산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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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chul@gn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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