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빌바오의 상징! 구겐하임 미술관

강호철 교수의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11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18-09-21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11


스페인 편 - 13
빌바오의 상징! 구겐하임 미술관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이번 스페인 답사에서 가장 크게 기대한 곳이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빌바오는 스페인의 변방에 위치한 외진 곳이라 접근이 쉽지 않지요. 그러나 이 미술관만큼은 꼭 볼 수 있도록 스텝진에 간곡하게 주문하였답니다. 필자는 지방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계획위원회에 20년 가까이 참여하며 빌바오에 관한 이야기를 수 없이 들어왔습니다. 도시재개발과 재생에 관한 토론에서 약방감초처럼 언급되는 선진사례이지요.

기대가 지나치면 실망도 클 수 있다고 했는데, 날씨부터 걱정이 되네요. 어떻든 어제 도착하며 느낀 빌바오의 첫 인상은 좋았답니다. 구도시와 신도시가 강과 어우러지며 멋진 풍광을 자아내지요. 과거 공업도시라는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랍니다.









숙소에서 강변을 따라 하류로 이동합니다. 스페인의 많은 도시들이 한결 같이 멋진 풍광을 자랑하네요. 세계 곳곳으로부터 수많은 관광객이 왜 스페인을 찾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 물가는 북유럽에 비하여 저렴하고 날씨와 치안이 좋고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쇼핑이 고루 만족하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또한 사람들도 다정하고 친절하지요.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거대한 청동거미상 마망을 우선 만나게 되고, 도심측 광장으로 접근하면 구겐하임 미술관의 마스코트나 다름없는 귀염둥이 꽃강아지 Puppy가 인사를 하지요. 두 조형물은 미술관을 최측근에서 안내하고 보좌하는 수행비서와 같습니다.

Jeff Koons의 작품인 토피아리 꽃강아지(Puppy)의 앉은키가 12m가 넘는답니다. 원래는 미술관 개관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이벤트용이었는데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으로 영구히 자리하게 된 행운아랍니다. 2만여 개의 화분으로 장식된 강아지는 항상 밝고 화사한 패션으로 사랑을 독차지 한답니다.












실로 미술관은 건축물이라기보다 거대한 조형물 같습니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습니다. ‘미술품 보다 미술관이 더 돋보이는 미술관’, ‘죽어가는 도시를 살려낸 미술관’,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를 만든 미술관으로 평가되며 그 명성이 대단하지요. 세계적인 구겐하임재단은 미국의 철강재벌 회장 Solomon R. Guggenheim이 수집한 미술품을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1937년 설립하였답니다. 이후 1992년 뉴욕 본관 개관을 비롯하여, 95년 베네치아와 베를린, 라스베이거스에 분관을 세우게 됩니다.

빌바오 미술관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슈를 만들어내는 캐나다 태생의 미국인 건축가 Frank O. Ghery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현재의 미술관 주변은 여유로운 녹지와 공원 그리고 광장과 놀이공간들이 조화를 이루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비 이전에는 이곳이 문을 닫은 조선공장과 자재창고 야적장 등으로 어수선했다지요. 강변의 버려진 공간들이 도시 재생사업을 통하여 전혀 다른 성격과 모습의 얼굴로 환생한 셈입니다.

그 과정에는 얼마나 많은 대립과 반목, 갈등이 이어졌을지? 우리는 변화된 좋은 결과만 보고 박수를 보낼 따름입니다. 우리는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몇몇 성공한 사례의 결과만 보고 모두가 시늉하며 추종하는 듯한 분위기가 읽혀지지요. 우수 사례들을 참고는 하되, 단순 모방은 절대 금물이라는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역마다 숨은 보물(잠재력)을 찾아내고, 주민과 더불어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가는 과장이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아직도 지방의 기초자치 단체에서 입안된 도시계획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인구증가를 전제하고 있답니다. 현실과는 꽤 거리가 멀어 보이지요.











거대한 규모라 미술관 가까이서 전체를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네요. 그래서 주변과 시내를 둘러보고 다시 찾기로 했습니다. 조선소 등 공장 터전에서 정비된 지금의 모습들이 믿겨지지 않네요. 이미 세월이 제법 지나 안정된 상태랍니다. 어딜 가나 맑고 푸르고 깨끗한 도시환경이 부럽습니다. 또한 곳곳에 조형물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도시의 멋과 품격을 높여주네요. 액세서리는 필수품은 아니지만 잘 활용하면 빛과 향기가 된답니다.



광장에 놓인 의자의 길이가 각기 다릅니다.











강의 양안을 살피며 하류 쪽으로 이동합니다. 공장 흔적들이 보이네요. 기능을 상실하여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곳도 보입니다. 도시는 유기체와 같은 존재라 했거늘 항상 변화하고 진화됨을 뜻하겠지요. 흥망성쇠의 흔적들이 한 눈에 읽혀집니다.

필자가 거주하는 인접 도시들도 한 때 조선 산업으로 흥청망청 했답니다. 지금은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고 위기를 호소하는 가운데 중앙 정부의 수혈에 의한 도시재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나같이 문화 예술, 관광도시로의 꿈을 꾼다는 사실이지요. 그림과 내용이 똑 같습니다. 지역 특화방안이 조선 산업에서 일치하였고, 이후 대응도 마찬가지랍니다.







광장과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조형물 성격을 겸한 해가림 장치(시설)입니다. 경관적 효과도 기대되지요.









도시 전체를 거미줄처럼 이어주는 대중교통이 활성화 되었답니다. 지하철과 트램, 버스가 환승되어 안전하고 매우 편리하지요. 도시 규모에 비해 너무 조밀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는 이 도시에서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답니다. 걷기에 아주 적합한 코스로 선택하여 신도시와 구도시를 왕래하였습니다. 보행환경도 만족스럽네요. 자칫 삭막하게 보일 수 있는 트램 구역을 대부분 잔디로 피복하여 도시가 훨씬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생태포장에서 발생하는 식물들을 없애기 위한 집착이 대단하지요. 제초제를 살포하거나 김매기 하는 공공근로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내구간 철도나 트램의 궤도 사이는 대부분 생태적으로 건강한 환경의 야생 지피로 피복되어 유지되지요.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사냥감을 쫓다보니 신시가지 주택가로 들어왔네요. 풍성하고 정돈된 녹색환경이 반겨줍니다. 건축물의 디자인은 물론, 밀도가 너무 여유롭고 부럽네요.







주택가 인접한 근린공원인가 봅니다. 정원이 주택의 옥외 거실이라면, 공원은 도시의 옥외 거실이겠지요. 이를 증명해주는 듯합니다. 오후 시간인데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야외 Bar에 모여 여가를 즐기네요.





유럽의 도시공원은 도시숲을 연상케 합니다. 숲속에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필수이지요. 작은 광장 한 켠에는 올리브나무가 용기에 식재된 채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공원에는 퍼걸러도 보이고 분수도 있네요. 외곽으로 식재된 플라타너스는 공원의 역사를 일러줍니다. 이 수종은 스페인 전역에서 사랑받으며 큰 역할을 하네요.











프로축구 경기장 주변입니다.









다시 시내를 가로질러 이동합니다. 유리로 씌워진 지하철역 입구를 지나니 보행로에 마련된 아담한 길거리 카페와 모자이크 처리된 벽면 문양도 유혹하네요.









도시 전역이 답사에 도움을 주네요.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어느 한 곳 흠 잡을 데 없이 관리되고 있습니다. 매력이 넘치는 도시랍니다.











현대적 모습의 신시가지도 깔끔하고 참 좋았습니다. 다시 미술관에서 가까운 강변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환경조각과 무늬종 지피식물이 서로 눈길을 유혹합니다. 선생의 질문에 다수의 학생이 서로 손을 들면 당혹스럽지요. 이 도시에서는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유유히 흐르는 Nervion강은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네요.







미술관 주변에는 높고 세련된 빌딩과 교량 그리고 공원녹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고가도로나 교량 아래도 다양한 시설이나 휴게장소로 활용되네요.









몇 시간을 신도시 지역에서 서성이며 기웃거리다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미술관 실내 관람을 포기한 대신, 본 건물에 딸린 카페를 선택했지요. 카페 벽면의 낙서 같은 그림도 한잔 술에 예술미가 넘쳐나네요. 뭔가 의미 있는 그림이라 생각됩니다. 아마 구상 단계의 미술관 스케치가 아닐까요?

프랑스 조각가 Louise Bourgeois의 대표작 Maman(프랑스어로 엄마)이란 거대한 거미조형물입니다. 알을 품고 지키는 여린 거미를 통하여 모성애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캐나다 국립미술관과 서울의 삼성미술관(리움) 그리고 동경의 롯폰기 모리미술관에서도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작품이지요.











미술관은 조형물 같은 외형에 마감재로 활용된 티타늄 패널 3만3000여 장이 묘기를 뽐낸답니다. 빛의 강도나 조명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질감과 색상이 변화하며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지요. 제가 머무는 이틀은 날씨의 도움이 다소 미흡하여 아쉬움이 많았답니다.



















조선소와 중공업지대였던 빌바오를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등공신은 구겐하임미술관입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이 빌바오를 지목하며 교훈으로 삼자고 다짐을 하지요. 날로 쇠퇴되어가는 지구촌 도시들에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과 자극을 준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도시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 확신됩니다.

오래 전부터 기대하며 어렵게 찾은 빌바오와 구겐하임 미술관은 필자의 뇌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네요. 특히 미술관의 마감재로 활용된 티타늄과 빛의 만남에서 연출되는 환상적 분위기는 최고의 선물로 남기고 싶습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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