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공원이라면 유럽에서 태어나고 싶다. 왜냐하면 유럽의 공원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작금의 우리나라의 공원은 고령자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변하여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 또한 공원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용자들이 너무 편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공원은 광장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입지를 하고 있어 출근길, 통학로, 산책길에서 쉽게 조우할 수가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마음을 내어 작정을 해야지만 갈 수 있는 곳에 공원이 있다. 왜냐하면 상업지구, 주거지구, 공장, 학교 등이 먼저 자리를 잡고난 후에 누구에게도 간택 받지 못한 곳에 홀로 우두커니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공원으로 태어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둡고, 지저분하고, 우범지대로 변하여 더더욱 쉽게 갈 수가 없게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공원은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위해서 조경가들은 지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문득 동경랜드스케이프연구소(TLA)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된 1990년 가을, 고쯔까 부장님이“일본에는 공원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던 말씀이 자꾸 생각난다. 그때 나는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고쯔까 부장님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해서 “왜 공원이 필요 없다고 주장 하나요”라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 “왜 공원이 필요 없지?”라는 궁금증만 남긴 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후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의 후유증으로 지방자치단체도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아 공원의 불요불급론(不要不急論) 즉, “공원은 그렇게 필요 하지도 않고, 급 하지도 않다”는 주장들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먼저 2018년 8월 9일 오픈한 GINZA SONY PARK는 「買える公園」콘셉트로 소니가 만든 상품의 쇼룸처럼 조경수를 전시하여 “세계의 자연을 판매”하고자 하는 유니크한 공원이다. 

「買える公園」은 ①구입할 수 있는 공원, ②전시 조경수가 판매되면 새로운 조경수를 식재함으로 공원 풍경이 변화하는 공원으로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966년 소니빌딩은 외부공간의 미학 저자인 아시하라(芦原 義信)씨가 설계했으며, 그 당시 콘셉트(소니제품을 전시 판매 하는 쇼룸)를 그대로 살려 거기에 플랜트 헌터(Plant Hunter)¹⁾의 가치를 극대화 시킨 공원이라 할 수 있다. 플랜트 헌터인 니시하타 세이준씨(38)가 식재 수종선정 및 판매를 담당하고, 기간 한정(2년간)으로 공원으로 역할을 한다. 또한 전시 조경수가 판매 될 때마다 Ginza Sony Park의 표정은 변화하고 언제나 새로운 표정을 보여주는 것을 기대하고 하고 있다. 본 사례는 무엇보다도 기획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동경 긴자의 터에서 50년간 동경의 아이콘으로 살아온 소니빌딩이 공원을 통해 소니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확신에서 조성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다음은 요요기공원(代々木公園)에 국가 인정 보육원 및 어린이원 조성으로 공원이 가진 잠재력을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본 보육원 및 어린이원은 연간 방문객 수가 1,000만 명을 초과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공원인 요요기 공원 하라주쿠 입구에 2017년 10월에 조성하여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요요기공원에 보육원 및 어린이원을 조성하게 된 계기는 시부야구의 보육원 부족으로 대기 아동들이 증가한 것부터 시작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전략특구제도(国家戦略特区制度)²⁾를 활용하여 공원의 일부를 임대하여 조성했다. 그리고 공원에 보육원을 포함한 카페, 레스토랑 등 민간자본 투자를 용이하게 한 것은 2017년 도시공원법 개정으로 설치관리허가기간(設置管理許可期間)을 10년에서 20년(최대 30년)으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요요기공원 보육원을 운영하는 마쯔모도(松本)대표는 공원에 보육원을 조성하는 장점은 풍부한 자연 속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그 다양한 사람들과 보육원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미나미이케부쿠로공원(南池袋公園)은 “소멸 가능성 도시의 지속 가능한 공원경영”을 목표로 민간자본 투자를 통한 공원 재정비를 실시한 사례이다. 

본 공원이 있는 토시마구(豊島区)는 일본 제일의 고밀도 도시이면서 2014년에 동경23구 가운데 유일한 소멸 가능성 도시로 지정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공공공간을 민간과 협력하여 “사람이 주인공인 도시 만들기”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 일환으로 이케부쿠로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에 위치한 각각의 공원의 역할을 정리하고 본 공원을 재생하기로 했다. 공원재생의 목표는 “큰 잔디밭이 있는 공원을 도시의 응접실”로 재해시에는 피난지로 활용, 평상시에는 활동의 장이 되는 카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매출의 일부를 지역 공헌 비용으로 공원운영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축했다. 또한 지역주민들을 참여시켜 지속 가능한 공원관리를 위한 제도 및 운영조직「南池袋公園をよくする会」을 구성하여 성숙한 사회에 어울리는 공원자산의 새로운 활용 방법을 실현하고 있다. (https://www.landscape-plus.co.jp/ 참조)

본 사례는 민간자본 투자를 유도한 공원재생의 성공사레로 어떻게 하면 민간참여를 쉽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도심지에서 공원만큼 환경의 질이 높은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양질의 공간들이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앞으로 이러한 공간을 공적인 자산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공원을 더 공원답게 하는 지름길이다. 또한 지금과 같이 출산율 감소, 인구감소, 도시 노후화, 고령화 사회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공원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의 공원도 공적인 자산으로의 기본적인 기능을 충족시키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야 공원 불요불급론을 잠재울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공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공원 본연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원들도 앞으로 우리 조경가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지금처럼 어둡고, 지저분하고, 위험하게 변한 기피공간이 매우 즐겁고 재미있는 공적인 공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자유로운 공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붐비는 공간으로 변모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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