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농업이 재고해야 될 점

글_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 심청 효 문화연구원 준비위원장
라펜트l심우경 명예교수l기사입력2018-10-18
도시농업이 재고해야 될 점



_심우경 고려대 명예교수,
심청 효 문화연구원 준비위원장



″서울, 도시농업의 수도가 될 것″
‘미세먼지에 대응한 도시농업의 역할’ 정책토론회  
라펜트l기사입력2018-10-11

박원순 서울시장은 “농촌진흥청의 수많은 연구원들이 농업의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새로운 재배기술이나 농업스타트업들도 새로운 식품의 세계를 바꾸어놓을 것”이라며 “도시농업의 수도는 서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옥상에 도시텃밭과 정원으로 가득 채워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특별시도시농업전문가회는 ‘미세먼지에 대응한 도시농업의 역할’을 주제로 제2회 정책토론회를 지난 10일(수) 서울시민청 태평홀에서 개최했다. 정여원 서울시 도시농업과 도시농업정책 팀장은 서울시의 도시농업 정책과 추진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서울시는 생산, 전시, 판매, 체험, 교육 등 농업을 테마로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종합체험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1년 마곡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밖에도 프랑스 베르사유궁 왕실채원에 ‘서울텃밭(Potager de Seoul)’을 조성해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고 서울 도시농업을 홍보할 방침이다.

위 기사를 읽고 너무나 천진난만한 공무원들이고 교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농업에 대한 번역서를 2012년에 냈고 관심사이기도인 한데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들이나 교수들은 도시농업의 본질을 착각하고 있다. 도시농업의 가장 핵심은 청정 먹거리의 자급자족에 있다. 여가활동 같은 낭만적인 일거리가 아니란 말이다. 

지금 서울시 공무원들이 주장한데로 도시농업 수도가 되어 서울시민들이 농촌의 농산물을 사먹지 않는다면 농부들은 죽으란 말인가? 물론 주곡식인 벼.보리 등은 도시에서 생산에 한계가 있겠지만 한 공깃밥 쌀값이 3,400원으로 라면 보다 싸다는 애기다. 88회의 농사일을 통하여 뼈 빠지게 고생해 생산한 쌀값이 80㎏에 5월 달 172,264원이며, 농가소득이 23년째 1,000만원을 맴돌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이 꼭 상기해야 할 점은 수 천년동안 지켜온 농경사회가 60년대부터 갑자기 중공업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군사정권은 분명히 약속했는데 산업화해서 나라가 잘 살면 농민들을 보상해 줄 테니 쌀값을 올리지 말고 참아달라고 심심 부탁[압력]했었고 순진한 농부들은 그 말을 믿고 적자 농사를 지어 산업역군들이 배불리 먹고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희생을 감수했었다. 

이제 산업화로 달러를 벌어드려 경제대국이 되었으면 농민들에게 그간의 고생을 위로하고 보상을 해줘야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작금 보상은커녕 쌀 값 좀 올려달라는데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이런 사정을 알고 하는 애기인지 이해가 안 간다.  

이제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책은 균형이다. 즉 경제정책을 성장. 균형. 안정. 복지. 영성 5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사회가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의 기적을 이루었으니 첫 단계인 성장은 좀 늦추고 이제는 재력. 권력. 지역. 직업의 균형 잡기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힘이 편중되니 국민들 불만이 크고 이에 따라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3만 달러에서 10여년 턱거리를 하며 성장동력이 꺼져 버렸다. 이제는 각 분야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나라를 끌어가면  안정된 사회가 되고 더 나아가 복지사회로 발전되며 궁극적으로 영성이 개발되어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본연의 대한민국 국민이 될 것이다. 언제까지 성장만 부르짖고 있고, 또는 성장․균형․안정․복지를 동시에 이루겠다고 욕심을 부릴 것인가? 

도시농업을 통해 미세먼지. 도시 미기후 조절 등도 무시할 수 없는 기능이지만 중요한 것은 농민들에 대한 대책도 생각하자는 것이다. 농민․도시민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이 ‘농부들 시장(Farmers’ market)’ 제도이다. 서울시도 광화문 광장에서 잠깐 전시행적으로 쇼를 하더니 자취를 감추었다. 실패 이유는 ‘농부들 시장’ 제도를 공무원들이 잘 못 이해하고 도입했기 때문이며, 도시에 농산물을 직거래한 것으로만 생각했던 한 같은데 본질은 품질이 높은 유기농산물을 농부가 소비자에게 직거래를 통해 상호 이득이 되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아무 농산물이나 판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청정 먹거리를 직거래를 통하여 도시민들이 싼 값에 구매해 건강식품을 섭취하도록 하고 농민들은 중간상인들의 횡포를 벗어나 제 값을 받게 됨으로써 어려운 농사일의 대가를 받게 하자는 윈-윈(win-win) 정책이다.

따라서 ‘농부들 시장’터는 도시의 빈 공간, 주말에는 캠퍼스, 낮에는 주차장 등에 장소를 제공하는 등 고정식과 이동식 장소를 마련해 줌으로써 공간은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농산물 직거래장을 통해 옛 5일장의 정취를 살릴 수 있고 심각하게 파괴된 도시 공동체 재형성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외형만 보지 말고 본질을 파악해 우리 실정에 맞게 가감하여 도입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은 제발 공부를 좀 하길 부탁한다.
_ 심우경 명예교수  ·  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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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sim@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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