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한석현 작가

[크리에이터] 한석현 현대미술 작가
라펜트l김지혜 기자l기사입력2018-11-14

지난 10월 2018청주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직지 숲 일원에 책의 정원이 조성됐고, 한석현 작가의 다시 나무 프로젝트가 설치됐다. 김관수 총감독은 직지를 하나의 생태로 정의하고 그 속에서 지식을 전파시키고 순화시키는 숲의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했을 때 한석현 작가의 작품이 그 자체로 부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폐목재를 사용한 한 작가의 다시 나무 프로젝트는 죽은 생명을 되살리는 프랑켄슈타인이자, 새로운 생명의 지평을 여는 장이다. 100년 동안 지속하고 싶은 프로젝트라고 설명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짓는 가운데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고 가꾸겠다는 진지한 의지도 보여진다.


순수 미술 작품을 통해 정원, 환경, 나아가 식량과 기후문제에 대한 화두를 제시해 온 한석현 작가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한석현 작가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 <형광초록(2015)> 및 기획전 <카라치비엔날레(2017)>, <'표준자연/Quality Control' (2016)> 등 다수의 전시를 선보였다.


2016년 3월에는 미국 보스턴미술관(Museum of Fine Art, Boston) 기획전에 참석했다. 2016년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베를린의 대표적인 국제 아티스트 레지던스 베타니엔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는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최근의 관심사는 현대미술과 인공정원 그리고 식물공장에 관한 관심을 주제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식량과 경관을 목적으로 식물을 재배하면서 고안되었던 수많은 방법들과 현대에 이르러 사물의 표준으로 불려지는 ISO(the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유기체가 표준화되면서 겪게 되는 현상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설치된 청주시와 다시 나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설치됐던 작품은 2016년도에 독일 베를린에서의 감동에서부터 출발했다. 통일 후 베를린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잘 구축해나가고 있고 결과로서 행복도도 높아 보였다. 


당시를 계기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부터가 10년 이상 통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 통일에 대한 이슈는 캐주얼하게 커피를 찾아먹 듯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활동을 예술적으로 풀 수 있는 것을 고안하다가 ‘연리지’ 라는 자연현상이 어쩌면 앞으로의 통일에 대한 기대를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이 구조물에 대한 제안서를 만들어 뒀었는데, 이번에 직지페스티벌의 김관수 총감독님께서 오히려 먼저 제안을 주셔서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큰 나무의 뿌리 아래에서 시민들이 워크샵도 하고 행사장 전체에 나무가 개입을 해서 여러 가지 행사나 이벤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구상했다.



청주시에 설치된 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_연리지 ⓒ한석현



그렇다면, 한석현 작가의 다시 나무 프로젝트가 탄생 배경은?


프로젝트의 주제는 굉장히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연의 나무를 자르고 가공해 집과 가구, 장난감과 같은 여러 가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만든다. 만약 그 나무들이 잘리지 않았더라면 더 크고 오래된 나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사용하고 버려진 목제품이나 목재들을 매립되거나 태워지기 직전에 구출해서 다시 한 번 다른 작은 생명들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새 생명을 예술의 이름으로 구축해 나가면 어떨까 해서 시작됐다. 


이전의 작품들은 스튜디오에서 혼자 제작하거나, 간혹 친구들의 도움으로 설치를 함께 하거나 하는 개인 작업이었다. 하지만 다시 나무 프로젝트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한 작품에 조경 전문가, 관수설비 전문가, 구조적 안정화를 위한 구조설계사 등 많은 분들께 문의를 드리고 협업 할 부분도 많았고 이 모든 것을 총괄적으로 진행 할 수 있는 큐레이터도 필요했다. 갑자기 여러 가지 것들이 확 늘어났다. 그래서 처음으로 프로젝트 제안서를 만들게 됐다. 


당시 경기창작센터에는 테니스장이 있었는데, 염분기가 많아 수목도 심지 못 하는 상황으로 공간을 수용할 수 없이 방치된 상황이었다. 그 공간에 첫 작품을 제안했고, 1년 뒤에 첫 작품을 제작했다. 



Reverse-Rebirth project_Mother tree, 경기창작센터 2014년 7월 ⓒ한석현



많은 조경 소재 중 왜 나무, 그것도 폐목재를 사용했나?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좋은 것들보다 공원과 그 안의 수목들이 가장 부러웠다. 특히 센트럴파크 같은 경우,  디자인된 완벽히 인공적인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수목들에서 오는 자연을 마주한다는 충족감이 높았다. 보존 상태는 말 할 것도 없고.

미국 여행을 갔던 2000년대 초반 당시 우리나라의 나무는 대부분 한국전쟁 이후에 다시 세워졌기 때문에 거즌 50살을 넘지 않았을 때다. 그래서 더욱 강한 임팩트를 받고 왔을 수 도 있다. 나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자극이었고 소재선택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폐목재 사용은 경험에서부터 시작됐다. 밤에 시골길을 가다 보면 갑자기 앞차가 가던 길을 멈추고 트렁크에서 의자를 휙 버리고 가는 광경을 여러 번 봤었다. 의아해서 알아보니 당연히 재활용이라고 생각했던 목재 가구도, 심지어 나무만 버리는 경우에도 대형폐기물에 속해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재활용으로 묶일 수 있는 목재들의 범위도 매우 작았다. 이런 식으로 온 도시의 구석구석에는 버려지는 나무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현상이 재밌게 느껴졌고 수목에 대한 관심과 이어졌다. 



작품의 규모가 상당한데, 설치와 배수 및 관수, 식재, 관리에 대한 고민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안전문제가 최우선이다. 시설물 내부를 트러스 형태의 구조목으로 짓는다. 관수설비는 펌프로 연결해서 호스들이 가지가지마다 이어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점적관수와 안개분수도 들어간다. 식재를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게 고려하는 것도 역시 안전상의 우려 때문이다. 


구조물 안의 식재는 가능하면 그 나라나 지역의 토종식재와 기후에 적합한 식물들을 찾는다. 그리고 약간의 흙으로도 자랄 수 있는 것들로 구한다. 식재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그 나라나 지역의 농장이나 정원사 분들께 자문을 구한다. 해국 같은 수직정원에서 많이 쓰이는 수종들이 잘 산다. 


시간이 지나 작품의 구조가 약해졌다고 판단됐을 때에는 등나무와 능소화를 식재하기도 했다. 등나무는 전체적 구조를 잡아주고, 능소화는 그것을 타고 올라가 접합한 목재들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준다.



현대미술작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자연과 조경, 식물에 대한 애정이 작품에 드러나는 듯 보인다.


베를린에 머물면서 어느 정도 정립이 된 것 같다. 그 이전까지는 내가 끌리듯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부분들에 쫓아가는 것이었다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뭘까에 고민을 했는데, 결론은 동시대 자연에 대한 관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자연은 사람보다 먼저 존재했던 것이지만 사람이 개입하면서 근 백년간 아주 급속도로 변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품종개량은 가장 강한 성격이 아닐까 싶다. 풍토에 맞는 음식만 먹는 듯 한정적이었던 먹거리가 지금은 수출입이 너무 자유롭고, 어쩌면 자연 변화현상의 마지막단계일수도 있는 유전자 조작까지 자유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생각들 때문에 ‘지금의 자연 모습’이 어떤지를 관찰하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정화 현대미술작가님과 술자리에서 이성경 우리환경연구소장님도 뵙게 됐다. 당시에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과 조경에 대한 관심을 잇기 위해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배우기도 했다. 유승종 라이브스케이프 소장님께도 많은 조언을 얻었고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아직 실현된 것은 없다.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전하고자 했던 의미는?


다시 나무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면 프랑켄슈타인이다. 기계화된 나무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식물들을 살리기 위해 관수설비나 여러가지 스프링 쿨러들이 설치된다. 후에는 이러한 것들이 썩어서 무너지고, 그 무너진 것들이 또 최소한의 관리와 함께 계속 그대로 존치되면서 ‘만들어진 나무’보다 훨씬 큰 나무가 ‘다시 자라는 것’을 기다리고자 하는 일명 ‘100년 프로젝트’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다시 나무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이다. 



버려진 목재들을 사용해서 기계화된 나무를 탄생시키고, 다시 그만한 생명을 만드는 구조가 멋있다. 그렇다면 이번 청주시에 제작된 작품은 그 역사의 중간지점쯤일까?


피아노를 연주법에 비유하자면, 지난 6년은 건반 치는 법을 익히고, 다양한 곡을 연습해 보는 과정에 있기도 했다. 이제는 변주법을 익히고 작곡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청주시에 제작한 연리지 구조물은 100년 프로젝트 안에서는 시작점이자, 클라이막스를 연주하는 지점 일 수 있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규모도 크고 심혈을 기울여 작업했다. 



그 전의 프로젝트들이 궁금해진다. 


그전엔 상추 모양의 작업을 많이 했었다. 나름대로의 시간성을 담는 작품이었다. 상추가 너무 쉽게 생명성을 잃어버리는 생명체중 하나 아닌가. 사실 테이블에 삼십분만 둬도 금방 시들시들해버린다. 그것을 고정하는 ‘썩지 않는다’는 명성을 가진 플라스틱이라는 재료로 싱싱해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보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변치 않는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결국 거의 모든 것들은 변하게 되는 거 같다. 그 중 식물은 변하긴 변하지만 계절을 따라서 새롭게 씨앗을 내리고 이파리를 돋우는 연속된 생명, 새로움, 신선함의 핵심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었다. 



FRESH Statue, Holy FRESH! ⓒ한석현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글렌피딕 위스키사에서 후원해 스코틀랜드에서 작업했었던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다시 나무 프로젝트는 100년 동안 지속가능한 작업임으로 지속적인 후원을 요청한다’ 는 제안에 동의해 주셨었다. 100년이라고 하면 불가능하다고 받아들이시는 게 일반적인데, 동의서를 받은 것이 처음이었고 감동이었다. 당사의 위스키를 긴 시간동안 묵혀두는 기업 철학과도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다.   



Reverse-Rebirth project_Antlers_01 ⓒ한석현 


Reverse-Rebirth project_Antlers_02 ⓒ한석현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다시 나무 프로젝트는 당장 계획되어 있는 일은 없지만 평생 하고 싶은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모든 대륙에 하나씩 세우고 싶다. 


다른 프로젝트로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황사에 대한 고민이 생기더라. 결국 미세먼지에 대한 원인도 황사라고 생각한다. 마스크, 공기청정기만으로 다음 세대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것을 예술로서 개입해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새로 나온 대안 기술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고, 전기나 수도 없이 물을 발생시키고 구조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들을 고안하고 있다. 일명 황사 프로젝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오는 6월 미국 Idaho Botanical garden에 Reverse-Rebirth project, 9월 일본 가나자와의 21세기 미술관이 주최하는 ‘Alterling Home’전시에서 현대의 인공정원을 준비하고 있다. 베를린 식물원 Berlin Botanicsche Garten과 협업한 ‘Das Dritte Land’ 정원설치 작품도 준비중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글·사진 _ 김지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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