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보존부터 문화 제공까지…서울식물원의 역할은?

서울식물원 국제 심포지엄 성료
라펜트l김지혜 기자l기사입력2018-10-28


서울식물원이 당면한 과제와 역할은 무엇일까.

‘서울식물원, 새로운 도시문화를 열다’를 주제로 ‘2018 서울식물원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26일(금)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국내 최초 도시형 식물원인 서울식물원의 임시개방과 함께 식물원의 효율적인 운영과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생환 서울시의회 부의장,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참석해 주시고, 임시개장임에도 방문해주신 시민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한 문명의 도시가 거듭나려면 동 ·식물이 공존해야 한다. 지금껏 시민의 욕구를 제대로 듣지 못하며 발전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보존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삭막한 서울에 다양성이 꽃피는 도시로 바뀜을 알리고 식물문화의 도시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생환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서울식물원이 한국의 정원문화를 이끌어나가길 바라며, 서울시의회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이제 디테일을 살려 보다 나은 서비스를 시민들께 제공하겠다. 더불어 마곡지역까지 들러서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 앞으로 보다 나은 식물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서울식물원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방문율’을 높여야 한다고 전하며, 앞으로 식물원이 해나가야 할 과제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식량이 무기가 되면 가장 먼저 위기에 처할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식량의 해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식량자원이 있지만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모두 같은 방식과 같은 품종을 고집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수십 가지의 감자 종류 중에 불과 몇 종류만을 기르고 있는 현상과 같다. 이것들은 일종의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으며, 언젠가 복원하려고 해도 때는 늦는다. 

최 교수는 식량다양성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함께 힘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식물원이 다양한 식량자원을 보존하고 있으며, 서울식물원도 적극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그는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오면, 대도시 안에 대자연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자연을 알고 사랑해야 할 사람은 도시민들이며, 아는 만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을 알리는 역할은 서울식물원이 해야 할 또 다른 과제이다. 

또한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 때문에 흥분하고 있는 지금,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DMZ지역은 남북한의 생물, 특히 식물다양성의 전부가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이곳을 바탕으로 민둥산인 북한의 산림녹화를 해야 한다. 

최재천 교수는 “그렇다고 DMZ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서울식물원이 북한을 산림녹화 할 수 있는 식물다양성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식물원이 생긴 데에 반갑고 고맙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서울식물원을 아껴주시면 좋겠다”고 기조강연을 마무리했다. 


마이크 먼더 영국 에덴프로젝트 전무이사, 전정일 신구대학교 교수

이어진 세션에서 마이크 먼더 영국 에덴프로젝트 전무이사는 “콘월(Cornwall)지역에서 진행했던 에덴 프로젝트는 18년째에 접어들었다. 정부지원없이 지역경제에 20억 파운드를 창출해냈다. 즉 식물원의 미래는 콘월지역, 지역주민들의 미래와 같다고 할 수 있다”며, “큰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닌 식물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고, 관계”라고 전했다.

그는 식물원에서 환경과 사람들의 연계를 도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무엇보다 ‘즐거움’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고 밝혔다. 

식물원을 방문하는 시민 뿐 만 아니라 일하고 있는 관리자들까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지만 수익보다는 사람과 생태계와의 연계를 추구하고, 과학자들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더 재밌는 결과물들을 탄생시킨다. 주말을 할애해서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문화경험 기대를 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주민들의 어려움에는 공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웨스트 우드’라는 공간을 통해 농업, 농업을 통한 음식을 연구하는 장소도 마련했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재배한 농작물을 식물원 내 레스토랑에서 식자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어 마이크 먼더 전무이사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며, 특히 도시간의 편차가 심한 부분까지도 식물원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실례로, 영국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중 하나인 리버풀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종, 꽃 등을 선택하고 식물원에서 종자를 제공하여, 생물다양성이 증가함은 물론, 낙후된 지역 아이들에게 풍부한 자연을 다시 제공했다. 

지역민들의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 ‘빅 런치’라는 이벤트도 준비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음식과 차를 마시며 이에 대한 미래에 대해 얘기해 보는 것이다. 

그는 “식물원은 재생을 가늠해 주는 툴이다. 과거의 잘못과 미래를 이야기 하는 곳이다. 서울의 진정한 명소는 훌륭한 자연경관이고, 좋은 기관과 서울시민이다. 좋은 도시의 핵심 요소는 재생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독성이 가득한 토지인 콘월 지역에 식물원을 만들어낸 것부터가 재생의 시작이었듯,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서울식물원이 재생식물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정일 신구대학교 교수는 ‘식물보전과 식물원의 역할’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식물원은 식물을 기반으로 수집,보전,전시,문화,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는 식물을 매개로 한 공익적 기능을 전달해 줘야 한다고 전한다. 즉, 식물원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함을 뜻한다.

전 교수가 몸담고 있는 신구 식물원은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핵심적 사업은 멸종위기의 식물을 보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른 2개의 식물원과 함께 ‘연구 네트워크’를 설립하여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연구한다.

그는 시민들이 식물원을 단순한 ‘도심 속 휴양지’로만 생각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물원은 어느 한 분야의 서비스만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만 한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즉 국가는 식물원을 공공재산으로 인식하고, 공공의 가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일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식물’이 기반이 됐음을 인식하고, 관련한 전통적, 문화적 자산들을 수집하고 보존 및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와 같은 일은 어느 한 기관만 해낼 수는 없다. 전국에 분포한 식물원들부터 지역주민센터, 박물관, 미술관까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자연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문화 클러스터가 형성 되어야 한다. 식물 문화 뿐 아니라 지역의 복지, 주거문제까지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전 교수는 “다양한 식물원들이 서울,경기지역에 밀집되어 있지만, 식물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식물보존의 역할도 어려운 실정이다. 각자의 식물원의 역량만으로는 모든 일을 해내는 것도 어렵다”며, “서울식물원이 이 네트워크의 중심어 서 국립 식물보존센터의 초석을 마련하고 공립식물원의 모범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원영 서울식물원 원장, 강기호 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시드볼트 부장, 박원석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기반혁신연구소장

이원영 서울식물원 원장은 “서울식물원의 미션은 ‘즐거운 배우을 통하여 식물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지혜로운 미래시민의 양성’이다”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운영초기단계 전략으로 식물원의 태생적 특징을 바탕으로 한 시민교육과 시민참여 유도를 우선적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그린 교육의 메카로서 어린이 정원학교 프로그램에 주력 할 전망이다. 식물을 매개로 한 시민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그린 허브의 기회를 만들고 여덟 개의 테마정원 전시를 통해 식물문화도 만들어가겠다는 전언이다. 

또한 시민개방행사, 온라인 식물원 등 시민들이 자유롭게 식물을 만나고 참여하는 장으로 거듭나겠다고 전했다.

이원영 원장은 “서울시의 푸른도시선언에 이어 ‘서울 꽃으로 피다’행사를 통해 가드닝 문화의 확산, 거점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 대상지로서의 서울식물원을 기대할 수 있다”며, “더 좋은 식물원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식물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서울식물원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강기호 국립백두대간 수목원 시드볼트 부장의 ‘한국 식물원, 미래를 이야기하다’, 박원석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기반혁신연구소장의 ‘지역사회에서 기업의 역할과 식물원’ 등의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 각 세션의 토론에서는 각각 송기훈 미산 식물원 대표와 김완순 서울시립대 교수를 좌장으로, 시민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이어갔다. 

한편, 서울식물원은 임시개방기간을 거쳐 내년 5월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세션1 패널토론_좌장 송기훈 미산식물원 대표(왼쪽)

세션2 패널토론_좌장 김완순 서울시립대 교수(왼쪽)


글·사진 _ 김지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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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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