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 고주석, ″새로운 조경설계, 표현을 다양하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조경가 고주석 특강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11-16

고주석 조경가

“관습적인 설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설계를 하려면 표현을 바꾸어야 한다. 화가도, 건축설계도 따라가서는 안 되며 살아있는 Landscape를 표현하는 독특함을 갖춰야 한다”

고주석 조경가(네덜란드 Oikos Design 대표)의 특별강연 ‘Representation and Landscape architecture’가 지난 15일(목) 동심원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주최로 새로운 조경설계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주석 조경가는 그동안 조경설계의 표현방식의 변화를 짚어보고 그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표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개 조경 설계를 하면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 하는데 익숙하지만, 레프리젠테이션(representation)에 대한 의미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멋진 도면으로, 유수한 언변으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하지만 그 프레젠테이션 속에 숨어있는 편견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한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다. 숨으로 쉰다. 그렇기에 그림이나 건축적 표현이 아닌 Landscape게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동안 조경설계는 회화처럼 표현되기도 하고, 건축도면처럼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주석 박사는 이 표현방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경을 표현하는 방법 중 대개 그림, 그중에서도 투시도, 평면도, 단면도 등 건축가가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데, 건축적인 표현방법을 자꾸 반영하면 우리의 결과물들이 자꾸 건축적으로 나타난다. 건축은 설계도면이 명확해야 하지만 조경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보통 그림을 예술적인 수단이라 생각하지만 과학적 툴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을 경우, 이 표현방식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림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 과학은 돈을 벌기위한 유틸리티를 추구하고, 그것에 연구결과들이 축적된다. 과학은 진리추구가 아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려고 하기에 실체를 보는데 한계가 있다. 결국 과학 그 자체가 매개이기 때문에 세계를 직접 이해할 수 없다는 철학적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영어를 자꾸 쓰면 영어권의 사고체계가 잡히듯 ‘조경’이라는 단어도 Landscape라는 실체를 전부 담기에는 부족하다. 경관을 만드는 것으로 한정짓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조경설계가 멋진 도면, 멋진 말로써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주석 박사는 “레프리젠테이션이라는 것은 실체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외관만 표현하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것이 실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문화권에 따라 표현하는 것이 다르고, 그 표현에 따라 Landscape를 이해하는 생각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조경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드로잉을 명사로 혹은 동사로 보느냐, 순간적인 현상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상징적 표현과 과학적 표현의 차이가 무엇이냐 등의 고민은 표현방법을 무궁무진하게 한다.

고주석 조경가는 새로운 설계표현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들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진을 나열해 시간을 표현하거나, 한 도면 안에 땅 속의 변화와 물의 흐름까지 표현하거나, 지역적 차원에서의 문제해결방법을 표현하거나, 여건에 따라 형태를 변화하는 재료의 사용으로 형태가 아닌 형태가 발생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식, 공간을 지어가는 과정 속에서 공간의 사용방법 등.

용산공원 현상설계에 참여했던 사례도 들었다. 당시 제출한 안은 완성된 그림이 아닌 시민이 참여해서 끝을 내가는 과정을 설계한 ‘비확정적 디자인’이었다. 특히나 용산공원의 경우 대지 상태를 명확하게 알 수 없고, 이용자의 행태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도 없으며, 용산이라는 공간 자체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장군이 전쟁전략을 짜는 것도 설계이듯 설계가가 일정한 규칙을 정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상지에 주민참여를 원한다면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소통을 이끌어내야 하며, 설계 또한 스케치처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면을 완벽하게 표현하면 주민들이 의견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표현방법을 선택할 것이냐는 것은 조경가 개인의 조경에 대한 이론과 철학에 따라 달라지지만 물체, 구조, 기능에서 과정, 변화, 땅, 변형, 시스템, 똑똑한 재료, 시간, 성장, 리듬, 재료의 물성 등으로 키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고주석 조경가는 “나아가 아무리 큰 공원이라도 설계, 시공, 관리까지 같이 해야 한다. 그래야만 오버디자인을 하지 않을 수 있고 Landscape의 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최원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은 “이번에 마련한 특별강연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에서는 두 달에 한 번씩 ‘새로운 공간가치’라는 정기세미나를 개최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는 “현업에서 후배 조경가들에게 좋은 역할을 gon시고 계시는 고주석 조경가는 저를 비롯한 많은 조경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늘의 강연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종상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 조경설계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요구된다. 이러한 심각한 고민을 점점 기피하는 세상으로 변해가지만 전문가로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 두 개라도 길게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원만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신화컨설팅 대표), 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성종상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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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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