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조경의 역사문화환경 이슈] 영국의 역사환경을 통한 도시재생 전략

정해준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조교수
라펜트l정해준 조교수l기사입력2018-12-16

영국의 역사환경을 통한 도시재생 전략



_정해준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조교수



신도시 개발에서 구도심 재생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재생정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도시재생에는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통합적 재생전략이 요구된다. 여기서 문화유산의 보전이 동반된 도시재생은 단순히 관광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시민의 삶의 환경에 시간의 깊이를 더하며 장소에 특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이는 종합적 효과를 가진다. 도심의 문화유산 보전은 도시 내 일정 지역의 삶과 일터의 환경을 풍부하고 윤택하게 하며, 나아가 해당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발전에도 기여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즉, 도시재생의 한 중요한 방편이 역사 보전인 것이다.

영국의 문화유산 정책은 국토계획과 상보적 관계로 발전해 왔으며, 시대적 요구의 변화에 따라 그 개념과 정책 구조가 점차 진화·확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역사환경(historic environment)’이라는 용어는 문화유산 보호 정책이 국토계획 체계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유기적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탈산업화로 지역산업도시가 완전히 붕괴한 상황에서 집권한 토니 블레어 정부(1997~2007)에 의해 강조되었다. 지역 거버넌스의 활성화를 통한 도시재생뉴딜사업(New Deal for Communities; NDC)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당시 신노동당 정부는, 지역 경제는 물론 장소성을 함께 되살리는 도시재생의 주요 전략으로 역사환경의 가치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English Heritage(1997): Sustaining the Historic Environment).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영국은 역사환경과 도시재생의 이론적, 실천적 결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역사환경을 특별한 대상으로 간주하기보다 일상 속에 자리 잡도록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가치(문화·사회·경제·환경)를 부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근간으로 삼고자 한 것이다. 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 DCMS)가 2010년에 발간한 ‘역사환경에 관한 정부성명서(The Government's Statement on the Historic Environment for England)’에는 도시재생에 있어 역사환경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① 경제적 가치 : 역사환경은 관광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도시재생 성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산업의 쇠퇴로 인한 산업유산은 재생의 주요 자원이 된다. 각종 문화예술시설과 연계되고, 부동산, 숙박시설과 소규모 비즈니스, 창조적 산업의 장이 되면서 새로운 고용을 창출한다. 또한 역사환경을 보호하고 관리하며, 새로운 용도로 투자하는 과정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한다. 
② 지속가능 : 역사환경은 기본적으로 도시재생 대상지와 오랫동안 공존해왔다. 그러므로 기존의 역사자산을 활용하면서 일정 부분 새롭게 조성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지속가능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옛것을 허물고 신축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를 줄일 뿐만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한 지역주민의 참여를 활성화 시킴으로써 지역 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다. 
③ 사회적 가치 : 지역의 역사환경을 보호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지역 사회와 보다 긴밀하게 관계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에 자리한 주요 역사환경은 공공공간과 연계되어 주민들이 함께 즐기고 소통하는 장이 된다. 
④ 문화적 가치 : 궁극적으로 역사환경은 지역 문화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역사환경은 미학적, 기술적 측면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증거라 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인식하는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2012년 새롭게 집권하게 된 보수당 정부는 ‘행정의 효율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중앙정부가 모든 계획정책(planning policy)의 근간이 되는 ‘국가계획정책체계(National Planning Policy Framework, 이하 NPPF)’를 발표하게 된다. 여기서 역사환경의 보전과 활용은 도시재생의 주요 자산(asset)이자 전략(strategy)으로 언급되고 있다. 기존 1,300페이지 가량의 복잡한 계획관련 문서를 단 총 13장, 65페이지로 단순 명확화한 NPPF는 역사환경을 한 장(chapter)으로 분류할 정도로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NPPF는 역사환경을 ‘사람과 장소가 오랫동안 상호작용한 결과 형성된 환경의 모든 측면으로서 가시적이든, 매장되어 있든, 조경되어 있든, 식재되거나 관리되어 온 식물상이든,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과거 인간 활동의 물리적 유적 일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NPPF 정책 시스템 아래 문화유산자원의 보호·관리·활용은 ‘역사환경’의 개념으로 수렴되어 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역사환경 보전의 전략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NPPF에 의해 지자체의 지역계획위원회(LPA: Local Planning Authorities)는 지역의 역사환경을 보전하고, 동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타 계획과 연계되는 통합적 전략을 지역계획(Local Plans)으로 수립한다. 이를 위해 LPA는 첫째, 역사환경의 특성과 가치 인식을 바탕으로 자산에 대한 보전·강화·이용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고, 둘째, 역사환경의 보전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사회·문화·경제·환경적 효과를 담아야하며, 셋째, 새로운 개발계획이 지역 역사환경의 특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유도하고, 넷째, 역사환경 자산이 지역의 장소성 부여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역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이때 지역의 핵심사업인 도시재생과 자연스럽게 연동되어 지자체에서 일반적으로 3~5년마다 수립하는 도시재생 마스터플랜(masterplan)에 역사환경 보전과 이용 방안이 반영된다. 

중앙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을 위해 지난 3월 문화유산 관련 정부기관인 Historic England는 10개소의 ‘Heritage Action Zone(HAZ)’을 지정하였다(https://historicengland.org.uk/services-skills/heritage-action-zones/). ‘사랑받지 못하는 장소에 새로운 기운을(breathe new life into unloved places)’을 목표로 600만 파운드(약 100억 원)가 투입된 본 사업은, 지자체와 주민 주도로 역사적 건축물, 정원, 공원, 보호구역의 재정비, 재활용 등 역사환경 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업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영국에서는 역사환경을 반영·재해석하여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하고, 지역정체성 강화, 경제 활성화, 환경보호, 장소마케팅, 경쟁력 강화, 주민복지 향상 등 다양한 도시재생 전략과 연계하고 있다. 즉 ‘현대적 재사용’으로 역사환경의 잠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 세인트 폴 대성당 주변 런던 도심 (과거 발전소였던 테이트 모던에서 바라 본 모습)


▲ 산업유산 주변 공공공간 재생 : 런던 킹스크로스 역 주변 재생사업(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14/oct/12/regeneration-kings-cross-can-other-developers-repeat-trick)
글·사진 _ 정해준 조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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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jung@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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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네요. 도시재생에 역사문회경관을 강조하지 않으면 도시재개발. 도시재생에 역사문화경관을 도입하는 직종은 조경업. 그러나 한국 조경은 20세기 조경에 메달려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고 있으며, 엄청난 예산의 도시재생사업에 참여도 못하고 있는 실정. 일이 없다고 한숨만.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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