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스마트도시 – ‘제3인류’ 2

진양교 논설위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라펜트l진양교 대표l기사입력2018-12-27
스마트도시 – ‘제3인류’ 1




_진양교(㈜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조경설계전공 교수)




소설, [제3인류]에서 소형인류 호모메타모르포시스와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두 인류는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지만, 베르베르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소설을 마무리한다. 첫 인류인 거대/대형인류 호모기간티스가 멸종한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 외에도 자신의 피조물인 두 번째이자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와의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었는데, 그와는 달리 베르베르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인류인 소형인류, 호모메타모르포시스가 자신의 창조주인 호모사피엔스와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소설의 마지막에 열어 두고 있다.

거대인류부터 현생인류를 거쳐 소형인류까지 베르베르의 과학적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고 기발 하다. 소형인류는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테러집단으로의 침투 및 파괴공작에서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고, 지진이나 화재 등의 각종 재해현장에서, 각종 의료활동에서, 그리고 지구 밖에서 날아오는 대형 운석의 파괴 등 우주활동의 측면에서도 소형의 몸을 활용하여 자신의 창조주인 현생인류를 위해 맹활약을 한다. 자신들을 노예로 알거나 상품처럼 함부로 다루기 시작하는 현생인류의 실상을 알기 전까지는.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의 뼈대를 이루는 핵심소재는 ‘몸’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몸의 크기’이다. 만약 우리의 몸이 베르베르의 소형인류처럼 1/10로 축소되는 건 불가능하다 치고, 10%만 줄이면, 즉 평균 신장을 170센티미터로 보고 17센티미터만 줄이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의 몸이 150센티미터 정도 되고, [제3인류]의 소형인류보다는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활약하는 호빗족―소설에서는 난장이보다 작은 몸이라는 데 영화에서는 그게 어려웠는지 정상인 몸의 약 8, 90퍼센트 크기로 묘사된다―에 가까워지겠다. 절대 악으로부터 반지를 지켜내는 호빗 프로도의 활약은 마치 앞으로 인류의 미래가 작은 몸에 달려있고, 작은 몸에 의해 구원되는 숙명의 서사를 미리 계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도시공간과 몸의 크기를 생각해보자. 우리 인류의 몸의 크기가 지금 몸의 8, 90퍼센트의 크기로 줄어든다면 전체적인 공간규범이나 규격기준이 근본부터 달라질 것이다. 몸이 작아지니 가구가 작아지고 가구가 작아지니 방이 작아지며 결과적으로 집이 작아진다. 좌석이 작으니 자동차의 크기도 작아지고 차가 작아지니 엔진도 작아지며 당연히 연료소비도 준다. 차가 작아지니 도로가 넓을 필요가 없다. 건물이 줄고 도로가 줄고 모든 개발면적의 적정치가 줄어들며 결국 도시가 줄어든다. 좀 더 넓게 얘기해보면, 식량소비도 줄고 자원수요도 줄고 오염도 준다. 환경이 살아난다. 더 많은 인구가 더 적은 면적에서 더 적은 식량으로 더 적은 자원을 소비하며 더 쾌적하게 산다. 한마디로 지구가 산다. 모든 종류의 인류 멸종 위협을 다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상당수의 위협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 중 아이러니는 현재 우리의 인류가 더 큰 몸을 지향하고 있고 앞으로 지향할 것이라는 데 있다. 작은 몸으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피그미족은 호빗족과 달리 현재 실존하고 있는 종족이지만, 미개인으로 취급된다. 스포츠세계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듯이, 모든 나라의 선진문화는 더 크고 더 빠른 몸을 지향한다. 더 큰 몸의 운동성은 아무래도 작은 몸의 운동성에 비해 결과가 좋고 효율적이다. 키가 잘 크지 않는 아이들의 부모는 늘 노심초사이다. 전쟁으로부터 부족을 지켜야 했고 수렵이 생존의 조건이었던 시절에 자리 잡은, 큰 몸 선호의 우리 인식의 관성은 아직 뿌리 깊고 막강하다.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들고 싶은가. 아니면 도시를 스마트하게 쓰고 싶은가. 우리 인류가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우리의 평균치의 몸을 지금보다 10%줄이기로 하고 모든 나라가 동참한 뒤 그 목표를 이루어 낸다면 우리 지구나 우리가 정주하고 있는 도시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세계 성인 남성의 ‘바람직한’ 평균키가 150센티미터이고 그걸 이루어 낸다면 그때 우리의 몸을 담아내는 우리의 도시는 설사 지금 이대로 전혀 변하지 않더라도 이미 스마트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석이 돈 더 내거나 마일리지 차감으로 좌석 업그레이드하지 않아도 저절로 비즈니스석이 된다. 게다가 환경도 지키고 자원낭비도 줄인다. 이게 진정한 스마트함이지 않을까. 훤칠한 키에 대한 환상이 식스팩과 함께 더 이상 우리의 눈과 머리를 헷갈리게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몸 큰 친구들 반성하시게! 하하. 농담.
_ 진양교 대표  ·  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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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y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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