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조경기사 과목 중 ‘조경사’ 삭제 전망

한국산업인력공단, NCS 기반으로 자격개편 중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12-30
2022년부터 조경기사 검정형 자격에 ‘조경사’ 과목이 빠져 5개 과목으로 시험이 치러질 전망이다.

지난 11월 고용노동부가 심의확정한 ‘제4차 국가기술자격 제도발전 기본계획(2018~2022년)’에 의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기반으로 기존의 시험과목을 재검토하고 자격 간 분할·통합 등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에 의하면 “NCS를 기반으로 자격을 개편하고 있으며, NCS로 개발되지 않은 내용의 경우 과목으로 도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전제”라고 말했다. 조경분야 NCS는 조경관리, 조경감리, 조경설계, 조경시공 4개 분야만이 개발되어 있다. NCS는 실무위주이기 때문에 학문적 성격인 조경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설계하는 과정에 하나의 단위로 일부 기술되어 있을 뿐이다.

공단은 출제기준회의를 통해 조경계획 과목에 조경사의 내용을 일부 삽입하는 것으로 합의점을 도출한 상태이며, 과목에서는 제외되는 것을 골자로 내년 상반기 입법예고될 전망이다. 이는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유예기간이 있어 출제기준을 재정비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과거 조경사를 삭제하는 방안이나 조경계획과 설계를 하나로 합치는 등의 조경기사 과목수 축소에 대한 논의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다른 자격시험이 5과목인데 비해 조경은 6과목으로 많기 때문이다.

검정형 자격개편 소식에 조경계의 의견도 양분되고 있다.

A전문가는 조경사 삭제에 대해 “조경분야는 범위가 넓어 공부할 양이 많은데 6개 과목은 수험생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실제로 검정형 평가가 암기위주의 시험이었다면 실무형의 NCS 체계로 바뀌어가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B교수는 “그간 문제에 오류가 생기거나 논란이 되는 일들이 조경사에서 많이 나왔다. 역사는 사료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석하는 관점에서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조경사 삭제에 긍정을 표했다.

반면 반기를 든 사람들도 있다. 종국에는 대학에서 조경사 과목이 폐강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C전문가는 “NCS 체계로만 개편하는 것은 조경가의 질적수준을 저하시키는 아주 좋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조경사는 실무와 상관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창의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설계에 있어 기본이 되는 이전 양식들을 모른다면 어떻게 설계를 하겠나”라며 “특히 조경은 양식이나 형태, 디자인된 형상들이 미적인 판단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그동안 발전된 조경의 역사를 평가하지 않는다면 전체적으로 능력을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통탄했다.

D교수는 “시험과목에서 삭제된다면 점차 조경사를 공부하지 않게 될 것이고, 점차 학문적으로도 조경사가 필요없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하며 “역사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면 왜 배우겠나. 시험 하나도 안 보고 사회로 나온 사람들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사시험에 조경사 과목이 삭제되더라도, ‘조경사’를 배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입을 모았다.

E교수는 “조경사를 히스토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대 그 장소의 문제해결방식을 배우는 것”이라며 “조경사가 실무에 무슨 필요가 있겠냐고 이야기 하겠지만 조경사는 설계나 시공에 있어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교수는 “조경사는 건축 등과 달리 건물위주의 공간계획이 아니라 입지나 주변의 환경조건, 문화, 사상과 결부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조경의 방향이 엉뚱하게 갈 수 있고, 온고지신의 설계를 창출하는데 동력이 많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전문가도 “세계적인 조경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역사의식과 디자인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조경양식에 대한 이해가 조경가나 설계가의 기본적인 교양인데 이를 아무것도 모른다면 창의적인 기틀은 어디서 나오겠느냐”고 반문하며 “설계가는 대부분 과거, 현재,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디자이너가 되고 예술가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 11월 국가기술자격시험에 있어 실무중심의 교육·훈련을 위해 검정형 시험 방식을 줄이고 과정평가형 자격 방식을 늘려가기로 결정했다.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는 검정형 시험에서 조경사 과목 삭제가 불가피하다면, 미래세대에게 조경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지금 할 수 있는 대안은 조경계획 안에 조경사의 항목을 좀 더 확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순수교양과목이 아니더라도 역사설계, 양식설계라도 커리큘럼에 넣는 등 보완책을 찾거나, 각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 실무에서 이에 대한 소양이 증빙 또는 평가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들이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한 조경인들의 관심이 촉구된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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