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푸동지구의 워터프런트(waterfront) 매력

글_정태열 논설위원(경북대 조경학과 부교수)
라펜트l정태열 부교수l기사입력2019-01-29
푸동지구의 워터프런트(waterfront) 매력




_정태열(경북대학교 조경학과 부교수)



푸동지구의 워터프런트(waterfront)에는 왜 사람들이 모여들까? 어떠한 매력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가고 싶게 하고 있을까?

푸동(Pudong)지구는 양쯔강 하류로 흘러드는 황푸(黃浦)강의 동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지구 가운데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높이 468m의 동방명주탑을 중심으로 다양한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맞은편 황푸강의 서편에 ‘세계 근대건축 박물관’이라는 별칭을 가진 와이탄 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와이탄 거리는 푸동지구와 대조적으로 저층의 유럽풍(유럽 고전주의와 르네상스 시대의 특징)의 건물들이 독특하면서 화려하다. 이곳은 청나라가 아편전쟁으로 영국에게 패배하여 개항하면서 만들어진 거리로서 각국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푸동지구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와이탄 거리 전면의 보행데크(Viewing Platform)이다. 여기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특히 동방명주탑을 중심으로 고층건물들이 일제히 야간조명이 시작되는 저녁 6시가 피크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푸동지구의 매력과 함께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심이다. 그때 갑자기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한다. 그 소리는 와이탄 거리에 있는 유럽풍의 멋진 건물들의 점등에 대한 기대감의 시그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6시 30분이되면 푸동지구 야간조명의 백미인 와이탄에 불이 들어온다. 이때가 푸동지구의 야간조명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와이탄 거리의 유럽풍 건축물 야간조명(저녁 7시경)

이렇듯 상해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푸동지구를 찾는 이유가 동방명주를 둘러싸고 있는 마천루에 매료되어서, 그리고 야간조명이 탁월하여서, 물론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겠지만 본인이 현장에서 느낀 푸동지구의 매력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보행데크에서 사방을 둘러봐도 사적인 건축물이 없다. 이는 무엇보다 황푸강의 공익적 가치를 모두가 공평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한강은 대부분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즉 공익적 가치를 개인이 점유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러한 강변의 공익적 가치를 개인이 점유하고 있는 것은 비단 한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변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강이나 하천을 등지고 있는 것을 보면 강이나 하천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 된다.

이처럼 사적인 건축물이 없어서 좋은 점은 시간에 따라 야간조명 연출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겠지만, 그것보다는 도시요소가 집약된 느낌, 흔히 도시경관에 있어서 관계미가 중요한데 그 관계성이 높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도시미를 극대화 시켰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야간조명의 명소로 유명한 홍콩의 야간 레이저 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와도 이러한 측면에서 차별화 된다고 생각된다.


보행데크에서 푸동지구를 바라본 풍경

두 번째는 보행데크에서 황푸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가 없다. 보행데크의 위치는 황푸강 가운데 S형으로 굴곡진 바깥쪽 면에 조성하여 시선이 모이는 곳으로 조망대상이 되면서 조망점이 되는 이상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보행데크에서 육안으로 인지되는 다리를 보기위해서는 데크 좌측(북쪽) 단부에 있는 Huangpu Park(黃浦公園)까지 가야만 5.4㎞나 떨어진 곳에 있는 Inner Ring Elevated Road(內環高架路)가 희미하게 보이며, 우측(남쪽)으로 보이는 다리는 없다. 보행데크를 중심(Viewing Platform)으로 좌우 5㎞씩, 총 10㎞에 다리가 없는 것은 도시 구조상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 구간에 6개의 터널을 조성하여 차량과 지하철을 운행하고 있다. 조망점에 서서 다리가 보이지 않으면 경관적으로 어떠한 효과가 있을까? 다리에 의해 수면이 분절되는 것을 방지하여 수면이 선에서 면으로 보여 지며, 워터프런트의 가장 큰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면 자체를 만끽할 수 있다. 따라서 보행데크에 서면 순도가 높은 강다운 풍경을 오감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 된다.


보행데크에서 바라본 왼쪽(북쪽), 
보행데크에서 바라본 오른쪽(남쪽)

세 번째는 보행데크에서 인상적인 조망체험이 가능하다. 조망경관의 디스플레이론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자연풍경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조망할 수 있는 앙각은 6~12°정도 이며, 건축물 및 모뉴멘트를 인상적으로 볼 수 있는 앙각은 18~30°정도로 알려져 있다(風景學入門, 中村 良夫, 1982, 中公新書650). 그리고 신적인 존재나 절대 권력자의 공간인 사찰이나 궁궐 등의 건축물도 후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보행데크에서 보면 동방명주의 앙각은 25~29°로 전체를 카메라에 담기는 쉽지 않다. 이는 상하이의 심벌인 동방명주를 인상적이면서 위엄 있게 보여주기 위한 경관 디스플레이론적인 관점에서의 조작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보행데크의 배면에 있는 와이탄 거리의 낮고 통일된 근대적인 건축물들이 배경으로 구성되어 대비효과를 극대화 시켰다고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보행데크에서 생활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황푸강에는 유람선만 떠다니는 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화물선이면 군함들도 함께 있어서 관광지화 되기 전의 생활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푸동지구의 워터프런트는 유사 이래 강변에 사람들이 살기시작하면서 도시의 얼굴, 도시의 현관, 도시의 창으로 역할을 수행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한강변은 어떠한가? 내가 거주하고 있는 대구의 신천변은 어떠한가? 한강변과 신천변은 사유화를 통한 도시의 얼굴이 아닌 도시의 뒷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앞으로 하루 빨리 사유화된 공간을 불특정다수가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모하여 하천 본연의 모습인 도시의 얼굴로 탈바꿈되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_ 정태열 부교수  ·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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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ty@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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