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계 현안 개선 위해 적극적으로 중앙정부 문 두드릴 것”

[인터뷰] 노환기 (사)한국조경협회 회장
라펜트l김지혜 기자l기사입력2019-02-07
(사)한국조경협회가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제20대 회장으로 부임한 노환기 대표는 조경정책연구소를 신설해 적극적으로 중앙정부의 문을 두드리고, 안정적 재원확보와 함께 조경계 현안에 대해 발 벗고 나서 내부적인 결집을 다지겠다는 각오이다. 

뿐만 아니라 첫 80학번 세대의 회장으로서 조경 세대 간의 격차를 줄여, 전 세대가 함께 나아갈 기틀을 다져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을 열고 기다리는 리더가 아닌,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모셔오겠다”는 그가 제시하는 비전은 무엇일까.

노환기 (사)한국조경협회 회장

80학번 세대에서 처음으로 조경협회를 이끌어나갈 리더로 부임하셨다.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다. 

협회가 걸어온 지난 40주년의 그 역할과 가치는 충분하다. 조경 도입 초창기 주변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자리를 확립하는데 협회가 큰 역할을 해왔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현재 대학 내 조경과가 59개, 조경 종사자는 약 25만 명 정도 되는데 이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법체계 정비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벽돌 쌓는 과정에 비유하자면, 과거에는 현장에서 노가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단순히 지게에 벽돌을 지고 나르는 과정을 반복했다. 지금은 공장에서 나올 때부터 큰 팔레트에 벽돌을 쌓아, 지게에 실어 크레인이 위로 올려주는 시스템이다. 타 분야에 비해 무관심에 둘러쳐진 우리의 입장에 대해 팔레트 판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 다음세대는 지게차로 들어 옮기고, 그 다음세대는 크레인으로 위로 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첫 80학번 세대로서 회장에 부임한 만큼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가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한다. 


제 20대 협회 개편과 함께 조경정책연구소 신설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는 조경 산업 전반에서 업을 하시는 분들과 학회에 계신 분들이 다 같이 법제기관, 중앙기관 등에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지 않고 있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과 현행 법안에 대한 대처방안에 대해 고민해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다. 탄원이나 청원은 감정적 호소일 뿐 법적 효과는 미비할 수 있다. 따라서 법제 담당 부회장과 조경 종사자 중 법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수원시 지속가능도시재단의 안상욱 이사장을 모시고 관련 정책의 최소한의 대응부터 출발해 보고자 ‘조경정책연구소’를 신설했다. 

또한 협회의 원활한 외부활동을 고려해서 기존의 국제협력분과를 대외협력으로 교체했다. 이를 통해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대외협력파트에 홍보위원회를 함께 두어 LH, K-Water, SH공사 등 정부투자기관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고자 한다. 아울러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별도의 ‘경관재생분야’를 신설하고, 정원에 관련한 분야는 설계파트와 통합시켰다.

이밖에 상근조직이 없다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상근조직을 구성한다면 좋겠지만 별도의 인건비가 책정되어야 하기에 협회 재정상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며, 민간공원 특례제도에 대한 시민단체와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특례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20퍼센트를 개발하는 대신, 80퍼센트를 공원 안 복지시설까지 다 재정비해서 돌려주는 개념이다. 내년 7월에 일몰제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은 대부분 인위적인 기계를 통해 대처하려는 방안이다. 그러나 그만큼의 엔트로피가 발생될 것이다. 반면 녹지에는 흡착, 정화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일몰제를 통해 지금 있는 녹지조차도 사라질 경우 발생되는 문제는 심각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원조성 후 관리가 부재하면 황폐화, 범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도시재생이 화두인데, 도시차원의 이야기일 뿐, ‘공원재생’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기 조성된 공원에 대한 재정비를 할 수 있는 ‘도시공원 인증제’가 진행된다면 협회의 여러 회원사들도 안전시설 확보, 공원 재정비 등에 투입될 수 있다. 안전한 공원이 일반인들에게 되돌아 갈 수 있다.

특히 내년에 치러질 총선을 대비해 올해 하반기부터 이 문제는 아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이다. 중앙기관에서 나서서 최소한의 재원이라도 진짜 필요한 공원에 대해 투자하고 재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해 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지정기준 제도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등 협회 차원의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 향후의 진행 상황은?

99년도에 감리기준이 만들어지고, 2007년도부터 갑자기 공동주택에 대해 1500세대라는 기준이 생겨나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건축과 토목 등 관련 단체의 사람들이 조경부분에 대한 감리를 해왔던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07년도 즈음에 13개의 감리조항이 없어진 적이 있다고 하는데 당시 조경이 함께 빠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협회에서는 문제시 되는 민간 아파트에 대한 감리수행에 대해 결과부터 역추적 하고 있다. 앞으로 공동주택 건설은 많이 축소되겠지만 최소한 3년 정도의 감리가 어떻게 수행됐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결과를 분석해 나갈 예정이다. 민간업체가 해왔던 근거를 가지고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해나갈 생각이다. 현재 2018년에 대한 모니터링은 조경지원센터와 모두 마친 상태이다. 꾸준한 진행을 위해 조경계 유관단체끼리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조경계의 권익보호를 위한 계획은?

정책적 지원에 관한 부분도 많은 분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조경계가 법제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 조경의 필요성 등에 대한 관심을 끌어들여야 정책적 지원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제고해나갈 계획이다. 

산림청과의 관계도 큰 현안이다. 산림청과의 관계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도시는 더욱 콤팩트해질 것이고 주변은 산림을 포함한 자연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산림 영역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조경과 산림이 함께 대응해야 함은 당연하다. 산림기술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산림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신 것은 사실이지만, 조경이 갖고 있는 장소와 도시에 대한 인지도에 대한 부분은 접근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협회는 산림기술인회랑 여러 협약을 맺고 함께 사업을 해나가려고 한다. 산림청은 법제 기관으로서 별도의 법을 통해 나아갈 여지가 있는 단체이다. ‘(가칭)도시숲관리법’ 내 도시숲의 정의에 도시공원을 포함할 것이냐를 두고 서로가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한발씩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재단과 협회가 산림청과의 꾸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 역시 조경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국민적으로 조경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것을 강조하셨다. 같은 맥락에서 도시재생세미나, 공동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오는 2월, 3월에 타 분야보다 앞서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 다른 분야의 분들도 초빙해서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도시재생에 있어 조경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피력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조경관련 여러단체들과 함께하는 공동워크숍은 작년 9월부터 시작된 ‘조경 리더스 포럼’을 보다 더 확대해 보고자 기획됐다. 현재는 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여섯 개 중요 단체장들이 모여서 한 달에 한 번씩 현안에 대한 회의를 진행한다. 더 나아가 협회에서는 각 업역의 실무진까지 모두 참석하시도록 하여 서로가 가진 애로사항이나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내부의 협력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회의가 될 것이다. 


일반인에게 조경을 알리겠다는 의미에서 기존 조경인 체육대회를 ‘한마음 조경인 대축제’로 달리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협회에 소속된 분들을 한 자리에서 뵙고 단합하는 기존의 조경인 체육대회를 부정하고자 함은 아니다. 하지만 따로 떨어진 곳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우리끼리만 쓰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일반인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에서, 다른 시기의 행사와 결합해 그 자체로의 사회봉사 및 공헌적 성격의 행사로 바뀐다면 조경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홍보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문화제가 열리는 시기와 맞물려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협회의 건강한 재원확보를 위한 조경관련 인증제도 실시한다고 했다. 어떤 계획인가?

협회 내 자발적인 재원확보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현재 재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회원들의 자발적 회비나 후원금 등으로, 한정적이다. 이러한 비용들은 사무국을 운영하기 위한 인건비, 경상비로 많이 들어가게 되고 나머지 재원들은 행사 개최 등에 소요되게 된다. 

재정이 안정되게 확보된다면 상주인원을 충원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협회의 일을 추진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다. 그런 건강한 재원확보 차원에서 현재 산림기술인회와 조경기술자 등록 및 교육에 관해서 협의를 진행중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공원 인증제’에 대한 검토를 협회에서 주관 및 인증하고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그에 따른 수수료 발생금 등을 협회 재원으로 마련하고자 한다.

한편 조경협회는 자발적 참여기구의 성격이다. 그러나 다른 협회는 회원사가 아니면 입찰을 못하게 하는 등의 제도를 두고 있다. 조경협회도 이러한 측면에서 보완을 하고자 한다. 회원분들이 부담되실 수 있으시겠지만 협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차원으로 생각해주시고 협조를 당부 드린다.



노환기 (사)한국조경협회 회장

건설 산업 생산체계 개편으로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조경업계의 변화에 대한 전망과 대비할 점이 있다면?

작년 연말, 정부에서 전문건설협회의 하도급 규제를 풀었다. 불법하도들이 문제가 되니까 협회의 소속된 업체들도 적절한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 원도급의 일을 딸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정부차원에서는 좋은 의미였지만 조경측면에서는 도리어 안정적으로 하도급이라도 받을 수 있었던 기회조차 박탈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조경업을 하는 분들 중 수목에 대해 부정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무쟁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인 편견 때문일 수는 있지만 이러한 부정은 본인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저조차도 과거에 ‘공간을 다루는 사람이지, 수목을 다루면서 단순히 갈비집 정원을 꾸며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실제로 수목과 같은 생물을 다루는 분야가 가장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한다. 수목에 대한 유지관리, 컨테이너 식재, 토양 등에는 과학적 근거로써 접근해야하고 이 부분이야 말로 다른 분야에서는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조경의 강점 중 하나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부정하는 순간 단순히 공산품을 배치하고 디자인 좀 하는 사람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조경의 이러한 성격은 산림분야와 협업을 이루어갈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산림기술자는 수목의 생산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효율적인 배치에 대해서는 모르시는 분들도 많다. 분명 접점의 영역은 있다.


조경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작금은 협회나 유관단체, 조경지원센터 모두 합심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려고 하는 시점으로, 많은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 조경이 가지고 있는 스펙트럼이 다양하기에 만들어진 포트폴리오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장기적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혼자서 대처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기대야 순간이 온다. 그때를 대비해 지금 할 수 있는 협회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저를 포함한 윗세대에게 젊은 조경인들이 실망하시는 이유를 알고 있다. 세계 경제랑 같은 논리인데, 신자유주의 이후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는 정보와 자본의 흐름이 치우치면서 한 쪽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인식은 조경계에서도 동일하다. 어느 시대나 세대간의 갈등은 존재한다. 그 이유야 여러 측면에서 존재하더라도 지난 시대에 대한 비판은 우리들 각자의 삶에 대한 비난이나 부정이 아닌 집단적 성찰로 이어졌으면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진 자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겠다는 의미의 관용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회장 임기 동안 계속 문을 두드리고, 나가서 모시고 오려는 생각이다. 빠른 시간 내 다음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 보겠다. 많은 참여와 격려 부탁드린다. 특히 젊은 조경인 여러분, 더 많이 참여하고, 더 힘껏 연대해서 원하는 미래를 함께 열어갑시다!
글·사진 _ 김지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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