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위기에서 기회를 엿보다

이재욱 논설위원((주)천일 상무)
라펜트l이재욱 상무l기사입력2019-02-08
위기에서 기회를 엿보다




_재욱 (주)천일 상무
(조경기술사, 도시농업관리사(활동가))



연초부터 조경과 관련된 건설산업 개편 방안과 산림청의 행보 장면 몇 가지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 장면 1
지난해 연말

산림복원사업을 주 골자로 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김현권 의원 대표발의 2018.07.09.)이 조경계의 별 저항 없이 연말 정기국회에 통과되었다. 이제껏 (재)환경조경발전재단의 외부법제대응시스템이 가동된 이후로 조경계의 제대로 된 저항 없이 이렇게 초스피드로 그리고 완벽하게 법이 통과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산림복원사업이니까 조경과는 무관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산림청 소관법으로 시행하는 모든 사업이 산림사업이다. 즉,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이하 ‘산림자원법’)상 도시림·생활림 등도 산림사업이므로, 도시공원 내 산지 뿐만 아니라 도시 내 자투리 공간도 복원사업으로 하게 되면 「산림기술 진흥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산림기술법’)에 따라 등록된 산림기술용역업자만이 설계하고, 산림사업법인이 시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쉽게 “숲길조성사업”을 예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간 조경의 한 뿌리인 생태복원분야에서 입법화를 추진할 때는 재단을 중심으로 단체장들께서 국회로 달려가 극렬히 반대하셨는데, 산림청에서 시도한 복원사업은 너무 쉽게 통과가 되도록 내버려 두었다. 추후 이러한 漁父之利(어부지리)는 없어야 할 것이다. 법안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조경문화제에만 조경계가 골몰했었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포석정. 후백제군의 침략을 뒤에 두고 행사에 골몰한 신라가 천년의 역사를 마감한 현장 / 문화재청


#. 장면 2
종합·전문간 업역 폐지 및 건설 전문업종 통폐합 추진

현재로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종결지어질지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脣亡齒寒(순망치한)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필연이다.

현재, 조경과 관련되어 법에 명기된 업종은 「건설산업기본법」 상 종합건설업으로서의 조경공사업과 전문건설업으로서의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이하 ‘조경공사업종’)이 있다. 이들 중 한 업종만 와해되어도 조경사업의 규모 축소는 단순히 한 업종만 없어진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글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혹여, 설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서는 이러한 것은 단지 공사업만의 문제이고 설계업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은 큰 오해이다. 국토교통부 소관법 중 그 어느 법에도 사업범위에 조경기술자 혹은 조경설계업자가 설계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 법은 없다. 즉, 「건설산업기본법」 에 따른 조경공사업종의 공사업무를 준용해서 조경설계 분야에서 설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1 참조)


#. 장면 3
국립산림과학원의 한 연구관의 주장

지난 31일 ‘2019산림·임업전망’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의 한 연구관이 “물을 관리하던 국토교통부가 올해부터 환경부로 파트를 넘겼다. 또한 국토부는 도시공원을 지정만 하고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산림청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라 주장했다.

산림청에서 도시공원을 넘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숲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김효석 의원 대표발의 2011년8월23일) 발의 및 임기만료 폐기 후,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재차 입법을 시도하면서 조경계에서 동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산림청장께서 TV, 신문광고 등을 통해 도시숲은 산림청이 주관해야 함을 국민들 그리고 정치권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힘입어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있으며, 지난 31일 산림과학원 연구관의 주장을 한쪽 귀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일이기도 하다.

혹자는 국토부에서는 도시공원에 대해서 예산을 마련하지 않는데 반해서, 산림청에서는 예산도 마련하고 또 산림기술법에 따라 조경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 긍정적으로 보는 이도 있다. 그러나 산림기술법 시행령 ‘별표3. 산림기술자의 종류, 자격 요건 및 업무범위’와 ‘별표4. 산림기술용역업의 등록 요건 및 업무범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경기술자로서 산림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부분 및 도시숲법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글이 한정 없이 길어지기도 하지만 민감한 부분들이 있는 관계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 장면 4
조경계의 여러 긍정적인 장면들...

필자는 카오스 이론을 신뢰한다. 모든 일들은 예상 가능하지만 반드시 예상대로 결론지어지는 것은 아니며, 생각지 못한 부분들에 의해 또 새로운 질서가 마련되고 발전되어간다. 거기에 조경인들의 간절한 바램과 실천이 더해진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고, 흐트러져있던 조경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장면과 소식들이 들려온다.

먼저, 2015년 조경인들의 모금을 통해 설립하려 했던 조경지원센터가 우여곡절 끝에 (사)한국조경학회 내에 설립 인가를 받았는바, 올해부터는 조직의 정비와 더불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서 조경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사)한국조경협회에서는 협회 내에 조경정책연구소를 신설하여 조경정책과 관련된 질 높은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문건설협회 조경협의회에서는 ‘제도개선위원회’를 설립하여 조경공사와 관련된 법·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를 면밀하게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외, 여러 조경 관련 단체에서도 정책·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조경계 언론을 통한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님의 취임사에서 “국토부를 중심으로 환경부, 산림청, 농림부 등 중앙정부에 정책제안을 강화하고……”라 밝히셨고, 신임 조경협회장님은 “조경계 현안 개선 위해 적극적으로 중앙정부 문 두드릴 것”이라 강조하셨는데 지극히 맞는 말씀이다. 답은 국토부에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토부라는 지아비는 조경이라는 조강지처에 별 관심이 없는데, 산림청이라는 옆집 아저씨가 찝쩍대고 있는 형국일지라도, 조경은 국토부라는 지아비에 정성을 쏟으며 국토부(정부, 지자체, 토목, 건축을 포함)를 기반으로 여러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 그 외
2017년 말 현재 조경기능사가 71,073명 배출되었다.

협회 등을 구성하는 제도권 내 조경기술자(26,074명, 기술사 381명, 기사 15,012명, 산업기사 10,681명)가 30,000명이 채 안 되는데, 조경기능사와 함께하면 100,000명에 육박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힘의 원천은 무리에서 나온다. 조경의 힘을 결집하기 위해서라도 그들과의 동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조경기능사들을 제도권 내로 좀 더 끌어들이는 것을 다 각도로 검토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법으로 공동주택에 조경기능사를 1명 배치하게 한다면,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조경의 역할 및 인지도를 좀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_ 이재욱 상무  ·  (주)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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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wu2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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