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정보학과 실무] 4차 산업혁명과 조경의 새로운 범주

글_김원현 오피니언리더(㈜네오라마 ICT사업본부장)
라펜트l김원현 본부장l기사입력2019-02-21
4차 산업혁명과 조경의 새로운 범주
(부제 : 취직하자!)


글_김원현 본부장(㈜네오라마 ICT사업본부)



몇 해 전 강의를 하며 얻었던 새로움이 있다. 조경계획에 대해 한 학기 동안 강의를 맡았던 필자는 학생들이 즐거워할 수 있을 만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조경계획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컨셉부터 실현화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다. 테마는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한 무차별적인 주제들이 나왔다. ‘여행’은 그나마 애교다. ‘메이크업’에 유명 게임인 ‘워크래프트’까지 등장했다. 1학년 학생들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참신함이 좋았다. 그리고 학기 말에 발표가 이어졌다. 역시나 워크래프트 팀이 1등이었다. 사실 내용은 아주 단순했다. 게임공간에 식재를 새롭게 해버린 것이다. 덕분에 게임의 룰과 스타일, 플레이 형태가 재정의되었다. 아니 이렇게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그냥 멋있었다. 그리고 내심 놀라웠다. 게임에 조경이라니! 학생들의 참신함이 교수인 필자를 넘어서 버렸다. 거창하게 설명하자면 조경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한계를 넘고, 조경이 가지는 특징인 생태를 가상화시켰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놀랐던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 그것이었다. 그게 벌써 8년 전 얘기다. 헌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비밀’만 보더라도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 기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냈다. 우리는 이제 가상과 현실, 그 범주적 한계를 넘나들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쉽게.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디지털트윈 등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이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가진 모든 범주를 재정의하고 있다. 조경도 여기에 예외일 수 없다. 외부공간의 경관적 가치, 생태와 조화, 인간과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조경은 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의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의 조경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학문의 확장성에 개념과 범위, 그에 따른 정의가 좀 더 포괄적으로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넓어지는 조경의 범주가 생겨난다면, 그토록 지금 교단과 현장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의 취직에 도움이 되어줄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고민을 시작했고, 이 새롭게 정의될 수 있는 조경은 실용조경, 고증조경, 가상조경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봤다. 그게 무엇인지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 

1. 실용조경

거시적인 도시경관이나 미시적인 비오톱은 학문적 가치에서는 필요할 수 있으나 우리의 삶과의 밀접성은 조금 떨어지기 마련이다. 궁극적인 조경의 Goal은 환경과 생태, 그리고 사람과의 조화를 우선시하게 된다. 그 속에서 필요로 하는 가치는 ‘자생’이다. 그 어떤 조경적 가치도 자생력을 잃어서는 존재가 무의미하다. 자생을 위해 비오톱이 존재하며, 공간의 자생력을 위해 환경과 행태가 이해되어야 하며, 도시의 자생을 위해 경관이 근본이 되어야 한다. 자생력은 실용조경에 있어 알파이자 오메가로서 시작과 끝을 함께하게 정의되어야 한다. 업무적 관점에서의 실용조경은 기존의 조경적 업무와 그 궤를 같이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조경적 업무가 설계와 시공, 생태와 경관으로 구분되었다면, 실용조경에 있어서는 조경공간 자체와 우리 삶의 공간이 스스로 운영될 수 있는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2. 고증조경

조경사를 통해 얻어지는 조경의 역사적 가치는 우리에게 교육적 측면 이상의 관통력을 가진다. 고증조경은 우리가 알고 있던 한국조경사의 생태적, 미적 접근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주도면밀한 역사적 접근이자 사상적 접근이어야 한다. 그 사상적 접근에서 얻어지는 공간적 이해와 생태적 구도는 앞으로 우리의 조경적 삶에 지표를 제공한다. 사상적 접근이라는 것은 불교와 유교, 도교와 풍수지리 사상 등이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사상적 접근의 중요성은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조경적 공간과 생태(식재와 토양, 수체계를 의미한다)의 구조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얻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새로운 직업적 영역을 이끌어낼 수 있다. 업무적 관점에서는 기존의 문화재와 조경사 관련 영역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드라마/영화/예능/MV 등)와의 관계성을 통해 조경공간이 건축적 고증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을 짓는다든지, 예능에서 조경을 테마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의 일이 생겨날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한 윈스턴 처칠과 단재 신채호 선생의 가르침처럼 고증조경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3. 가상조경

VR/AR/MR/XR로 대표되는 가상기술은 실감형 콘텐츠(immersive contents)라는 용어로서 정의된다. 그런데 과연 조경은 이 가상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일까? 가상의 공간에서 제공되는 모든 환경은 조경적 가치를 내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왜냐하면, 조경은 살아있는 동식물과 사람을 기본 대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의 조경은 조경자체가 꿈꾸던 그 이상향을 나타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 가상조경은 건설적 가상공간, 게임적 가상공간과 심리치유적 가상공간으로 구분될 수 있다. 건설적 가상조경공간은 디지털트윈(Digatal twin : 물리적인 사물과 컴퓨터에 동일하게 표현되는 가상모델)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물론 디지털트윈은 현재 요소기술적 부분에서 이제 첫 삽을 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건설공간, 그리고 실험적 가치를 지니는 공간으로서 디지털트윈이 구성되면, 조경공간은 외력(풍수해, 지진 등)에 의한 다양한 실험 도구로서 활용성이 다분하다. 단순히 가로수가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물론 침수지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저류지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저류볼륨만 고려하기에는 저류지가 갖고 있는 생태적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임적 가상조경공간은 게임자체의 맵이자 NPC(Non-Player Character : 게임 안에서 플렝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 또는 몹(MOB : 게임 안에서 캐릭터가 제거해야할 ‘움직이는 대상’)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 심리치유적 가상조경공간은 우리가 피톤치트를 얻기 위해 산림욕을 하듯 조경공간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해줄 수 있다. 업무적 관점에서 볼 때, 건설은 가상건설 파트와, 게임, 심리치료 업계와 관련될 수 있다. 

이렇듯 조경은 전통적인 조경적 관점에서보다 더 자율성을 확장시킬 수 있다. 어찌 보면 조경이 가진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조경은 필자가 겪은 그 어떤 학문보다도 자유도가 높은 학문이라고 자부한다) 사실 조경을 쉽사리 새로운 기술이 나타난다고 해서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시도에 필자가 가치를 얻고자 하는 바는 현재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사회초년생, 그리고 취직을 위해 지금도 구인/구직 사이트를 헤매고 다니는 후배들을 위해서다.

다시 말하면, 조경은 새로운 기술로 인해 새롭게 정의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엔지니어링과 연구직, 그리고 시공회사만 취직하는데 능사가 아니라고 외치고 싶어서다. 앞으로의 세상에서 여러분은 영화 세트장에서 조경공간을 고증하여 설계/설치/구현하는 직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게임회사에서도 조경 전문가를 마다할 리 없다. 심지어 지금 핫이슈로 떠오르는 AR/VR회사에서도 조경은 필수적이다. 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쳐다만 보지 말고 당당히 문을 두드려보시라. 그리고 필자가 알려드리는 조경의 가치를 역설하고 필요성을 인식시키면 분명 문을 열어주는 회사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크게 3가지는 얻고 들어가게 된다.

첫째, 일단 취직이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회사에 과분하게도. 
둘째, 회사 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게 되었다. 게임회사의 조경전문가라니? 아마 그 회사에 당신 한 명 뿐일 것이다. 당신이 조경의 가치를 그 회사에 매겨주는 순간, 당신의 가치가 조경과 함께 상승하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셋째, 입사 동기들과 경쟁할 이유가 없어졌다. 당신은 유일무이한 존재다. 조경적 관점에서 입사한 회사의 업무를 바라보기만 한다면 쓸데없는 경쟁의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어깨가 으쓱거리는 자존감으로 일 자체가 재밌게 된다. 

건설업계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업계가 어려울수록 곁다리 업무 같은 조경은 더 어렵다고들 외친다. 하지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업계가 어려울수록 자유도 높은 인간친화적 학문인 조경이 훨씬 인정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떤 분야에도 조경은 필수불가결하다. 생각지 못한 게임 분야에서까지 말이다. 주눅 들지 말고 또 위축되지 말고 지금 필자가 제시한 조경의 범주 외에도 더 의미를 확장시켜 보시길 부탁드린다. 4차 산업이 요구하는 시대에서 조경가가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_ 김원현 본부장  ·  ㈜네오라마 ICT사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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