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 소장과 광화문 현상 팀원들의 조금 식상한 N문N답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참여자들의 이야기
라펜트l조용준 소장l기사입력2019-02-26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Deep Surface(과거와 미래를 깨우다)’. 하나의 설계안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아이디어가 모이고, 많은 이들의 노고가 들어간다. 그 과정에 함께했던 이들의 고민의 과정은 결과물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닌 또 다른 디자인을 위한 하나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이하 CA조경) 소장은 이렇게 전했다. “광화문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고생했던 모든 직원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광화문 현상 당선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현상을 참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김수린, 김지현, 김현정(서울시립대 대학원생), 유지영, 이규철, 이영란, 이재현, 조희웅, 최은지 씨, 그리고 조용준 소장.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좌측부터 이재현, 김수린, 이영란, 조희웅, 최은지, 김지현, 유지영, 김현정(서울시립대 대학원생), 이규철


Q. 작업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이재현 : 천안 삼거리공원 현상이 끝나자마자 시작해서인지 아니면 결과가 좋아서인지 힘들었다는 기억은 없어요. 군 시절이 예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된 것처럼요. 사실 시작할 때부터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자!’ 하고 들어갔잖아요. ‘아 몰라 10등 안에는 들겠죠!’라는 좀 무식한 자신감도 있었고. 그래서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건 재미있으니까.

조희웅 : 저는 작업과정에서 안 다뤄봤던 툴들을 다뤄서 힘들었어요. 잘하고 싶은데 그 만큼 속도가 안 나서 힘들었죠.

김수린 : 처음에 러프하게 만들었던 조감도가 느낌이 좋았는데, 그 뒤로 더 만지고 고치고 또 고화질로 바꾸고 하면서 처음의 그 느낌이 안 살아서 작업하면서 혼자 엄청 힘들었어요.

김현정 : 저는 광장 표면에 점들을 일일이 캐드로 앉히는 작업할 때요. 여러 가지 타입으로 그려 놓은 각각의 점들을 광장에 앉히는 작업을 할 때 패턴이 읽히지 않게 하나하나 다르게 넣었던 게 제일 힘들었는데... 그랬던 만큼 기억에 남아요.


매끄로운 광장의 표면과 동양화적인 수목표현의 대비를 만들고자 한 초기 조감도(김수린작업)


Q. 계획안 중에 뭐가 제일 마음에 드는지?

이규철 : 아무래도 조감도인거 같아요, 건물 파사드에 산 비추는 느낌,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느낌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유지영 : 식재랑 선큰 부분이 제일 좋아요. 선큰된 공간이 입체적이잖아요. 언제든 흘러들어올 수 도 있고 뻗어 나갈 수 있으니까, 이 자체만으로 광장이 소통할 수 있다는 걸 공간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

김지현 : 전반적으로 다 잘 나온 것 같아요. 보고서도 기본적으로 현상하면 항상 비슷한 얘기가 주인데, 요번 보고서는 정말 할 얘기만 하는 clear한 느낌이에요. 보고서 자체가 잘 나온 것 같아요. 디자인적으로도 심플하고 명확하잖아요.

이재현 : 마음에 드는 건 많지만 그 중에 식재계획대로 식재되면 멋질 거 같아요. 처음 회의 때부터 경기감영도 그림을 보면서 이걸로 끝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이영란 : 한국적 식재예요. 광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식재를 찾아낸 것 같아요.


Q. 조감도 할 때 뭐가 제일 힘들었나?

김수린 :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녹지의 흐름을 보이게끔 하나하나 나무소스를 옮기는 작업을 하였는데, 작업하면서 빨리 전체적인 톤 조정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조그만 나무소스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힘들었어요. 면적은 엄청 넓은데, 계속 심고 심어도 티가 안 나서 나무들을 심는데 진짜 어려움이 있었죠.

유지영 : 제출 이틀 전에 가패널 뽑았을 때 회의실 와서 다들 침묵밖에 없었잖아요.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아직 배치도나 조감도도 비어보이고, 너무 썰렁해보여서, 엄청 걱정이 됐었죠. 10등 안에 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어요, 멀리서 보니까 우리 페이빙도 잘 안보이고 패널 내는 순간까지도 걱정이 됐었어요.


Q. 스스로도 조감도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생각한다. 명확하고 쿨해 보인다.

최은지 : clear 해요,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명확하게 담겨있는 것 같아요.


Q. 광장 패턴스터디 할 때 스트레스 받았을 텐데.

김현정 : 지도들을 중첩할 때 제일 힘들었어요.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서. 지도를 중첩해서 나온 패턴은 막상 너무 복잡했잖아요. 그 안에서 의미를 풀어내서 우리끼리 이해를 해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뭐지?’ 싶을 것 같았어요. 그 사람들이 패턴을 딱 봤을 때 의미나 경관이 와 닿지가 않잖아요. ‘이 패턴은 지도를 중첩해서 스케일을 늘리고 줄이고, 다양한 디자인 variation을 주어서 만들었어’라고 설명하는 느낌이랄까.


Q. 패턴 작업할 때 점들을 일일이 그리라고 했을 때, 나중에 반영이 될지에 대한 의심이 들진 않았는지?

이규철 : 계속해서 의심이 됐어요. 점들을 일일이 스플라인으로 바꿔서 하나하나 그리는데 이게 나중에 반영이 될까 계속 생각했어요, 나중에 내가 작업한 결과물이 쓰이니까 너무 뿌듯했어요. 내가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뿌듯함.


초기 육조거리 패턴을 이용한 광장포장 디자인(이재현, 김현정 작업)


Q. 광화문 광장의 역사적 층위를 보여주는 시간의 정원에 대한 상세 계획을 할 때 실현가능한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영란 : 그동안 많이 해왔던 실시설계의 관점으로 자꾸만 바라보게 되어 프로젝트 하는 동안 머리가 많이 복잡했던 것 같아요. 당선이 되면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구조와 토심, 배수... 지금 단계에선 역사적 층위를 잘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말이죠. 두 가지를 한 번에 생각하는 건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실시설계에서는 똑같은 구조의 반복적 층위이지만 기본계획을 통해 각 층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아 줌으로써 그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어요.


Q. 식재 디자인 작업할 때 어땠나?

김지현 : 기존의 열식이 아니라 랜덤하게 식재가 되는 느낌들이 평면적으로 봤을 때는 괜찮은데, 실제로 식재가 돼서 그 공간에 갔을 때 광장 주변이 어떤 느낌이 들까? 고민이 됐어요, 식재계획 작업을 할 때는 당선될 거라는 생각이 없어서 식재계획을 엄청 개념적으로 했는데, 이게 나중에 실현이 됐을 때 사람들이 좋아할까?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재현 : 북악산과 궁에 자랐던 소나무들이 광장에 전통적인 식재기법으로 식재하는 게 저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무그늘 아래 앉아서 넒은 광장을 보면서 친구랑 시시콜콜한 얘기하는 상상을 하면서 했던 것 같아요.


Q. 공모전 준비하면서 걱정은 안했나? 준비기간이 짧아서 힘들 것 같다고 했었는데.

최은지 : 철야를 하지 않고 끝내보자, 주말에 다 쉬고 해보자, 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렇게 지켜왔잖아요. 그러다가 제출 며칠 전에 조 소장님이 머리 뜯으시면서 내가 일정을 잘못 짰다고 걱정하셨을 때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걱정했어요.

이재현 : 그리고 제출 전날에는 뭔가 계속 빠뜨려서 제출하지 못할까봐 걱정했어요. 너무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몇 시간씩 검토할만한 시간도 없어서... 오타 체크 할 시간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나름대로 팀워크가 생겨서 역할 분담이 잘 됐던 거 같아요.



광화문 광장 현상에 대한 이야기


Q. 아쉽다, 바꿨으면 좋겠다, 공간을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부분이 있다면?

유지영 : 저는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동상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아이디어가 빠진 게 너무 아쉬워요. 동상을 이전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게 훨씬 깊이(depth)라는 개념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동상을 움직이는 게 지상과 지하공간을 다 보여주니 우리의 개념이 더 드러난다고 생각했거든요.

조희웅 : 초반에 나왔던 1.45m edge에 관한 이야기들이요. 광화문 앞에 있는 레벨이랑 현재 레벨이 차이가 있는데, 이것도 조선시대에서 현대까지 쌓아온 깊이(depth)잖아요.


Q. 보통 ‘광장’하면 일상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는 일상적인 공간을 지하로 넣어버려서 실제로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디테일한 구상이 없다. 광장이 실제로 엄청 거대한데 우리가 제안한 것처럼 지상 광장을 비워두는 게 맞는 걸까?

이재현 : 일단은 비워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비움으로써 채운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광화문 광장을 채우는 것이 우리의 역할은 아니었으면 했어요. 원래부터 물리적으로 비어있던 땅이었고, 사실 우리 모두가 광장이 가득 채워졌던 걸 목격하기도 했고요.

최은지 : 너무 친절하게 여기는 어떤 공간, 이렇게 프로그램을 정해놓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요. 광장에서 일어나는 이용자의 행위를 규정해 놓는 것 같아서...


Q. 현정(시립대 대학원생)이는 CA조경 직원이 아닌 외부인으로서 와서 같이 작업을 했는데, CA조경이라는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현정 : 진짜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청 심도 있게 디자인 스터디를 하는구나. 소장님이 항상 디자인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셨잖아요. 계속 고민하시고 이거 어때? 어떤 것 같아? 라는 질문들을요. 그런 것이 좋았습니다.
글·사진 _ 조용준 소장  ·  ㈜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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