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과 도시계획

글_김철주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전문위원
라펜트l김철주 전문위원l기사입력2019-03-12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과 도시계획



_김철주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전문위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역사, 문화 또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되지만, 정작 문화재에서 사용되는 ”역사문화환경“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생소하다.
단순히 풀이하자면 이는 문화재가 가지는 역사적 가치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라고 풀이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재의 역사가 다양한 요소로 주변에게 영향을 미친다? 문화재는 문화재가 가지는 가치 자체로 완결된 것이지 그 문화재가 가지는 역사가 어떻길래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이에 대한 답은 문화재보호법에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정의해 놓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역사문화환경”이란 “문화재 주변의 자연경관이나 역사적·문화적인 가치가 뛰어난 공간으로서 문화재와 함께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주변환경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문화재가 주변에 영향을 미칠만한 자연경관이나 역사적·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하도록 해보자.
예를 들어 성곽이라는 문화재를 살펴보자. 특히 산성에 있어서는, 산의 정산부나 계곡부를 포함하여 적이 쳐들어올 수 있는 길목에 산성을 구축한다. 현재 이러한 산성만을 문화재로 취급하며, 이러한 문화재의 지정구역은 개념에 있어서 정당하다. 
그러나 앞에 설명했듯이 산성의 특성은 산의 정상부에 설치되며, 지형 상 은폐엄폐가 되면서 아군에게 유리한 지형적 특성을 가진 곳에 설치된다. 
이렇게 볼 때,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산성을 제외하고 주변의 산과 계곡부가 개발에 의해 절토되거나 성토된다고 할 때, 산성의 입지적 특징, 적을 관망하던 경관, 적이 침입하거나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적인 공간이 보존된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개념이 문화재보호법에서 말하는 문화재와 일체화된 환경을 구성한다고 하는 ”역사문화환경“의 개념이다. 이렇듯 문화재가 가지는 역사문화환경의 특징을 잘 살펴보면, 크게 공간이 가지는 특징과 바라보는 경관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화재가 일체화된 환경 중에 공간과 경관을 다 가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요지(窯址) 라고 하는 가마터의 경우는 도자기를 굽기 위해 만든 생산유적으로서 이 문화재의 경우는 도공들의 생활공간, 공방, 물, 흙, 땔감 그리고 가마의 불이 잘 들 수 있는 낮은 구릉이라고 하는 장소적인 특징 이외에는 경관적으로 바라보거나 바라보아지는 요소는 없는 문화재 중의 하나이다. 또한 전통 가옥이나 근대 건축물과 같이 문화재로서 장소적인 특징만 있을 뿐 일체적인 공간을 가지지 않는 문화재도 있다. 이렇게 단적이지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듯이,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에 있어서 일체화된 공간의 특성은 각각 다름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특성은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역사문화환경 조성에 있어서 도시계획이 고려해야 할 사항

이렇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화재는 다양한 역사문화환경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입지환경 또한 다양하다. 대부분의 문화재들이 도시가 아닌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의 도심에도 많은 문화재가 분포하고 있다. 넓게는 500m 범위로부터 100m의 범위까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 내에는 현상변경허용기준이라는 문화재의 관점에서 역사문화환경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도시계획과 보존에 초점을 맞추는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이 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사실 도시 내 규제사항으로서는 산림법, 공원법, 도시계획법 등에 의해 이미 다양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도시민들의 풍부한 삶과 환경을 만들기 위함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에 있어서 균형있는 역사문화환경이란, 문화재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도시민들의 삶과는 괴리된 사고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또한 도시민, 그리고 국민들의 삶에 있어서 단순히 개발에 의해 경제적인 부분만을 풍요롭게 하기 보다는 우리의 역사와 역사적인 공간을 유지함으로서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역사도시로서 자긍심과 삶을 풍부하게 하는 요소임을 인정해야 한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역사문화환경 내에서 주변 전체가 역사적·문화적인 가치가 뛰어난 공간은 아니다. 문화재의 특성에 따라 보존되야 하는 공간이 존재하며, 그렇지 않은 공간도 존재한다. 또한 보존되어야 하는 공간 내에서도 보존되어야 하는 가치 대상과 정도가 다르다.
그렇다면 문화재의 주무부처에서는 역사문화환경 내의 문화재 특성별로 공간적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개발이 가능한 것은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계획에서도 도시 내 역사적인 골격은 인정하면서 이에 맞는 개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문화재의 보존과 도시계획의 개발이 상생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최근 서울은 역사도시를 표명하며 서울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 수원화성은 화성의 역사적인 골격에 맞추어 도시계획이 수립되고 문화재에서 이를 받아들여 역사문화환경 내 현상변경허용기준이 수립되었다. 상생으로 인해 서울은 더욱 더 서울다워질 것이며, 수원화성은 얻고자 하는 이득은 물론 자긍심이 넘쳐나는 역사도시가 될 것이라고 감히 주장해 본다.
_ 김철주 전문위원  ·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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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chulj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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