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삿갓배미와 같은 새로운 조경공간 발굴이 필요하다

글_오충현 논설위원(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라펜트l오충현 교수l기사입력2019-04-21
삿갓배미와 같은 새로운 조경공간 발굴이 필요하다



_오충현(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사회학에서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제1공간은 가정이다. 제2공간은 직장이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공간은 크게 제1공간인 가정과 제2공간인 직장으로 분리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간 분할로 인해 가정과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이 생겨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제3공간은 가정과 직장 공간을 제외한 교통, 여가, 휴식 등을 위한 공간을 의미한다. 가정을 제1공간, 직장을 제2공간이라 한다면 그 외 공간을 모두 제3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생활에서는 제3공간에서의 활동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것을 조경 공간에 대비하면 정원과 같은 사적인 조경공간은 제1조경공간이다. 직장이나 학교 등의 조경공간은 제2조경공간이다. 그 외 공원이나 가로녹지 등의 조경공간은 제3조경공간이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에는 토지가격 등의 영향으로 제1과 제2조경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그 대신 공원 등과 같은 제3조경공간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도시공원일몰제 등으로 인해 그 면적을 유지하고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폭염, 도시 열섬, 미세먼지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도시에서 제3조경공간의 필요성은 점점 증가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조경공간을 확충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 도시의 이와 같은 조경공간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조경공간을 넘어서는 다양한 조경공간 확보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이 인공지반녹화이다. 인공지반은 옥상, 벽면, 실내, 기타 지하 주차장 등 지하 시설물 상단의 녹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인공지반은 자연지반에 비해 조경공간 확보에 별도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하중, 방수문제 등 여러 가지 걱정과 문제점들 때문에 조경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인공지반에 대한 조경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환경부에서는 생태면적률 제도를 통해 인공지반 녹화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인공지반녹화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법정조경 면적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 정도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반녹화는 빗물저장, 생물서식처 제공, 열섬완화, 경관개선 등과 같이 환경이나 경관적인 효과는 물론 노인 등 이동약자들에게는 오히려 접근이 훨씬 수월한 조경공간을 제공하는 등 복지효과도 있다. 또한 옥상을 도시농업 공간으로 활용하여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등과 같은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도시열섬 등이 심각해지기 시작하면서 버스정류장 쉘터 옥상과 벽면을 녹화하여 도시경관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공간들은 기존에는 조경공간으로 크게 고려하지 않던 소규모 공간들이다. 우리나라 옛 말에 삿갓배미라는 말이 있다. 삿갓배미라 삿갓하나로 덮을 만한 작은 논배미라는 의미이다. 농부가 논에서 일을 하다가 한 배미가 부족해서 두리번거리다가 삿갓을 집어 들었더니 그 아래 한 배미가 숨어있더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작은 논배미를 삿갓배미라고 한다. 

그 삿갓배미의 교훈을 이제는 도시 조경공간에서 찾아야 한다. 기존 조경공간과 같은 도시공원이나 녹지, 가로수 등을 적용하기 곤란한 여러 가지 조경공간들을 발굴해서 녹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 안에서 삿갓배미 조경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 있는 조경공간보다는 생활권 주변에 있는 작은 조경공간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양한 녹지공간들이 새롭게 발굴되고 있다. 버스 정류장 시설물이나 도로변 벤치도 이제는 작은 조경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부족한 조경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건물 베란다를 4층마다 크게 만들어서 그곳에 교목을 심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건축물의 용적률과 같이 건축물이 높아지게 되면 높이에 비례해서 조경공간 면적도 증가하는 녹지의 용적률 적용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민의 92%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또한 국민의 60%가 수도권 도시에 집중되어 살고 있어 도시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다. 이와 같은 도시의 인구집중은 지가상승 등으로 인해 조경공간의 부족을 초래하게 된다. 이것은 도시환경의 악화, 여가공간의 부족 등으로 도시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문제를 유발시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가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새로운 조경공간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지반녹화는 이에 대한 중요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물론 하중이나 방수 등과 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해만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들은 현대 조경기술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다만 시민들의 선택과 조경인들의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농경이 주요산업이던 과거 우리나라에는 삿갓배미가 있었다. 이제는 도시 안에서 삿갓배미 조경공간을 찾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_ 오충현 교수  ·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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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logy@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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