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조경문화재의 개선과 발전방향은?

궁능조경 발전방향 및 개선방안에 대한 ‘민관학 합동토론회’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9-05-07


전통조경문화재의 발굴과 보존, 그리고 활용방안을 궁구하고, 문화재 조경 관련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민관학이 머리를 맞댔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사)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 노재현)은 ‘민관학 합동토론회’를 지난 3일(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했다.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 직무대리는 “궁궐과 능원의 관리를 위해 10년 전부터 추진을 해온 궁능유적본부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많은 의견과 토론을 통해 궁능의 기틀을 마련하고, 궁능의 조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설정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함께 논의해나가자”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보다 체계적인 문화재조경의 개선 및 관리를 위해 ‘전통조경과’ 신설 추진과 함께 올해 1월 1일 출범한 궁능유적본부 내 ‘전통조경자원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상석 (사)한국조경학회 회장은 “과거 문화재는 보전개념이 강하다보니 보고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만 문화재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가고 있다. 문화는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닌 세대와 세대를 이어서 조율되고 선택된 사회적 기억의 총량이다. 미래의 후손들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좋은 문화재로 거듭나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문화공간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발제와 토론에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궁능의 조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우선 궁능조경관리의 방향성에 대해 김충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정비계획에 있어 권역/공간에 적합한 ‘궁궐조경’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을 요구했다. 소극적 관리의 원인이 되는 ‘문화재 현상유지’ 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해 예측 가능한 장기적, 전체적, 정기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원형’ 확인 어려운 권역/공간에 대해서는 조경의 지향점을 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궁궐사업비는 복원정비, 보수정비, 전통조경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조경사업은 사업비의 약 12%를 차지하며 안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수목 이식/제거 ▲수형조절 ▲상처치료 ▲방제 등 상시관리에 집중되어 있으며 시설물은 편의시설에만 집중되어 있어 향후 ▲지형복원 ▲식생경관정립 ▲홍보 및 활용 등 조경사업의 다각화와 단계별 추진 전략의 마련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안명준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소장은 전통조경을 오브제 중심으로만 보던 것에서 벗어나 경관과 풍경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관련 산업육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등 선행사례에서 여러 시행착오와 기법이 개발되어 있으니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을 요청했다.

박경자 전통공간보전연구원 원장도 “식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공간의 중심이 되는지 파악하고, 이에 대해 식재관리가 되어야할 것”이라며 “아울러 연못이나 석등 등 전통조경공간의 구조물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특히 식생관리에 대한 내용이 이슈였다. 문화재 공간에서는 수목이나 식생을 관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식생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는 문화재 전통조경의 발전을 위해 유네스코 및 ICOMOS/IUCN 헌장 및 협약 등에 의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81년 발표된 ‘프로랜스 헌장’은 역사정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헌장에 의하면 역사정원은 살아있는 기념물이므로 지속적 유지관리가 요구된다. 즉각적 식물교체나 장기적 수목교체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수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현대적으로 바꾸어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 교수는 “원형만 고집하거나 손대지 않는 것에서 벗어나 선조들이 바라봤던 경점을 찾아서 감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태호 동국대 교수도 “식생은 천이과정에 의해 변화하게 되어 있다. 과거와 스케일이 비대해져 공간의 스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월지의 경우도 수목이 비대해져 월지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식물에 손을 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희 배재대 교수는 “기록이 명확하면 복원시점을 정하고, 넓은 측면에서는 식생천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궁능을 기반으로 하는 정비계획 지침, 매뉴얼이 만들고 수목교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진상철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수목교체프로그램에 대해 “NGO단체나 시민의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으니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궁궐조경에 특화되고 체계화된 기록 방법, 조경 변천의 이력을 관리할 수 있는 작성 기준을 마련하고, 기록 공유 및 활용을 위한 통합정보 운영 시스템을 조성해 조경사업의 이력관리 및 기록자료의 검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최종희 교수는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조경인들이 헌신적으로 했던 많은 기록들이 있다. 이걸 모으는 것 자체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드는 시작이라고 본다. 전통조경지원센터를 주축으로 아카이브차원에서 자료를 모으로, 나아가 후속세대들을 위한 인턴십, 펠로우로 연결하면 효율적 프로그램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교수는 민관학 연계한 클라우드를 통해 디테일한 정보공개도 강조했다. 이를 통해 문화재 조경산업의 기술력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확정하고, 다양한 연구작업 기반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민관학이 협력해 사적 및 문화재의 다양한 분야의 클라우드를 형성해 과제파악과 실험지원에 주력하고 있으며, 유럽은 EU 전체의 문화재 보존의 협약 및 기술교류 등 유산의 보전 전략인 ‘디지털 아젠다’ 정책을 통해 보존과 효율적 활용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종철 자연유산보존협회 회장은 “문화재 전반에 전통조경, 전통정원지역의 관리는 전문적, 경험적 지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록해서 데이터화하면 과학적 수치접근이 가능해진다. 시범사업으로 장소를 혁신적으로 정비해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서서히 변화시키는 것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용역이든 사업이든 데이터를 수집해서 자료화해 외부 유사전문가들의 자료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한다면 더 많은 연구를 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조경사업 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문화재 조경은 도급 또는 자체로 시행한다. 2918년부터는 ‘직영사업단’에서 ‘직영조경단’으로 분리해 궁궐조경의 상시 관리는 ‘직영조경단’에서 수행하며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실측)설계의 도급은 금액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실측설계업체(건축)으로 발주하고 있다. 업체에서는 조경수리기술자를 계약이 아닌 단순고용을 하고 있으며, 하도급 금액이 일정비율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고, 공기도 당겨져 결국에는 품질저하를 야기한다.

수리분야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문화재수리업체(조경)에 직접 발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지자체에서는 종학문화재수리업체(보수단청)로 발주하고, 설계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도급 금액이 제한되고 있다.

이에 김충식 교수는 “고품격 조경이 필요한 궁궐부터 저품질을 야기하는 체계를 고쳐야할 필요가 있다”며 설계는 전문문화재수리업체(조경)로 발주해 계약구도로 하고, 수리는 조경수리공사를 보수(건축)과 분리하거나 독립해서 발주관리하거나 전문문화재수리업체(조경)에 원도급으로 발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궐조경 활용측면에 대한 제안들도 제시됐다.

김충식 교수는 기존 해설 프로그램에 궁궐 조경 요소를 보완하고 생동감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궁궐조경 해설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궁궐 정원 양성 교육이나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하는 궁궐조경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궁궐조경 교육기회를 다양화할 것을 피력했다.

최종희 교수는 “궁궐조경이나 조경적 측면의 핵심콘텐츠가 수목위주로 가는 경행이 있다. 장소나 경관의 개념이 식물위주로 가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다. 공간의 이야기와 스토리를 구조화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정우진 한경대 박사 또한 “공연이나 전시위주보다는 어떤 공간인지, 왕이 무엇을 했는지 등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운영관리 차원에서는 궁능유적본부에 학술전담 학예사를 배치하고,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궁궐조경문화재연구실(가칭)’을 신설해 궁궐조경의 생태, 식물, 경관, 양식, 시설, 교육 등 다양한 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궁궐조경운영위원회’을 구성해 운영계획 전반을 자문하고, 현장관리를 담당하는 직영조경단에는 궁궐에 알맞은 조경교육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관리기술을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나명하 본부장 직무대리는 “중장기발전계획을 만들고 있으니 여러 의견들을 반영하겠다. 학회에서도 지속적 연구를 통해 정책수립에 많은 근거를 제시해주길 바란다. 앞으로도 학회와 민간과 논의하며 충실하게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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