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운의 곤충記] 꽃가루 알레르기를 막는 방법

글_이강운 오피니언리더(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라펜트l이강운 소장l기사입력2019-05-26
꽃가루 알레르기를 막는 방법



_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부회장




찔레꽃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축제의 단골 메뉴인 벚꽃까지. 한꺼번에 시샘이라도 하듯 피워내는 노랑, 붉은 연분홍의 꽃과 찔레꽃, 보리수의 은은한 향기를 생각하면 봄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러나 봄 향기와 꽃을 기다리며 설레던 기분을 눈처럼 날리는 꽃가루가 봄을 가장 견디기 힘든 시절로 만들어버렸다.


보리수 꽃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아름답고 화려한 봄의 꽃이 때때로 천덕꾸러기로 천대 받는 이유는 몇 종의 식물이 퍼뜨리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동물의 짝짓기처럼 식물도 암술, 수술이 만나 수정을 해야만 씨를 맺을 수 있다. 자기 뜻대로 알맞은 환경, 짝을 찾아 이동할 수 있는 동물과 달리 식물은 한 곳에 정착하여 움직일 수 없으므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람이든, 곤충이든 혹은 새든.


위에서 차례로 풍매화 (버드나무), 충매화(엉겅퀴), 조매화(동박새)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꽃이 피어 씨로 번식하는 식물은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씨를 보호하는 씨방이 없어 밑씨가 노출된 겉씨식물과 씨방으로 씨를 감싸 마르지 않게 하는 속씨식물이 있다. 겉씨식물 꽃은 기본 구조인 꽃잎, 수술이나 암술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꽃이라 할 수 없지만 생식세포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갖고 있으므로 꽃의 범주에 넣는다. 곤충을 유인할만한 꿀이나 착륙할만한 꽃잎 같은 기관이 없어 오직 바람으로만 수정을 한다. 소나무의 노란 송홧가루가 바람에 어지러이 흩날리며 애타게 자기를 받아 줄(受粉) 짝을 찾고 있다.


겉씨식물(소나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꽃은 형태에 따라 어떻게 수분이 될지 결정되는데 속씨식물 꽃은 풍매화와 충매화 2개의 계열로 진화하였다. 풍매화 계열은 겉씨식물처럼 꽃을 싸고 있는 꽃 덮개(花被)가 없고 수꽃의 꽃대가 약해서 밑으로 처져 꼬리처럼 늘어진 형태를 지니고 있다(尾狀花序). 원시적인 겉씨식물처럼 꽃의 형태가 나비나 벌 같은 곤충의 힘을 빌릴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꽃에서 무작정 수많은 꽃가루를 만들어 바람에 날려 보낸다. 버드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나, 밤나무, 참나무 등의 나무와 덩굴성 식물인  환삼덩굴이 꽃가루 농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밤나무와 참나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꽃가루를 뿌려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미움 받지만 풍매화 나무를 모두 벨 수는 없다. 버드나무가 없었으면 기적의 신약인 아스피린도 없었을 것이고 진짜 나무로 대접받는 참나무가 없다면 시원한 그늘과 계곡에 맑은 물은 누가 머금었다가 내려줄 것인가? 도토리묵도 물론 먹을 수 없다. 풍매화 식물이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천이지만 사실 꽃가루 폭탄은 도심의 완벽하게 포장 된 길과 시멘트 건물이 증폭시킨다. 아스팔트와 고층 건물이 물기를 안을 수 없으니 한꺼번에 쏟아지는 꽃가루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반복해서 공기 중으로 되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눈꽃처럼 날려 가장 눈에 많이 띠고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버드나무 꽃가루는 실상은 하얀 솜털로 쌓여 바람에 날려 새로운 곳으로 갈 준비를 하는 털 달린 버드나무 씨앗이지 꽃가루는 아니다.


털 달린 버드나무 씨앗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바람에 날리니 제아무리 칸막이를 치고 눈을 감고 입을 닫고, 코를 막아도 막기는 어렵다. 그나마 풍매화 밀도를 조절하고 온 몸으로 식물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이 있어 다행이다. 올 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발견 된 ‘메나라’라는 열대나무는 키가 100.8m에 이른다. 제약 요인이 없으면 식물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한데 곤충 애벌레가 끊임없이 먹어대며 에너지를 소모시키며 식물 성장을 방해하여 그나마 균형 있는 생태계를 유지한다. 필자는 20여 년 간 애벌레 생활사를 연구하면서 참나무를 먹는 나방 애벌레만 487종, 버드나무를 먹는 애벌레는 185종을 확인했다. 지옥풀이라는 환삼덩굴도 잎을 먹어치우는 네발나비 애벌레가 없으면 얼마나 영역을 확장했을지 모를 일이다.   
 

환삼덩굴 먹는 네발나비애벌레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풍매화의 성장을 억제하는 일뿐만 아니라 화분을 매개하는 곤충의 활약은 대단하다. 비행 능력이 강하며 고도로 발달된 감각기관을 갖고 있는 완전변태곤충들인 딱정벌레목, 나비목, 파리목, 벌목 등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든 식물을 짝지어주고 꽃가루를 꽃 속에서만 머무르게 한다. 곤충이 없었다면 많은 식물들은 가장 손쉬운 수분 방법인 바람 타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니 봄부터 가을까지 꽃가루 수난은 계속 됐을 것이다. 


왼쪽부터 충매화(벌목), 충매화(파리목), 충매화(딱정벌레목)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제공

기후변화로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많아진 이산화탄소로 풍매화인 돼지풀이 더 많은 꽃가루를 생산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꽃가루가 많아지면 씨앗도 많아지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풍매화를 증식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온도가 올라가고 건조해져 풍매화가 꽃가루를 뿌릴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외래곤충의 침입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던 곤충을 멸종시키니 기후변화는 이래저래 큰 악재다.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한 가지 작물만을 재배하고, 서식처를 쪼개어 식물 다양성을 감소시켜 화분매개 곤충 상을 단순화 시키고 살충제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풍매화 성장을 억제하고 화분을 매개하는 곤충이 위험에 빠졌다. 

지구 역사에서 종의 진화와 멸종은 지속돼 왔다. 바람으로 수분을 하는 방법은 바람이 불지 않거나 방향이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고 습도 변화가 심한 곳에서는 수분이 더 어렵다. 게다가 수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대량으로 꽃가루를 만들어야 하므로 에너지 소비가 많다. 가장 확실하게 유전자를 교환하는, 곤충으로 꽃가루받이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 까닭이 없어 보인다. 빠른 진화를 통해서 풍매화에서 세련되고 확률이 높은 번식 방법인 충매화로 노선을 변경하게 된다면 곤충 덕분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참 좋은 봄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Iain Lake, Felipe Colon and Natalia Jones(2018). Quantifying the health effects of climate change upon pollen allergy: a combined cohort and modelling study. The Lancet Planetary Health, Vol. 2, S16
2. Kang-Woon Lee, Kyoung Nan Park and Hong Yul Seo(2014). Species Diversity of Caterpillars Feeding on the foliage Willow Trees(Salix spp.) in the Korean Peninsula. Korea Society of Applied Entomology. p78
3. Kang-Woon Lee, Dong Jae Lee, Hong Yul Seo and Neung Ho Ahn(2013). Species Diversity of Caterpillars Feeding on the foliage Oak Trees(Quercus spp.) in the Korean Peninsula. Korea Society of Applied Entomology.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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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동아사이언스의 동의를 얻어 발췌한 기사이며, 이강운 소장의 주요 약력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부회장 /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 저서로는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2015.11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캐터필러>(2016.11 도서출판 홀로세)가 있다.
이메일 : holoce@hecri.re.kr       
글·사진 _ 이강운 소장  ·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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