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론] 조경은 과학인가

김수봉 논설위원(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김수봉 교수-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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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펜트l기사입력2019-06-19
조경은 과학인가




_김수봉(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전공 교수)




필자가 조경학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정의는 아마도 “조경은 과학이요 예술”이었다. 서양의 근대와 함께 나타난 조경은 동시대에 탄생한 디자인과 이란성 쌍둥이다. 그래서 필자는 옴스테드가 만든 랜트스케이프 아키텍쳐(Landscape Architecture)처럼 두루뭉술한 용어보다는 랜드스케이프 디자인(Landscape Design)이 더 정확하게 조경을 표현하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도 조경도 그 탄생이 근대와 궤를 같이한다면 조경디자인은 과학이어야 한다. 필자는 조경진흥법의 ‘“조경”이란 토지나 시설물을 대상으로 인문적, 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경관을 생태적, 기능적, 심미적으로 조성하기 위하여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이라는 정의를 좋아한다. 과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science는 ‘지식’이라는 뜻의 라틴어 scientia에서 왔으며, 이는 ‘안다’(I know)는 뜻의 접두사 scio-에서 나왔다. 이는 또다시 ‘분별하다’ 혹은 ‘구분하다’라는 뜻의 인도-유럽 어근에서 나왔다. 과학이란 자연 현상과 인간 사회를 체계적으로 관찰하여, 그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보편적인 법칙 및 원리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행위와 이에 대한 방법론 그리고 이 둘의 결과로 이루어진 체계적인 지식으로 보통 물리학·화학·생물학·천문학·지학과 같은 자연과학을 칭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이러한 자연과학은 실험이 가능하고, 정밀한 수리적 방법으로 현상들 사이에 함수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등 방법에서 특징이 있었다. 현재는 사회과학에서도 같은 방법을 채택하여, 심리학·인류학·지리학 등에서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필자는 조경이 이러한 과학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믿는다.


에피소드 1

조경학개론 첫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자주 묻는다. 정원과 조경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물론 대답하는 학생은 없다. 단편적이지만 정원은 예술론으로 조경은 디자인론으로 설명이 가능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예술과 디자인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라고 또 질문을 해본다. 역시 묵묵부답이다. 예술과 디자인의 차이를 예술은 작품을 만들고 디자인은 상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탄성을 지르는 학생도 있고 눈을 껌벅이는 학생도 있다. 정원이 봉건과 르네상스시대와 관련이 깊고 조경이 탄생한 시기는 근대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그 근대가 어떤 시대인지 관심이 없다. 조경을 이해하려면 근대의 이해가 필수다. 그래야 조경과 정원이 무엇이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근대에 왜 도시공원이 탄생했는지 조경이 왜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탄생했는지를 조금만 생각해보고 찾아봐도 좋을 텐데 많이 아쉽다. 강의시간에 가르쳐도 시험이 끝나면 다 잊는다. 정원과 조경의 차이를 모르고 졸업하는 조경에 종사하는 졸업생이 많은 한 조경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그래서 정원이 뭔지 조경이 뭔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조경은 사이비 과학이다. 대학에서 잘못 가르친 탓이다. 반성한다.


에피소드 2

대학교수라서 각종 자문회의에 자주 참석한다. 나는 늘 “내가 조경설계하시는 분들을 도와드려야 한다. 조경관련 우리 졸업생들이 갈 곳이다.”라고 혼자 주문을 외우듯 중얼 거리면서 자문회의에 참석한다. 건축심의나 도시계획 그리고 경관심의 등등 모든 심의에 조경은 빠지지 않는다. 주로 필자가 하는 질문은 “왜 그 곳에 그 나무를 심으셨어요?”이다. 지금까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한 조경설계 담당자를 잘 보지 못했다. 옥상정원에 감나무를 심기도 하고 자작나무를 도심 아파트에 설계하기도 한다. 좋다 그러나 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묵묵부답이다. 그냥 공사비에 맞추어서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러면 조경설계자를 편들 수가 없다. 나는 옆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힌다. 과학인 조경디자인을 우리는 너무 쉽고 안일하게 한다. 수목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없이 그 지역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후변화는커녕 도시열섬에 대한 조금의 이해도 없이 조경디자인을 마음대로 한다. 이런 디자인은 과학이 아니다 주먹구구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학교에서 학생을 잘못 가르친 필자와 같은 교수 탓이다. 반성한다.


에피소드 3

책 『The Ecology of Urban Habitats』, 지은이 O.L. Gilbert

나의 셰필드대학 스승 중의 한 분이였던 길버트(O.L. Gilbert) 교수는 생태학 특히 도시생태학의 대가셨다. 그 분이 남긴 책 『The Ecology of Urban Habitats』는 필자가 나이가 들면서 읽을수록 명저임을 느낀다. 이 책은 도시주변지역도 아니고 도시외곽의 전원지대도 아닌 인간의 영향이 막대하게 미치는 도시의 식물과 동물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즉 도시의 생태계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인공적인 영향력이 막대하게 미치는 도시생태계는 조경의 영역이다. 도시생태계에 인간과 상생하는 동식물의 특성은 산림생태계나 다른 생물학에서 다루는 생태계의 종과는 매우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학에서는 도시생태계의 특성을 가르치지 않고 여전히 생물학의 생태학을 가르치고 있다. 도시생태학의 이론으로 무장되지 않은 조경가들은 현장에서 소위 생물학과 출신의 생태학자들에게 당하고 있다. 그 생태학자들은 늘 도시를 푸르게 하느라 애쓰는 조경가들을 그들만의 생태학적 논리로 공격하고 있고 현장의 조경가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인다. 그래도 도시에서 자연을 공급하는 유일한 건설업인 조경가들에게는 칭찬과 격려는 고사하고 그들의 생태학적 논리로 조목조목 따지면서 도시의 자연을 해치는 건축이나 토목업자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이 땅에서 길버트 교수가 쓰신 것과 같은 제대로 된 도시생태학 관련 연구서나 교재를 본 적이 없다. 만약 있다면 그 책을 다음 학기 교재로 사용할 것이다. 조경은 도시를 기반으로 탄생했고 그 도시의 생태계를 다루는 학문임에도 필자가 부족하여 제자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현장으로 보내 너무 미안하다.


조경은 도시생태계를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조경은 예술이 아니라 과학이어야 하며 그래야 오늘날 여러 도시문제 특히 미세먼지문제라든지 기후변화나 도시열섬문제 등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학으로 무장하지 않은 조경디자인은 언제나 다른 학문분야의 비판의 대상이나 아류 학문으로 머물 위험을 내포한다. 우리의 제자들에게 조경이 그 터전으로 하는 도시와 도시생태학으로 무장하고 훈련시켜 사회로 보내야 하겠다고 늘 다짐하면서 이 다짐을 그 동안 잘 못 가르친 선생의 사과로 받아 주시길 바란다.
글·사진 _ 김수봉 교수  ·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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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kim@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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