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람보다 디자인이 우선... 무시받는 안전!

무시받는 안전... 현상공모에 참가자격 없어 실현불가능한 작품 당선돼
기술인신문l정진경 기자l기사입력2019-07-09
서울시가 토목공종의 시설을 현상공모로 발주하면서 자격이 안되는 업체에 설계권을 주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4월에 '양재고개 녹지연결로 조성사업'을 현상공모를 실시했다. 이 사업은 경부고속도로로 잘린 우면산을 연결하는 길이 100m의 생태이동교량을 만드는 사업이다. 현상공모 결과 리투아니아의 이반 크스넬라슈빌리(Ivane Ksnelashvili)가 당선됐다. 하지만 이반이 소속된 회사는 교량을 설계하는 회사가 아닌 디자인전문회사다.

이 회사는 당선이 되고나서도 교량을 설계할 업체를 찾지 못해 계약을 미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8월 31일 당선자에게 공문을 보내 계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 공문에서 서울시 도시기반본부 토목부는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의 관련 조항에 낙찰자 결정 이후 10일 이내에 계약을 체결토록 되있으니 9월15일 이내에 계약체결이 어려운 경우 사업주관부서인 서울시 자연생태과와 공모주관부서인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에 포기서 제출 등 제반사항을 협의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계약이 이루어진 것은 서울시가 당선자에게 계약 촉구 공문을 보낸 8월31일로부터 한달반이 지난 10월 중순이다. 서울시는 교량설계회사로 국내 C사, 디자인사, 전기설계회사 등 총 3개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디자인 회사는 당선자가 아닌 당선자의 대리인인 국내의 Z사가 계약을 체결했다. 당선자가 국내 업체인 Z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것이다. 


당선자가 제시한 교량 구조개념. 비틀림에 대해 종방향의 케이블로 지지하는 개념이다.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현상공모에 참했고 대리인을 통해서 설계비를 받아가는 것이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국제공모는 다 그렇다"고 말했다. "외국사와 직접 계약이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계약 내용을 보면 당선자를 대리한 Z사가 50%가 넘는 지분을 가져가고 실제 교량을 설계하는 국내 엔지니어링사는 50%도 되지 않는 금액에 계약을 했다.

실제 서울시가 디자인에 투자한 비용은 실시설계비의 50%에 해당하는 2억5천만원에 공모 관리용역비 1억여원이 추가된다. 공모관리 용역비 1억여원에는 공모에 참여한 업체 중 2등부터 5등까지에게 지급된 상금 5천만원과 공모관리비 5천만원이 포함되어있다.

결국 이 사업에 투입된 비용 6억원 중 디자인에 투입된 비용은 3억5천만원이고 교량을 설계하는 데 든 비용은 2억5천만원이다.

하지만 실시설계중에 당선자가 제시한 디자인으로 설계가 어렵게 되자 서울시는 교량의 형상을 변경해서 설계했다. 그러자 당선자는 지난해 11월 실시설계비와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즉 설계비 지분 2억5천원을 지불하라는 주장이다. 

만약 서울시가 당선자에게 2억5천만원을 추가 지급하게 되면 전체 비용은 8억5천만원으로 증가하는 것이고 디자인에 6억원이 투입되고 실시설계에 2억5천만원이 투입되는 꼴이 된다.

현재 서울시는 디자인비 추가지급의 결정 주체를 놓고 공모를 실시한 도시공간대선단, 사업을 처음 추진한 자연생태과, 현재 실시설계를 하고 있는 도시기반본부 토목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양상이다. 토목부는 "도시공간개선단이 선정한 당선작으로는 구조상 안전성 및 시공성 곤란으로 보완설계중이므로 추가설계비를 도시공간개선단에서 직접 협의해달라"는 입장이고 도시공간개선단은 "설계비 증액분은 직접 계약한 도시기반본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도시기반본부 실현 불가능한 당선작을 선정한 도시공간개선단이 책임지라는 입장이고 도시공간개선단은 직접 계약한 도시기반본부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이다.

토목엔지니어링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이런 형태의 발주 방법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말한다. 서울시는 최근 몇년 사이에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드는 서울로 7017, 양재고개, 영동대로지하화, 한강대교 보행교량, 창동상계 차도교량 및 보행교량 사업을 모두 현상공모로 발주하고 있다.

각 사업별로 상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공모를 진행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열어두고 공모에 당선된 후 자격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실현 불가능한 '그림'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고 당선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재고개 사업에서도 본 심사 전에 기술심사를 하기는 했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당선작도 기술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술심사의 점수는 최종 평가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참고사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공모 참가자는 본심사에서 기술적으로 해결가능하다고 답변하면 되고 최종 평가위원들은 대부분 교량 전문가가 아닌 건축분야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기술심사는 의미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양재고개 교량이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비틀림 하중이다. 당선작이 평면상에서 곡선으로 된데다 주변 산지의 형상을 맞추기 위해서 흙을 비대칭으로 쌓아서 교량이 비틀림하중을 많이 받아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재고개 당선작에 대한 심사평에는 "단순한 구조를 비틀어 변화를 만들고 그것을 형태화시킨 수작"이라고 표현되있다.

양재고개 사업은 당초 2019년 말까지 완공예정이었지만 지난해 8월 설계심의에서 재심의를 받아 보완중에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당선자가 추가 설계비 지급을 주장하고 있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토목엔지니어 "A"기술사는 "대만이 세계적 랜드마크 교량을 만들기 위해 발주한 단지앙(Danjiang)교가 유명한 디자이너 자하하디드의 유작"이라면서 "이 프로젝트의 RFP상의 사업PM은 경력 15년 이상의 토목엔지니어였다. 설계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함께 하는 것다. 현상공모에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하게 해야 실현 가능한 더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자하하디드가 디자인한 Danjiang교(대만). 엔지니어링회사는 대만의 Sinotech Engineering Consultants과 독일의 Leonhardt Andra und Partner가 참여했다.
_ 정진경 기자  ·  기술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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