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글_안영애 논설위원(안스디자인 대표)
라펜트l안영애 대표l기사입력2019-07-18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_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설계는 ‘그림발’이 아니다

도시에서 감동을 주는 요소와 도시경쟁력을 판단하는 것에는 멋진 건물도 있겠지만 도시자체가 대부분 인공구조물인지라 그 속에서의 자연이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얼마 전 상해를 다녀왔다. 국토면적이 넓고 근래 미국과 경제전쟁을 할 만큼 큰 경제규모의 나라이지만 공산국가이고 우리보다 늦게 산업화를 이루었는데 배울 것이 그리 많을까? 그동안 방송매체를 통해 소개되었던 화려한 외관, 야경이야 ‘조명발’이고, 보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의 큰 규모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출발하였다. 우리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넓은 국토면적, 사회주의 국가의 효율적인(?) 시스템, 경제규모, 근래 수없이 만들어진 많은 랜드마크적인 건물이 아닐까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았고 돌아오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서울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되었다. 전문가조차 그 나라 특유의 환경, 과정, 배경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하는 시대인데 하물며 일반인들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국제 시대에 도시경쟁력이 중요한데 서울 도시공간은 어떻게 변화하여야 할 것인가.

중국이 개방화하였던 1990년도 초 우리나라에 수입된 저렴하면서 좋은 디자인이 제품이 물밀 듯이 들어와 이제 우리 ‘산업계’는 망했다고 생각했고, 실제 많은 산업체가 사라졌다. 이제는 생산이 아닌 설계, 도시에도 그런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가 한다. 몇 년 전 만 해도 중국시행사와 같이 아파트설계를 하였다는 조경회사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근래에는 그런 얘기는 많지 않은 듯하다. 그동안 선진국 설계를 배워 지금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느낌이었다. 설계는 입체적, 완성된 공간을 만드는 것이지 ‘그림’이 아니다. 아직도 수많은 설계도면을 보면 그림은 현란하지만 만들어진 도시는 조악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정확하지도 않은 그림 같은 도면, 턱없이 부족한 디테일, 그리고 시공….

그린랜드센터는 면적이 큰 복합쇼핑몰 옥상 전부를 녹화했다. 도면발에서나 보이는 요란한 포장패턴은 전혀 없이 꼼꼼한 디테일과 시공으로 걷기 편한 보행공간으로 조성돼 동행한 사람들은 건축물보다는 작은 요철도 없이 잘 만들어진 보행공간과 적극적인 녹화에 감동을 받은 듯하였다. 건물 곳곳을 녹지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넓은 땅과 좋은 기후여건이라 용이했겠지만 역설적으로 좁은 땅에 기후가 좋지 않은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기술로 도전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도시에서의 멋진 건물이 주는 감동은 일시적이지만 자연은 지속적이다. 중국의 멋진 결과 이면의 과정대로 우리는 효율적(?)으로 할 수 없지만 환경에 대한 가치를 후순위가 아닌 선순위로 둔다면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바뀐다. 


그린랜드센터 저층부는 전면 녹화


옥상녹화 중간의 보행은 “계곡”을 상징한다고 함


1000트리 공동주택 조감도 - 2019년 9월 준공예정


1000트리 공동주택주거단지 시공 중(2019.6.29. 촬영)


100%라면 좋겠지만 그래도 75% 효율이라면 할 만하지 않은가!

상해의 기후가 우리보다 좋은 여건이지만 도시 곳곳에 만든 입면녹화 심지어는 공사용 가람막조차 입면녹화를 한 것을 보고 우리의 공사장 가림막을 생각해보았다. 재개발 지역과 같이 장시간 공사 중인 공사장 가림막은 무채색 배경에 자치단체의 홍보성 그림으로 만들어진 패널이다. 시간이 지나 그래픽이 탈색되거나 제대로 시공되지 않아 뒤틀리는 조악한 마감으로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설치되는 도시경관에 비하면 입면녹화는 얼마나 좋은가? 특히 공사장의 경우 비산먼지발생이 불가피한 공간이 아닌가! 이렇게 입면녹화가 좋은데 왜 우리는 못하는가 하는 질문을 하였다. 우리는 상해와 기후가 달라 그것을 적용할 수 없다는 옹색한 변명을 하였지만 어쩌면 우리 국민들이 한 계절을 참지 못하는 조급증도 한 부분일 것 같았다. 식재설계 때 듣는 가장 흔한 얘기, “겨울에는 잎이 다 떨어지고 황량한데 그것은 어떻게 합니까?” 이때 이렇게 대답한다. “보이는 것은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와 거친 수피지만 이 황량한 아름다움에서 우리 인생을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긍정적이지 않은 반응이다. 동절기에 느끼는 황량한 아름다움은 굉장히 매혹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였던 생명, 봄이 되면 나타날 내재된 새로운 생명, 바람소리, 아열대나 열대지방에서 결코 느낄 수 없는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공기 등 사계절 녹화를 통한 미묘한 변화. 이 모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지구가 자전, 공전, 회전하면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계절은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지구적 기회가 아닌가 한다. 낙엽, 상록의 경우도 극히 제한적이지만 동절기의 경관을 부분적으로 포기하면 3계절, 즉 75%의 효율은 확보되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위해

그렇다면 누가 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공공공사 외에 공사기간이 장기간인 재개발사업과 같은 민간공사에 입면녹화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수립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이 꽃 피우기 위해서는 수요가 있어야 하고 수요가 있으면 기술개발도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생태하천 복원을 처음 조경에서 시작해 토목까지 참여해 산업을 키웠음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서울시청사 수직입면녹화가 이제 실내에서 외부로 과감히 나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새로운 산업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서울시의 경우는 더욱 필요하다. 그렇게 다음을 위해서는 상해나 싱가포르의 공법이 아닌 우리 기후에 맞는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산업은 수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 수도 있지만 공공에서 단추를 끼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년 이상 장기공사장, 일정면적 이상의 공사장은 4면 중 2면은 입면녹화를 반드시 하여야 한다.’ 규제는 이렇게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채석장호텔과 도시재생

우리 자신도 잘 모르는 채 단 한 번 가본 외국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어쩌면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같은 문화권이지만 우리보다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유연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우리도 포천에 아트밸리를 잘 조성하였지만 서울 도심에 있는 창신동의 경우를 비교하게 되었다. 채석장 호텔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 방송이 한 번 나오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였고,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방문을 예약하였다고 한다. 부러웠던 것은 그 화려함과 엄청난 투자비가 아니다. 채석 후 유휴지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건물 이면은 지속적인 낙석을 관리하기 위해 앵커링과 숏크리트로 마감하고 전면 역시 대부분이 숏크리트로 마감하였다. 채석 당시의 암반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장소에 호텔을 건설한다는 발상과 호텔 층은 1층, 2층이 아닌 지하1층, 지하2층, 지하14층까지 이렇게 건설할 수 있게 한 제도 및 실행이 부럽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복제가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도시적 맥락, 우리의 역사, 환경을 고려해 우리만의 새로움을 만들어야 한다. 결코 축소판이거나 모조품이 아닌 우리만의 것 재생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의 적극적인 시민참여, 중국의 관 중심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우리만의 방법. 


채석장호텔 전경


채석장호텔 인공폭포, 데크 및 분수, 객실에서 경관


때가 되어 밥을 먹어야 건강하듯 모든 것은 때가 있다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기업에서 흔하게 하는 구호! 그러나 그 구호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절박한 몸부림이다. 기업만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국가, 도시가 경쟁하는 현재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요즘은 너무 빠르게 지나기에 첫째가 아니면 어렵다. 주목받지 않고 독야청청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지 않은가? 만약 창신동 채석장에 상해처럼 호텔을 건설한다는 발상은 안하겠지만 한다면 그것이 이슈가 되겠는가? 중국의 채석장 호텔보다 더 크고 화려하고 완벽한 디자인일지라도 그것은 2등이다. 2등도 문제인데 2등조차도 못하는 행정은 어찌할 것인가? 일방적인 추진도 문제이지만 모는 것을 수렴한다고 큰 덩어리를 가지고 이사람 저사람 조몰락거리다 이사람 저사람 떼어주고 결국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인 아닌가 한다. 하여 추진방법과 때가 중요하다. 창신동의 입지적 특성, 도시적 맥락, 그러나 무엇보다 사회적, 환경적, 역사적 ‘가치’를 가진 것이라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때’가 왔음에도 너무 오래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글·사진 _ 안영애 대표  ·  안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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